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는 국내 최대 컴퓨팅 업체다. 최준근 사장은 올해로 10년째 이 회사의 CEO를 맡고 있다. 지난 95년 초대 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어 오면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다국적 기업 CEO로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올해 떠올리는 키워드는 ‘지속적인 성장’이다. 매년 7∼8% 고속성장했던 한국HP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최 사장은 “이제 더 이상 시장을 예측해서 시장을 공략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시대”라는 말로 전략을 요약했다. 기업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의 해법을 찾는 최 사장에게서 한국HP의 전략과 국내 IT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국내 IT 업계의 경기 전망은 올해 수준이거나 더 나쁠 것이란 견해가 많다.
▲한국은 그동안 경이적인 성장을 해 왔다.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은 늘 성장하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규모가 작아 불을 지피기도 쉽고, 끄기도 쉽다는 특성이 있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데다 뉴딜 등이 진행된다는 점들이 기대요인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점은 내년 정도에나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국내외 적으로 IT시장에서 화두가 될 만한 이슈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작년 말부터 화두 되고 있는 RFID, DMB 그리고 홈네트워크가 올해 가장 큰 핵심 이슈라고 말할 수 있다. 이 3개의 핵심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큰 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3개의 핵심 기술은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유통, 경제 등과 같은 사회 시스템은 물론 개인 개인 생활 패턴도 변화시켜 기업시장과 소비자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 한국HP도 2004년에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에 대한 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은.
▲지난해는 2003 회계연도에 비해 1% 성장하는데 그쳤다. 스윙폰이나 PC·프린터 등의 매출 성장 폭은 컸지만, 다른 품목들의 매출이 다소 떨어졌다. 특히 유닉스 서버의 경우는 가격경쟁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은 상승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올해 목표는 내달 본사와 전반적인 비즈니스 리뷰를 하겠지만, 전년대비 5% 대 성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지난해는 몸집을 줄였다면 올해는 불황의 파고를 넘어 다가올 호황기도 내다보며 살찌우고 넓히는 해가 될 것이다.
-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복안이 있다면
▲올해 핵심 전략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AE, SMB, 파트너 다이렉트 등이다. 그동안 강조해온 적응형 엔터프라이즈(Adaptive Enterprise AE) 전략이 시장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중소기업(SMB) 공략은 역시 중요하다. 3번째 키워드인 파트너 다이렉트 모델은 유통채널들이 제품을 주문하면 HP가 직접 판매하는 중소기업 맞춤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제품을 주문하는 HP 온라인 쇼핑몰인 온라인스토어에서는 PC, PDA, x86서버, 프린터 등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 서버 부문의 경우, 업체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IBM이 코오롱정보통신과 AAP모델을 도입하며 시장공략 수위를 높이고 있다. 메인프레임을 포함한 서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전략은.
▲ 고객들이 총소요비용(TCO)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다. 메임프레임으로 대표되는 기존 시스템이 개방형 시스템의 맏형격인 유닉스 서버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HP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아이테니엄칩 기반 서버를 내놓음으로써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유닉스, 윈도, 리눅스 등 자신의 환경에 맞게 운용체계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32비트 윈도 시장에서 1위인 HP의 프로라인언트 서버 부문과 유닉스 사업 부문의 협력을 통해 서버 통합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겠다. IBM이 2006년부터 파워6 칩을 기반으로 한 메임프레임 아키텍처 전환 결정을 발표했는데 메인프레임을 대체할 호기라고 생각하고 전방위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 프린터 분야에서는 HP는 늘 1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성과와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 지난해 잉크젯 프린터 시장은 복합기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단품 프린터를 넘어선 한해였다. 소비자 시장에서 한국HP는 점유율 50%로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객 체험전략의 일환으로 HP 고객 체험관을 잇따라 만들고 영화관, 커피점 등과 다양한 공동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기업용 프린터 시장은 지난해 컬러와 복합 바람이 이어져 컬러레이저 시장이 4만∼5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규모 사무실를 위한 보급형 컬러 프린터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매년 100%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디지털 복합기 시장에서 더욱 강력해진 라인업과 토털프린트매니지먼트 솔루션으로 복사기 회사와의 뜨거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 PSG를 비롯해 각 사업 본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에는 많은 정리작업을 했다. 이와 관련한 올해의 계획은
