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새해 희망을 이야기 합시다](4)이용경 KT사장

변화와 혁신을 중심에 두고 지난 3여년간 민영기업 KT를 이끌어온 이용경 사장. 기간통신사업자의 책무와 주주중심의 가치실현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가지 과제를 조화롭게 추진해왔다는 평가다. 을유년 새해 첫 업무를 거리에서 고객들을 만나며 시작한 이사장. 올해로 만 62세가 되지만 그의 얼굴엔 언제나 막 시작하는 새내기처럼 새 출발의 힘찬 각오가 가득하다. 올 8월 민영화 2기를 맞게 될 KT호는 재도약에 성공할 것인가. 이용경 사장을 만나 밑그림을 들어봤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경제전망이 잇따른다. 올해 통신시장 전망과 이에따른 KT 경영 방향은.

▲지난해는 포화된 시장에서 각 사업자간 경쟁은 여느해 보다 격화됐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수익의 이전효과만을 가져온 마케팅 전쟁의 시기였다.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 시행과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 전국 확대에 이어 하나로의 국제전화시장 진입, 인터넷전화(VoIP) 제도 정립,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SO의 공세 강화 등이 대표적 예다.

올해 역시 이러한 경쟁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소모성 경쟁은 현저히 줄어들면서 전반적 기조는 신성장 수익 발굴을 위한 신사업 추진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다. 휴대인터넷이나 위성DMB, 지상파DMB 등이 가시화되고 유·무선통합, 통·방융합의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결합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본다.

KT 역시 전사원을 전문가로 육성하는 등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6시그마 체질화, 네트워크 고도화, 핵심기술 선점을 통해 신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통화·전용회선 등 기존 수익원 누수를 방지하는 한편, 도전적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와 주력할 연구개발(R&D) 분야는.

▲KT는 그간 유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통신서비스 시장의 맏형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규모를 유지해왔다. 2000년 초고속인터넷 분야에 3조5000억원을 투입한 것을 비롯, 연간 2조5000억원의 규모를 유지했다. 올해 역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중 미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FTTH, BcN 등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설비투자는 전체의 약 18%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R&D 분야도 기존 핵심사업 역량과 신성장 사업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휴대인터넷망 접속성능 및 서비스 품질 보장 기술, RFID/USN 통합 솔루션과 센서망 구축 관리기술 △홈네트워킹 분야에서 네트워킹 보안기술, 홈게이트웨이 설계 기술,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 기술 등에 주력하고 △미디어 분야에서는 위성방송 수준의 채널 변경시간 보장 기술, 망안정화 및 대역폭 보장 등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두루넷 매각 등 통신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외부 환경에 따른 KT 전략 변화는.

▲일단 특정 사업자의 이해득실 판단을 떠나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그동안 유선시장은 한정된 시장규모에 비해 과다한 사업자 진입으로 과당경쟁과 출혈이 지속됐고 통신산업 전체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소모적인 경쟁이 지양되고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는 것으 바람직하다고 본다. 더 큰 변화는 유·무선 통합, 통·방 융합현상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전통적 산업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산업의 지각 변동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바라보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 KT-KTF 합병도 종국에서는 이같은 관점에서 조심스레 보고 있다. 우선은 각 사업별로 시장변화에 예의주시하면서 품질향상과 A/S 고도화를 추진하고 초고속인터넷과 음성시장에서 부가서비스,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번호이동성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KT PCS 재판매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이동전화 시장은 이미 성숙기로 진입해 현격한 신규 수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번호이동성 시장의 전면 개방도 이러한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KT 역시 신규 가입자 확대 정책보다는 사업의 내실화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네이게이션, MP3 등 고기능 단말기 보급을 통해 고기능을 요구하는 신규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무선데이터와 부가서비스 이용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내년 4월경에 휴대인터넷(와이브로)가 상용화된다. 조기 투자가 가능한지, 향후 어떤 형태로 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가.

