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이슈](1)막오른 이동멀티미디어 시대

[2005년 10대 이슈](1)막오른 이동멀티미디어 시대

새해 IT산업계엔 어떤 이슈가 터져나올까. 올해 사업계획과 업무계획을 짜는 업계와 정책 당국이 가장 궁금 해하는 사항이다. 새 기회를 잡지 않더라도 다가올 악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전자신문은 올해 우리 IT산업계를 뜨겁게 달굴 관심사 10개를 선정했다. 매일 한차례씩 열흘동안 살펴본다.

올해는 `이동멀티미디어 원년’이다. 지난해 본격화한 휴대폰 MP3폰 다운로드서비스에 이어 올해 처음 상용화할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본격 개화를 앞둔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의 차세대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동멀티미디어는 특히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유선 인터넷, 디지털TV 등 유선 기반의 고정 미디어와 단절을 선언한다. 지금까지 형성한 미디어산업 구도는 물론 전체 IT산업계 구도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진앙은 DMB로부터다. 5월 위성DMB, 7월 지상파DMB가 상용화한다. 휴대폰 속에 방송이 들어가는 시대가 바로 올해다. 방송사업자만의 미디어시장에 통신사업자라는 새 공룡이 등장한다.

인터넷 포털과 디지털콘텐츠 산업계에도 전환점을 맞는다. 중심 축이 유선에서 이동으로 옮겨가면서 이 흐름을 탄 새 강자가 떠올라 업계 재편도 예상됐다.

변화에 대한 저항과 이로 인한 갈등이 예상된다. 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놓고 한번 겨룬 방송과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각각 지상파DMB와 위성DMB를 내세워 전면전을 벌인다.

통신사업자와 음원단체간의 갈등은 일단 잠복했지만 단지 ‘휴화산’일 뿐이다. 무선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려는 인터넷 포털과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겠다’는 통신사업자 간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유선과 무선사업자 간, 무선사업자간 유·무선 및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거머쥐려는 주도권 전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모든 대치의 향방은 이동멀티미디어서비스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들이 올해 IT산업계의 최대 이슈로 이동멀티미디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누가 플랫폼을 장악할 것인가=이동멀티미디어의 주도권 다툼은 곧 플랫폼 확보로 판가름된다. 플랫폼이란 윈도와 같이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하는 기초 컴퓨터시스템. 플랫폼은 이제 이용자가 다른 경쟁자나 매체로 넘어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관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동멀티미디어용 단말기 자체가 새 플랫폼이다. 집안의 TV와 컴퓨터를 비롯한 게임기, DVD플레이어 등 단독 멀티미디어기기를 각 개인의 주머니 속으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서로 영역이 다르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지만 집에 유선전화를 놓고도 이동전화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에서 보듯 하드웨어 새 플랫폼인 이동멀티미디어 단말기의 잠재력은 폭발적이다.

지금까지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컴퓨터로 가격비교 사이트 등에 접속해 상품을 고른 다음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매장에 가서 제품을 샀다. 하지만, 휴대폰 상품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느 곳에서나 제품을 주문하며, 매장에서 살 수 있다. 이동멀티미디어내 플랫폼 경쟁도 치열하다. 모바일 주소 주도권이 대표적이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네이트’, ‘매직앤’, ‘ez-i’ 와 같은 이동전화사업자의 플랫폼을 거쳐야 했지만 플랫폼을 개방하면 다른 포털로 들어갈 수 있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사업자와 모바일 시장에 진입하려는 포털업체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방송 플랫폼 싸움도 치열하다. DMB는 물론 미이어플로, DVB-H와 같이 차세대 이동멀티미디어는 고정방송에 대적할 새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방송사의 반격이 예상되며 갈등은 어쩌면 지난해 디지털TV전송방식 논란보다도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콘텐츠와 단말기를 잡아라=이동멀티미디어의 핵심은 콘텐츠와 단말기다. 메일·카페·블로그·메신저·검색 등 무선인터넷이든, 멀티미디어방송이든 돈내고 볼 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서비스 활성화는 요원하다.

다양한 콘텐츠 생산능력을 인정받은 인터넷 포털들과 개별 콘텐츠제공업자(CP)들은 MP3폰에 이어 올해 DMB에 맞춘 콘텐츠을 한창 개발중이다. 통신사업자들도 경쟁사에 비해 한층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단말기 확보도 관건이다.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제대로 구현하는 단말기가 제때 나와야 서비스사업도 본 궤도에 진입한다. 위성DMB와 지상파DMB만 해도 단말기 출시시점과 성능에 따라 서비스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어떤 결합서비스를 선택할 것인가=신규 서비스가 한꺼번에 몰려나오면서 결합서비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통신사업자의 고민거리가 됐다.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와 DMB와 와이브로, WCDMA 등 신규서비스가 상호 보완재가될지, 대체재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어떻게 결합해야 수요가 늘어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중장기 전략도 휘청거릴 수 있다. 기존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를 갉아먹을 지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자들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최적의 결합서비스를 찾고 있지만 예측 불허의 수요 전망에 고심중이다.

단말기 업체들도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삼느냐에 따라 내수 실적과 향후 제품 전략이 달라질 수 있어 사업자 눈치를 보고 있다.