▲무엇보다도 올해 도입한 파트너 다이렉트 제도를 강조하고 싶다. 새로운 비즈니스 판매 방식이자 비즈니스 모델인 `파트너 다이렉트(Partner Direct)`는 고객이 협력사에게 주문하면 HP가 직접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HP의 채널 파트너 사 중에서 약 50개 채널사 들이 파트너 다이렉트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필요에 맞게 스펙을 구성, 직접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제품은 PC, PDA, 로우엔드 x86서버, 프린터 등 중소기업 고객을 위해 다양한 제품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반소비자 시장의 영역 확대를 위해 현재 260여개인 HP 자체 소매점 `디지털 HP`를 올해말까지 30% 이상 늘릴 계획이며, 주요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도 다양하게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 지난해 4분기 중국 상해에서 개최한 행사를 돌이켜 보면, HP는 디지털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음악, TV, 사진, 비디오 등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진전됨에 따라, 가정에 있어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파에 앉아 리모콘 하나로 TV와 PC, 사진, 음악, 영화 동영상 등을 넘나들며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다. HP는 `홈에서의 디지털 체험`의 중심에 설 미디어센터PC를 비롯해 PDA,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복합기나 포토프린터 등과 연결되어 다양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탄탄한 제품군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HP는 무선랜과 AP(액세스 포인트)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등 이동성과 연결성, 호환성이 돋보이는 HP 미디어센터 PC M1200 시리즈를 출시했다. 올 상반기 기술적인 매력은 물론 거실의 품격을 한층 높여줄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춘 리빙룸PC를 선보일 계획이다.
- 국내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법인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매출 규모가 더 컸다. 지금은 중국 볼륨이 한국보다 커졌고 무엇보다 매출성장률이 지난해 30%에 달했다. HP 매출도 과거에는 일본, 한국, 중국, 호주 순이었는데 지금은 일본, 중국, 호주, 한국 순이 됐다. 다행히 R&D 센터는 한국이 유치했지만, 중국은 조직뿐만 아니라 생산기지도 확대되고 기업들의 투자규모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력 따라 다국적 기업 위상도 달라지는 것 같아 고민이다.
- 그래서 지난해 정보통신부와 HP가 한국에 설립한 KDC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 현재 전자태그(RFID)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다른 국가의 연구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져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다.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는 정부와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례에 따라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 HP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해왔지만 국산 부품의 최대구매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맞다. HP는 한국 최대의 바이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부품의 상당부분을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로 부터 구매하고 있다. HP 본사가 구매한 부품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8억 달러(약 5조)에 달한다. 주로 LCD, 모니터, HDD, 반도체 등이다. 올해는 6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다국적 기업 CEO로서 어느 새 최고참이 됐다. 새해를 맞아 다국적 지사장들에게 보탬이될 수 있는 좋은 말씀을 부탁한다.
▲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은 본사 또는 아태지역 본부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독자적으로 드라이브해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잘못 되면 입지가 악화 될 수 있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의 CEO는 한국의 사정과 비즈니스 문화·경제여건 등을 알리는데 항상 노력해야 한다. 사장 한 사람 때문에 전직원이 고생하는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된다.
<정리=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사진=윤성혁기자>
<최사장이 밝히는 한국HP 부문별 성장 전략>
◇ 서버 부문
올해 한국HP의 서버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은 메임프레임의 윈백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MFE(Mainfram elimination)라는 팀도 구성했다. 공공 시장과 교육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솔루션 채널과의 공조 수위도 높일 것이다.
◇ 스토리지 부문
SSP(Storage Specialized Partner)를 이용한 영업 확대, 신제품 RISS를 앞세운 ILM 시장 공략 강화, 하이엔드 스토리지 판매 강화로 요약된다. 이미 기존 2개 총판과는 별도로 최근 영우, DFI, SK네트웍스, 정원, 한국IT진흥, 예지정보, 시스원 등을 SSP로 선정했다. 20% 대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 PC 부문
PC 부문의 경우 노트북 시장에 집중할 것이다. 국내 노트북 시장은 데스크톱 시장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LGIBM의 분리 이후 노트북 2위 자리 확보에 올인할 것이다.
아웃소싱
올해 ITSM(IT Service Management)이 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이 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수요에 대응하고 변경관리, 구성관리, ID관리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 HP의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 프린터
6색 잉크의 포토 프린팅이 가능한 이른바 포토-레디(Photo Ready)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용 프린터 부문의 경우 SMB 공략이 1 순위다. 흑백 레이저 프린터 부문에서는 올해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행망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