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고급 인력 엑소더스 현상 심화

정보보호 관련 고급 인력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경영 불안, 정보보호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 등이 고급 정보보호 인력을 타 분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 정보보호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지식은 물론 풍부한 현장 경험을 키워온 중견 개발자와 컨설턴트들의 이탈이 위험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고급 인력으로 양성된 이들이 업계를 떠나면서 정보보호 인력 구조 중 가장 튼튼해야 할 허리가 무너지면서 다시 하부 인력 부실화를 초래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출혈 경쟁과 시장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업계가 인력난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인력 이탈이 그나마 지켜온 국내 보안시장을 해외기업에 내줘야 하는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보안업계엔 미래가 없다(?)=정보보호 컨설팅 전문업체의 한 컨설턴트. 30대 중반인 이 컨설턴트는 얼마 전 5년간 몸 담았던 정보보호 컨설팅 기업을 그만뒀다. 그는 게임업체 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정보보호와는 거리가 먼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몇 년째 동결된 임금에 컨설턴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는 물론 컨설팅을 할수록 적자가 계속되는 구조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컨설턴트도 마찬가지다. 한때 유명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며 업계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였던 K씨 역시 보안업계를 떠났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취급하는 조그마한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보안 컨설턴트로 있었을 때 스트레스가 100이라면 지금은 그 당시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정보보호 컨설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정보보호 업계 중 가장 큰 인력 이동을 보이는 분야는 컨설팅 기업들이다. 국내 최대 정보보호 컨설팅사인 A사는 올해만 전체 35명의 컨설턴트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인력이 교체됐다. I사 역시 40명에 달하던 컨설턴트가 27명으로 줄었다.

 정보보호 컨설팅 전문업체였던 H사는 컨설턴트 이탈과 이로 인한 프로젝트 수주 실패 등으로 전문업체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지난 여름부터 모 기업의 컨설턴트 15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문이 업계에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솔루션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국적 보안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영업 인력과 개발 인력이 한국지사 인력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벤처보다 외국계 기업이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의 문제는 숙련된 인력들이 빠져나간 뒤 기존에 하던 컨설팅이나 차세대 제품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 또 중견 컨설턴트나 개발 이탈이 가속되면서 하부 인력의 동요도 만만치 않다.

 방인구 A3시큐리티컨설팅 상무는 “이동하는 인력에 업계 비전과 경력 관리 방법을 제시하지만 떠나는 것을 막을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며 “컨설팅이나 개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회사 시스템적으로 백업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동 인젠 사장은 “정보보호 고급 인력의 이탈은 국산 솔루션을 개발해 수천억원대 시장을 지켜왔던 보안업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국가 안전과 직결되는 보안산업마저 외산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