◇수익 배분 갈등 예고=지난해 말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와 이동전화사업자든 상호 수익 배분율을 75%대 25%로 결정했지만 세부 논의 과제가 남아 있다. 지상파DMB는 7개 방송 및 통신사업자가 협력을 다짐했지만 무료서비스인 탓에 아예 수익 배분 논의가 진전하지 못한다.

통신사업자와 포털, 멀티미디어콘텐츠업체간 수익 배분도 논란거리다. 인터넷 포털은 유선에 광고 수입이라도 있었지만 무선에는 없어 접속료 배분을 원하지만 기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음원 단체와 통신사업자 간 수익배분 갈등도 올해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엔 유료화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화수·조장은·김용석기자@전자신문, hsshin·jecho·yskim@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업계 어떻게 준비하나 

◇통신사업자=일단 이동멀티미디어시대에 맞춰 네트워크 확보와 이종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콘텐츠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위성DMB 사업을 택한 SK텔레콤과 티유미디어는 945억원을 투자해 일본과 공동으로 위성을 쏘아올리고 일본 MBCo와 티유미디어에 270억원, 390억여원을 투입,가장 앞서나갔다. 하지만 지상파방송 콘텐츠 재전송 문제, 무료 방송인 지상파DMB의 견제 등의 난관 돌파가 시급하다.

KT와 KTF, LG텔레콤은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DMB 사업자와의 협력을 택했다. 지난달 29일 중계망 투자와 공동법인 설립을 위한 MOU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관련 투자와 단말기 유통 비용의 문제에 걸려있다.

SK텔레콤과 KTF는 클리핑 형태의 방송콘텐츠 편성이 자유로운 EVDO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DMB와 묶음 상품으로 여러 요금제 출시를 검토중이다.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축으로 한 이동멀티미디어 경쟁은 서비스를 각각 시작하는 내년 5월, 내년 하반기에 본격화한다.

MP3 다운로드서비스는 SK텔레콤이 월 정액제(5000원) 유료서비스 모델인 ‘멜론’으로, LG텔레콤은 내년 상반기까지 무료 제공하는 ‘뮤직온’으로 경합중이다. 두 회사는 내년에 MP3폰을 대거 출시해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KTF는 KTH와의 역할조정과 음악업계와의 새 협력모델로 시장 진입을 준비중이다.

와이브로 사업 준비도 올해 본격화한다. 사실상 선정된 KT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3사는 네트워크에 각각 1조원 안팎을 투자하고 협력업체와 자체포털, 대형포털과의 제휴를 모색했다. SK텔레콤은 EVDO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콘텐츠를 120여 CP들과 공동 제공할 계획이다.

KT는 KTH를 통한 기존 인터넷 콘텐츠에 더해 텔레매틱스 등 신규서비스는 독자적인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투입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자체 포털인 하나로드림을 활용하고, NHN, 다음, 야후 등 대형 포털에 와이브로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SK텔레콤과 KTF는 영상전화, VOD 위주의 이동멀티미디어 서비스인 WCDMA와 HSDPA 네트워크에도 투자해 이동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당장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휴대 단말기의 배터리·화면크기·이용환경 등을 따져보면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강력할 수도 있다”라며 “사업자별로 이종산업과의 협력구도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선도 투자를 위한 전략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인터넷포털과 콘텐츠업계=이동 멀티미디어의 핵심은 콘텐츠다. 적절한 콘텐츠가 없으면 아무리 획기적인 전송기술과 단말기도 ‘무용지물’이다.

이에 인터넷 포털과 전문 콘텐츠 제공업자(CP)들은 지난해 MP3폰에 이어 올해 위성DMB와 지상파DMB폰과의 출시에 맞춰 관련 콘텐츠 개발이 한창이다.

야후코리아·SK커뮤니케이션즈·다음커뮤니케이션·MSN코리아 등 주요 인터넷 포털은 기존 온라인 서비스의 강점을 기반으로 유무선 연동 서비스 출시에 역점을 뒀다. 올해엔 유선상의 대부분 서비스를 무선에도 올릴 예정이다.

야후코리아는 ‘야후 모바일’ 서비스 개편에 이어 올해 모바일 정보와 뉴스 등을 전면에 배치하고, 모바일 쇼핑, 핑, 모바일 지식 검색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또 모바일 통합 검색을 기반으로 야후의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과 연동시켜 나갈 계획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쇼핑과 검색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을 확대한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면서 휴대폰으로 가격 등을 비교하는 쇼핑 서비스도 선보이니다.

SK커뮤니케이션과 MSN코리아는 각각 무선용 미니홈피와 인스턴트메신저 서비스를 올해 확대 강화해 유선인터넷의 영광을 무선인터넷에도 재연한다는 방침이다.

유선에서의 경쟁이 무선으로 옮겨가면서 주요 포털업체들의 선두 자리 다툼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무선 콘텐츠 시장이 포털의 주 수익원으로 떠오르면 통신사업자를 모기업으로 둔 SK커뮤티케이션즈와 KTH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모기업의 무선 통신 노하우 등이 결합되면 유선만을 기반으로 한 포털업체보다는 유리한게 사실이다.

포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 무선 콘텐츠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 너도 나도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열을 올린다”며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기업이 인터넷 후발 주자이지만, 자금력과 기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유리한 무선 콘텐츠 시장 확대는 인터넷 포털 시장의 재편까지 불러올 파괴력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조장은 기자@전자신문,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