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소위 성공 벤처기업의 지난 2001년과 2003년의 매출실적이다. 적게는 300%에서 크게는 2300% 이상 초고속 성장세를 이룩했다. 일반기업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성장률이다.
이것이 바로 벤처다.
벤처는 말 그대로 첨단기술과 신기술의 도전현장이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힘들며 많은 땀과 노력을 요구한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프라 및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성공확률을 5% 정도로 매우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성공의 빛을 보는 순간 앞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끝이 안 보이는 고속성장을 이룩한다. 국내에도 이미 성공 벤처대열에 수많은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벤처, 성과 크다=한국 벤처산업은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달성했다.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총수출의 4%, 전체 고용의 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용창출 능력과 경영성과는 대·중소기업에 비해 오히려 우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3년 기준 25.3%로 중소기업 5.4%와 대기업 6.6%를 크게 능가했다.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수출증가율 역시 각각 8.3%와 38.6%로 대기업(8.2%, 39.2%)과 중소기업(4.6%, 24.5%)을 앞선다. 고용창출력 또한 뛰어나 벤처기업(44.1명)이 중소기업(9.2명)의 4배를 넘고 있다.
벤처기업의 정략적 성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역동적인 기업가 정신과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 벤처산업은 기술력을 보유한 대학 및 연구소의 우수 인력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 신기술 창업을 촉진했다. 또 △수평적 협력모델 △네트워크에 의한 상호 윈윈(Win-Win)모델 △신뢰에 의한 신노사문화 형성 등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에도 기여했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공과 다양성을 제고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능력 위주의 인재활용 및 성과보상 등을 통해 고용구조의 선진화에 기여했으며 또한 기업간·산업간·산학간 인력의 순기능적 이동 촉진에도 상당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은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 그리고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못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특히 우리 산업의 대표적인 취약점인 허약한 하부기반을 벤처기업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벤처정책 평가=정부의 벤처정책은 한국 벤처산업을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IT를 비롯해 NT(나노기술)·BT(바이오기술)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을 촉진시켜, 우리 경제를 지식기반경제로 전환하는데 초석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벤처캐피털 및 코스닥시장 등 벤처투자시장의 비약적 발전으로 융자위주의 자금공급을 투자위주로 전환한 것도 성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 개입 △각 부처의 경쟁적 지원 △시장 중심의 벤처 가치평가시스템 미비 △코스닥시장 관리능력 미흡 등의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연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벤처 육성 및 지원에만 초점을 맞춰 일부 벤처기업들은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 기술을 잘 포장해 돈을 모으는데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벤처정책 어떻게 변해왔나
정부의 벤처정책 변화는 크게 △벤처기업 태동기(1997년 이전) △벤처기업 창업 촉진 및 벤처 인프라 확충기(1997년∼2001년) △벤처기업의 질적 내실화를 위한 조정기(2002년∼2004년) △제2의 벤처 붐 조성기(2005년∼) 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벤처기업 태동기인 97년 이전까지의 주요 정책으로는 벤처기업 창업 발판을 마련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86년)과 신기술사업금융지원법(86년) 제정을 들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소위 한국 벤처 1세대로 불리는 큐닉스·미래산업 등이 등장했다.
또한 96년 7월 코스닥시장을 개설한 것도 벤처기업 태동기에 정부의 큰 정책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기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유망 벤처기업의 주식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으며, 벤처기업 역시 공개 입찰 및 유·무상 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게 했고 이를 통해 성공 벤처기업이 등장하게 됐다.
벤처기업 창업 촉진 및 벤처 인프라 확충기는 ‘벤처의 폭발적 성장기’로 대변할 수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97년)을 비롯해 벤처기업 세제지원(98년), 교수연구원 창업시 휴겸직 제도(2000년) 등을 제정 및 도입했다.
특히 창업 3년 이내의 벤처기업에 5년이상 투자하는 개인이나 개인투자조합은 투자액에 대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은 한국 벤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도화선을 제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 코스닥시장과 벤처캐피털에 대한 관심을 북돋기 위해 마련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98년)과 창업투자조합 출자 지원(99년) 등도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이후 조정기는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 등 벤처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벤처기업확인제도 강화(2002년) △벤처캐피털의 투명성 제고(2003년) △코스닥시장의 퇴출요건 강화(2003년) 등을 꼽을 수 있다. 벤처기업확인제도 강화는 벤처기업으로 확인받고자 하는 업체 가운데 ‘연구개발(R&D) 기업’은 연간 R&D 비용이 업종별로 총 매출액의 5∼10% 이상, 최소 5000만원 등 두 조건을 함께 충족시키도록 했다.
제2의 벤처 붐 조성기는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벤처활성화 종합대책’을 통해 가시화됐다. 이 대책은 벤처기업의 창업·성장·구조조정이라는 성단단계별 지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자금 지원의 경우 퍼주기를 피하면서 각 단계별로 적절히 수혈받을 수 있도록 했다.
◆벤처정책의 변화 과정
△벤처기업 태동기(1997년 이전)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정(86년) -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관한법률 제정(86년) -코스닥시장 개설(96년)
△벤처기업 창업 촉진 및 벤처 인프라 확충기(1997년∼2001년)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제정(97년)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98년) -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98년) -창업투자조합 출자지원(99년)
△벤처기업의 질적 내실화를 위한 조정기(2002년∼2004년)
-벤처기업확인제도 강화(2002년) -벤처캐피털의 투명성 제고(2003년) -코스닥시장의 퇴출 요건 강화(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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