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배운다](13)박우현 ATI테크놀로지스코리아 사장

 “코어 기술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 지난 20년간의 생존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칩세트 전문업체로 ATI테크놀로지스가 인텔의 거친 영역 확장 움직임 속에서도 생존해오고 세계 팹리스 반도체 업계의 대명사로 꼽힌 이유에 대해 최근 지사장으로 선임된 박우현 사장(44)은 이같이 말했다.

“경쟁은 어느 분야에서나 있는 것입니다. ATI도 인텔과 부분적으로 경쟁하기도 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시장에서 선택을 받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핵심기술을 갖고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박사장은 ATI가 철저하게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이를 자사의 기술을 통해 공급해왔다고 전했다.

“ATI는 3년을 내다보면서 움직입니다. 현재 잘되는 부분을 운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읽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PC 기반 그래픽 칩세트에서 게임기 등으로 분야를 넓혔고, 현재는 디지털TV 및 휴대폰 등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ATI는 시장을 미리 보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설립 5년경부터 기획실 역할의 ‘코포리트 플래닝’(Corporate Planning) 부서를 운영했다. 이 부서는 부사장과 100여 명의 핵심 인재들이 중심이 돼, 향후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ATI는 성장 동력을 발견하면 모든 수단을 동해, 그것을 개발합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라이선스를 받기도 합니다. 이뿐 아니라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합니다.”

이 회사는 디지털TV 사업 진출을 위해 넥스트웨이브라는 디모튤레이터 회사를 인수한 적도 있으며 게임용 사업 등을 위해서 ARTX, 크로매틱 등 다수의 회사를 사기도 했다.

차기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ATI는 연구개발팀 두 개를 동시에 운영합니다. 1팀은 현재의 먹거리에 대한 개발을 하고, 2팀은 차세대 과제를 담당합니다. 상호 순차적으로 연구 개발에 나서고, 이를 상품화합니다.”

ATI가 갖고 있는 유연성도 성장 엔진의 하나다. 이 회사는 경쟁사인 인텔과도 그래픽 칩 설계시부터 협의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가전 업체와도 기술 초기 단계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

“ATI와 고객사 간에 관계가 좋은 것은 일반의 경우와 달리, 고객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품목이 개발중에 고객사의 설계가 바뀌면 보통 소송을 걸어, 비용을 청구하거나 합니다만 ATI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이를 수용, 다시 개발해 갑니다.”

박사장은 ATI의 기술력 및 기획력, 그리고 우호적인 대외 관계를 통해 그래픽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ATI처럼 2∼3년 뒤를 보고 움직일 시기가 왔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국내 대기업, 특히 휴대폰에 관련한 업체가 대부분입니다. 그동안 그들이 갑작스럽게 성장한 것에 대해서 이제 돌아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서야 합니다.”

박사장은 한국의 고객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시장은 외국에도 있고 국내에서 산업의 조류가 변하더라고 생존할 수 있도록 2차 도약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지난 85년 설립된 ATI는 3차원(D) 그래픽 및 디지털 미디어 실리콘 솔루션을 설계·제조하는 반도체 회사로 세계 팹리스 업계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2700명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창업자는 퀭엔호(KY.Ho)로 화교 출신이며 본사가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다.

이 회사는 PC·맥캔토시·워크스테이션·노트북 시장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핸드헬드 디바이스· 셋톱 박스· 디지털 TV 등 다양한 방면에 비주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ATI는 지난해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8월 회계 기준으로 ATI는 전년 대비 44.1% 증가한 2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창업 당시인 지난 85년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캐나다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지사인 ATI코리아는 지난 9월 설립됐으며 현 박우현 사장이 초대 지사장으로 임명됐다.

ATI는 한국 시장 개척을 위해 최근 ATI는 디지털TV, 휴대폰,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PDA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할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여기에 향후 5년간 1000만 달러 이상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