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움틀 것이라고 예측하고, 거기에 맞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맞추면서 초지일관 일해온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ARM이 반도체 설계 자산(IP) 유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노하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ARM코리아 김영섭(49) 사장은 이 같이 말했다.
“지난 90년 12명이 창업할 때, IP 유통에서부터 칩 제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했습니다만, 당시에 공장을 짓고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창업자들은 칩 생산보다는 IP를 판매하고 라이선스 및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ARM은 IP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자신이 못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외부에서 조달했다고 김사장은 설명했다. IP 유통시에는 IP만 공급하면 되는 것이 아니며 각종 솔루션들을 동시에 제공해야 했고 이를 영국 내에서 조달해 같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잘 돼있었으며 우수한 반도체 회사들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된 상황이었습니다.”
ARM이 한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초기에 형성된 파트너십을 계속해서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ARM이 욕심을 내서 칩을 만들거나 했으면 아마 지금 같이 ARM의 프로세서 IP가 확산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초의 파트너십을 유지, 이를 통해 고객들이 ARM을 떠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꾸준하게 돈을 벌고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유비쿼터스 시대의 아키텍처가 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ARM은 IP 산업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액의 3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IP 산업의 특성상 기술 개발이 없으면 고객이 떨어져 나가고, 한번 나간 고객은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현재 32비트 반도체 IP 시장에서 76.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IP 시장에서는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 ARM의 독특한 점은 의사결정권한이 많이 분산돼있다는 점이다.
“직원과 최고경영자 간의 의사소통 구조가 두 단계뿐이 안됩니다. 회사가 작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기는 합니다만, CEO와 수시로 연락이 가능하며 결정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내립니다.”
이러한 경영 방식으로 책임에 따른 권한 이임이 잘돼 있어서 회사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김사장은 전했다.
김사장은 국내 팹리스 업체 업체들이 ARM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던 것처럼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조는 국내 대기업의 서비스 회사로 근근이 연명할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성공하려면 해외 시장을 두르려야 합니다. 세계 시장 진출에 있어 필요한 것인 기술력과 함께 마케팅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김사장이 보기에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기술적으로는 유능하지만 아직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없는 실정이라며 해외 네트워크에 강한 인재들의 충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영국 캠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IP 제공 업체로 세계 임베디드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RM은 16·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를 개발, 세계 모든 업체들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IP사업을 시작했다. ARM은 기존 반도체 업체와 달리 투자와 위험이 따르는 반도체 생산 대신 핵심 설계 기술을 개발, 기존 반도체 및 시스템 생산 업체에 라이선스함으로써 이들 업체들이 개발 인력과 시간을 줄이고,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게 하는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성공한 회사다.
ARM은 멀티미디어, 가전, 모바일 제품 및 임베디드 시장을 겨냥, 저렴하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고성능 코어 기술을 개발해 이를 전세계 100여 개 이상의 반도체 회사에 라이선스하고 있다.
현재 ARM과 관련해 800여 명이 일하고 있으며 얼마 전 아티산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직원 규모가 1100명으로 늘었다.
ARM코리아는 지난 97년 설립됐으며 ARM 본사와 국내 지분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들어졌다. ARM코리아 주주이자 대표인 김영섭 사장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