▲‘미래전략 비전 2010’에서 밝혔듯 기 확보된 유·무선 인프라를 기반으로 조기에 전국망을 구축해 선점효과를 노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부터 상용서비스를 개시해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 84개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 확보된 백본망, 접속망 등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비를 절감하고, 중계기와 무선랜 연동 등을 통해 음영지역 해소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메가패스, 네스팟 등 기존사업도 연계된다.

또한 유무선 통합 환경을 고려해 이동전화(CDMA),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과 결합한 복합 단말기도 개발, 제공해 음성, 데이터, 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범 KT 차원의 융합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투자는 올해는 크지 않고 상용화 개시 5년 이내에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해외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 글로벌사업에서 속속 성과를 냈다. 현지 사업권 확보 등 글로벌 사업 확대계획은.

▲국내 통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은 필수불가결하다. 아시아 제일의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KT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초고속인터넷, CDMA 이동통신, 백본망 구축 및 운용 등 KT가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이다.

주요 거점 지역은 러시아,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 신흥 성장시장이다. 러시아 연해주와 몽골 등은 초고속과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KT의 핵심역량인 PSTN과 초고속망 구축 솔루션, 전자정부 프로젝트 등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트래픽 증가에 따른 국제 브로드 밴드 용량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와 서비스도 새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지분 인수를 통한 현지 사업권 확보는 외국사업자 규제에 따른 진입장벽 문제와 해외사업의 위험요소 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또한 해외사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철저한 사업성 분석과 위험요인에 대한 예측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정보 네크워크를 강화해 전문성을 보강해나갈 생각이다.

-올해 경영기조가 ‘변화와 도전’이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또 민영KT CEO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보나?

▲변화와 혁신은 민영 KT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변화에 대한 의지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인지됐다고 보고 올해는 그것을 작은 실천 하나하나에 반영해야한다고 본다.

민영KT의 경영자는 무엇보다도 임직원과의 ‘신뢰’를 구축해야한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하고 명예퇴직과 과감한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다보니 경영자와 직원간 괴리가 생기기 쉽다. 이를 화합과 신뢰로 바꿔 변화에 함께 적응하는 KT대오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정리=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올해 KT 주요 사업>

◇미래비전 2010 구체화=올해 IT시장은 본격적으로 유비쿼터스 시대로 진입한다. 작년 8월 민영화 2년을 맞아 수립한 ‘미래전략 2010’을 바탕으로 5대 신성장사업 △차세대 이동통신 △홈네트워킹 △미디어 △IT서비스 △디지털콘텐츠의 세부 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차세대 이동통신과 홈네트워킹 사업에서 2010년까지 약 9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나머지 사업에 8조원 등 성장동력을 통해 2010년 총 17조원을 여기서 거둬들일 계획이다.

◇신규사업 강화=유·무선 통합, 통·방 융합 등의 신규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원폰·네스팟스윙폰·IP미디어·홈네트워킹 등이 그 대상이다. 장기적으로 이들 서비스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반기부터 FTTH를 구축한다. 올해 8000회선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전화(VoIP)사업에도 진출한다. 기존 사업을 보완하는 형태의 영상전화 서비스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내년에 본격화할 휴대인터넷과 콘텐츠 사업을 위한 준비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R&D투자, 3000억원=신사업기획본부를 중심으로 한 R&D 역량강화도 올 과제다. 기존 핵심사업 역량과 신성장 사업용 핵심 기술 확보를 목표로 △휴대인터넷망 접속성능 및 서비스 품질 보장, RFID/USN 통합 솔루션과 센서망 구축 관리 △네트워킹 보안, 홈게이트웨이 설계,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 △망안정화와 대역폭 보장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새 게임의 법칙 적용=‘변화는 게임의 새법칙’. 이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변화와 도전을 골치아픈 숙제로 생각하지 말고 모든 분야에 적용, 혁신하는 것을 즐겁게 추진하자는 경영철학이다. 고객과 시장에 맞춰 각 부문별 혁신 세부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올해 KT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