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정종태 이노와이어리스 사장(3)

(3)PN 스캐너 개발

2002년 초. 지금까지의 제품은 소프트웨어 위주의 제품이었다. 하드웨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막대한 자금과 전담인력이 필수인 계측기를 확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호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기회이자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일본에서는 1xEVDO 도입에 맞추어 필드 테스팅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줄곧 개발해왔던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 및 분석 프로그램(DM 및 Analyzer)이 적격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에게 없는 PN 스캐너를 필수품목으로 요구했다. 그 당시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1xEVDO 기지국이 설치되었던 터라 전 세계적으로 1xEVDO용 PN 스캐너를 출시한 회사가 없어 도입하기조차 힘든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떤 어려움도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을 막지 못했다. 곧바로 1xEVDO PN 스캐너의 자체개발 가능성을 검토해보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정진섭 박사는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지만 회사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아 한번 도전해 보자’며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때가 2002년 3월 말이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개월. 일반적으로 시제품을 내기에도 어려운 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이 기간 동안 모든 테스트를 끝내고 상용품의 신뢰도를 갖는 제품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전체 공정을 세세한 과제와 일정으로 나누고 개발 전략수립과 함께 상위설계부터 차근차근 진행 해 나갔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밤샘작업에 몸도 지치고 부품 수급 마저 지연되면서 두려움은 더 크게 밀려들었고 무모하게 느껴졌던 결정에 후회가 들기도 하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투가 2, 3개월간 이어졌다.

시뮬레이션 상으로나마 기본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타이밍 보드와 A/D변환 보드가 개발되면서 1xEVDO 신호발생기를 이용하여 개발된 알고리즘 연동에 성공했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대성공 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달 반 동안은 BMT참가나 연동시험 등에 참여하느라 고3 수험생처럼 수면이 부족할 정도였지만 이노와이어리스가 통신신호처리 응용분야에 실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계사들의 권유로 또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웃소싱 했던 RF모듈의 샘플이 제작되고 OCXO가 입고되면서 프로젝트의 진행에 활기가 띄기 시작했다. 우리는 실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수정을 반복하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결국 일부 하드웨어를 보완하고 신호처리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우리가 원하는 성능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가슴 벅찬 생애 최고의 감격이었고 가슴 졸이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또 하나의 신화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1xEVDO PN 스캐너를 통하여 2001년 18억5000만원이던 매출액이 54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껑충 뛰어오르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1xEVDO PN스캐너의 성공개발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매출증대보다는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에 있었던 것 같다.

이후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고 일에 탄력이 붙으면서 해외시장 진출계획을 본격적으로 수립하게 이르렀다. 2003년, 기회는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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