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시장 쏠림 방지와 클린마케팅에 대한 빗발치는 요구에 따라 자진해서 점유율 상한선(52.3%)을 만들었고 매출 목표도 당초 10조5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낮췄다. 대신 하반기 이동전화 시장을 안정시키고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글로벌사업, 콘텐츠사업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해왔다. 번호이동시장이 전면 개방된 올해, 그는 또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장수가 바뀌었다고 목검 들고 오지 않는다”며 올해 각오를 내비친 김 사장. 지난 4일 오후 SK텔레콤의 새 사옥 ‘T타워’에서 그를 만나 CEO 2년차의 새로운 계획을 들어봤다.
-번호이동성제가 완전 개방됐다. 벌써부터 시끄럽다. 올해도 시장점유율 제한(52.3%)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유효한가.
▲약속은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고 있는데 너무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리딩’기업의 CEO가 말을 그렇게 쉽게 뒤집을 수 있겠나. 중요한 것은 시장 전체가 크는 것이다. 포화한 이동전화시장을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SK텔레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CEO직을 맡은 첫 해인 작년 한 해를 평가한다면.
▲SK텔레콤에 있어 작년 한 해는 번호이동성제의 도입, 접속요율 인하, 하반기 요금인하까지 경영여건이 여느 해보다 좋지 않았다. 사업자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켜 모두에게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하반기 시장점유율을 자율적으로 규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성장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싸이월드의 성공과 연계하는 등 무선인터넷 매출이 전체의 20%대로 크게 증가했다. 베트남 S폰 10만 가입자 돌파, 중국 단말기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글로벌화의 기반을 닦았다고 본다. 어려웠지만 향후 경영에 좋은 밑거름이 된 한 해였다.
-통신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올해 이동통신 시장의 주요 화두는 뭔가.
▲올해는 DMB와 WCDMA, 디지털홈, 텔레매틱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이는 비단 SK텔레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사업자들 역시 성장 둔화세를 되돌리기 위해 컨버전스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에 힘을 모을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를 광대역화하고 소비자의 고도화된 욕구를 충족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우선 WCDMA 투자와 와이맥스(WiMax), 무선랜, WPAN 등 다양한 무선기반 서비스를 기존 네트워크와 연계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누가 차별화하고 경제적 가격에 제공하느냐가 새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매출목표는 당초 계획에 못 미쳤지만 시장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향후 유지전략은.
▲올해 양방향 번호이동은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돼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기반으로 음성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데이터 사업의 성장세 유지, 글로벌 신규 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음성사업은 클린마케팅 기조하에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은 고객을 유지하고, 데이터사업은 유무선 연동 ‘모바일 싸이월드’, 인공지능 ‘1mm’ 서비스 등을 개발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게 목표다.
위성DMB, m뱅킹 등 컨버전스 영역의 신상품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고기능 복합단말기 보급 확대는 외형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자회사와의 연계를 통해 SK텔레콤을 성장시킬 수도 있지 않겠나.
▲그렇다. 중단기적으로는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이 성장의 한 축이 된다. SK텔레텍은 ‘스마트 니치 플레이어(Smart Niche Player)’를 지향하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은 무선인터넷 수익증가에 직결된다. 티유미디어의 위성DMB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회사를 통해 SK텔레콤 무선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은 위험분산에도 유리하고 인력 활용이나 경영에도 효율적이다. 또한 우리 회사는 자회사 지분율이 80∼90%에 달해 지분법 평가익을 통한 수익기여 효과도 크므로 해볼 만하다.
자회사 기업가치를 높이면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올해엔 어떤 신규사업에 주력하나.
▲콘텐츠 장르와 글로벌 비즈니스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로 했다. 또한 유무선 통합 시너지효과를 제고할 것 계획이다.
콘텐츠의 경우, ‘멜론’ 등 음악사업의 성공적 진입을 바탕으로 게임과 영상 등으로 다각화할 것이다. 2003년 540억원이었던 ‘준’의 매출이 작년에 1500억원에 달하는 등 3배 가까이 성장했다.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실릴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해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글로벌사업은 베트남 S폰 가입자를 50만으로 늘리고 미국·중국·동남아 등 선진국의 유력한 사업 파트너와 다각도의 협력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현지 사업권 확보와 무선인터넷 조인트벤처 등이 조만간 가시화될 방침이다.
WCDMA, DMB, 와이브로, 텔레매틱스, 디지털홈 등 신규서비스를 시급히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목표의 한 축이다.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지나.
▲2003년에 이어 작년에도 약 2000억원을 R&D 비용으로 투입했다. 올해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R&D투자는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CDMA, cdma2000 1x, 1xEVDO, WCDMA 등 새로운 통신 기술을 상용화해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공격적 R&D는 오늘날 SK텔레콤이 다른 사업자와 차별적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앞으로는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컨버전스·유비쿼터스 분야의 R&D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CAPEX도 매출의 17%선에서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다. WCDMA는 당초 약속한 6000억원을 지킬 것이다.
-컨버전스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산업별 규제기관이 중복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규제 우려로 인해 신규서비스의 개발이나 제공이 위축되거나 지연되기도 한다. 물론 규제기관 개편은 각 산업의 규제원리, 산업 구조 등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국민적인 합의가 우선 추진돼야 하므로 장기적인 문제일 것이다.
다만 먼저 정부기관 간 합의를 통해 컨버전스 산업에 대한 규제원칙을 정립한다면 사업자들이 다원화한 규제체계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규제기관은 사후 심판자보다 ‘시장의 질서유지자’나 ‘선행촉진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위험을 먼저 감수해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를 지원해줘야 한다. 정리=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2005년 SKT 주요사업
◇신규 서비스 본격 개시=WCDMA·위성DMB·텔레매틱스·디지털홈 등 신규 서비스를 본궤도에 올린다. 음성·데이터 위주의 사업에서 영상·부가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것. WCDMA는 올해 6000억원을 투자해 부산·대구 등 5대 광역시를 포함해 23개 시로 확대할 예정이며 텔레매틱스 제주도 시범사업은 3월부터 상용화한다. 위성DMB 5월 상용화와 디지털홈 시범가구 확대도 올해 주요 사업이다.
◇준, 모바일 싸이월드, 멜론, 그 다음은?=광범위한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고 ARPU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가 필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한 게임업체 인수설 등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 올해 또 하나의 과제다.
◇제2의 TTL 만들기=오늘날 SKT가 있기까지는 TTL 같은 차별된 브랜드 마케팅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이는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소구점이 강하긴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2의 TTL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새롭게 시작될 WCDMA나 위성DMB, 와이브로 등은 차별된 네트워크를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 이는 SKT의 마케팅력을 다시 한 번 검증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혁신, 인재양성=음성 위주의 이동전화 사업을 컨버전스 사업으로 바꾸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성장동력을 일궈낼 인재 리소스가 중요하다는 게 김신배 사장의 지론.
올해는 새로운 인재양성안을 마련해 집중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의욕적이고 재미있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김 사장의 경영 철학에 맞는 새로운 조직과 인재양성 계획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