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회사의 문화가 큰 회사 틈바구니에서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신플리시티코리아 이석하 지사장(39)은 자사가 반도체 설계 도구 분야(EDA)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은 기술력이나 경영 전략보다는 온정적인 부분이 컸다고 전했다.
이 지사장은 서양의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가족주의를 최대의 가치로 내세운 것이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일 하다 보니 이러한 분위기가 생산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플리시티에는 단 하나의 가족만이 존재합니다.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가족처럼 생활하다 보니, 내가 좀더 열심히 일하면 모두가 좋아진다는 배려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창업자나 신입 직원이나 서로 단일한 의식을 갖고 일을 하니, 10년 만에 EDA 분야에서 강자가 된 것입니다.”
가족 초청, 가족용 선물 등의 이벤트는 기본이고 최고 경영층에서 직원 가족들의 사사로운 일까지 챙겨줌으로써 회사일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생활이 재밌게 느끼도록 하고 직원들이 모두 책임감을 느낌으로써 발전의 속도가 빨랐다고 이지사장은 평가했다.
단순히 분위기뿐 아니라 경영의 틀도 가족주의로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의사소통 구조다.
“신플리시티에는 경영층끼리만의 비밀 대화가 없습니다. 직원을 신뢰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에게 경영층의 회의내용이 즉시 공개되고, 이를 기술 개발 및 영업에 즉시 활용합니다.”
이 지사장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층의 생각이 바로 현장에 전달될 뿐 아니라 현장의 의견이 역으로 경영층으로 무리 없이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플리시티가 온정주의를 강조한다고 해서, 엄격성이 결여된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일반적으로 분기별로 실적을 점검하는 것과 달리 매달 결산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업계의 속성상, 매달 실적과 목표를 점검합니다. 한 달 뒤의 목표 설정도 제대로 못하는데 분기별로 정확하게 예측하고 움직이기는 힘듭니다.”
매달 결산을 함으로써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매달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수시로 접해서 시장의 상황을 스스로 정리해야 하며, 이러한 자료들이 모여서 회사의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
국내의 주요 팹리스 업체를 고객으로 갖고 있는 신플리시티는 매머드급 경쟁회사에서 자사가 생존한 것처럼 국내 업체들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신플리시티는 EDA의 모든 분야를 건드리지 않았고 독창적인 기술로 1∼2개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부분에서 고유 기술과 제품의 가치를 올림으로써 생존해왔습니다. 최근 부상한 팹리스 업체들도 우리 회사처럼 자신의 고유 영역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지사장은 신플리시티는 국내 업체들이 보다 좋은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좋은 도구를 제작, 앞으로도 측면에서 지원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신플리시티는 어떤 회사>
신플리시티는 지난 94년 미국 서니베일에 설립된 반도체 설계 도구 제작 업체다. 현재 세계적으로 270명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 분야 강자인 시높시스, 멘토, 케이던스 등 대형 회사의 독주 속에서도 필드프로그래머블(FPGA) 합성 부분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 FPGA, 주문형반도체(ASIC), 스트럭처드 및 플랫폼 ASIC, FPGA 기반 프로토타입 플랫폼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합성, 검증 및 피지컬 실행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네트워크 및 통신, 컴퓨터 및 주변 기기, 각종 전자제품의 시스템 및 반도체 설계에 주로 사용된다.
주력 제품은 ‘신플리파이 프로 소프트웨어’로 반도체 설계 시간을 대폭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산업 표준 디자인 언어인 VHDL과 베리로그를 지원, 일반 플랫폼에서 운영 가능하다. 특히 반도체 설계시 HDL 코드에 변형을 가하지 않고 다양한 실리콘 플랫폼의 디자인을 빠르게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지난 2003년 FPGA 합성 시장의 58%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FPGA 업계의 대표주자인 알테라와 자일링스는 신플리시티 제품을 내부 반도체 설계자산(IP) 개발을 위한 기본 도구로 선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