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의 역사는 일천하고 그 비율도 2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며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공정 장비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요 장비 업체, 장비 수요업체(대기업), 장비 부분품 업체들이 국산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전공정 장비 국산화율 최고 80%=우리나라가 국산화한 주요 전공정 장비는 △CVD △에처 △스퍼터 △ALD장비 등으로 최근에는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장비를 구성하는 부품의 국산화율은 대부분 40%(금액 기준) 미만. ‘국적은 한국이지만, 안에 흐르는 피는 반 이상이 외국계’인 셈이다.
LCD용 드라이 에처를 국산화한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7세대 이후 장비의 경우 국산 부품 채용 비율을 80%(금액 기준)까지 높일 방침이다.
이 회사 허광호 사장은 “지금까지 개발된 장비는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밸브류·절삭가공파트 등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부분은 독자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분야는 정부 국책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중소 부품업체 육성에 기여하면서 차세대 장비 부분품의 국산 대체를 적극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반도체용 ALD 장비도 부품 국산화 비율은 40∼45%에 불과하다. 이 회사 임영진 부사장은 “정확하게 몇 %까지 국산화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진행중인 협력업체와의 국산화 노력이 결실을 볼 경우 2006년까지 60% 이상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종현 한국디엔에스 사장도 “국산 부품 채택 비율이 매년 증가해 올해는 약 45%까지 올라선 상태”라며 “부품 국산화 전담팀을 만들어 협력 부품업체의 국산화 노력을 지원하고 있어 그 비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품 국산화에 따른 기대 효과=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에 사용되는 부품을 국산화하면 해외 핵심 부품 공급업체에 종속돼 있는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장비업계 한 CEO는 “사실 일부 핵심 부품의 경우 국내 업체가 새로운 스팩으로 제조해 줄 것을 요청해도 무시당하기 일쑤”라며 “심한 경우 해외 경쟁사의 압력으로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부품 국산화 효과는 △장비 가격경쟁력 확보 △국내 부품산업 육성 △우리나라 독자 스팩 장비 개발 △핵심 부품 수급 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 방지 등이다.
특히 LCD 장비용 부품의 경우 7세대·8세대로 이어지고 있는 국내 LCD 업체의 위상에 힘입어 국내 업체가 개발한 부품이 사실상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어서 부품 수출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품 국산화 사업 큰 힘=산업자원부는 부품 국산화 사업의 일환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 개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대기업(수요기업)과 장비 업체, 장비 부분품 업체가 수직 협력 사슬을 이루며 진행되는 이 사업은 수요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부품 업체의 연구개발 노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실제로 산자부가 3개년 계획으로 지원하고 있는 부품·소재 로드맵에 따른 부품 국산화 사업은 LCD용 트랙·PE CVD·드라이에처·스퍼터 등의 핵심 부품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개발된 부품의 공동 활용으로 국산 비율을 더욱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