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조용한 변화를 겪었다. 손영진 사장이 선도한 이 변화는 바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공격경영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올해도 국내 SW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손 사장의 잔잔한 미소에는 자신감이 배어난다. 이미 내부조직 정비는 물론 개인용과 기업용 시장에 대응한 제품라인까지 모두 갖췄다는 표정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새해 전략과 손사장의 포부를 들어본다.
대담=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지난해 국내 IT 산업 경기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평가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작년 한해를 되돌아본다면.
▲어려운 주변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는 당초 목표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성취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한해로 평가하고 있다. 사업 측면에서 세계적인 대형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한 서버사업이 전체적으로 10% 이상 성장했다. 특히 SQL서버가 두 자리 숫자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의 GSBN(Global Samsung Business Network)과 KT의 NeOSS(Next and New Operation Services System) 등도 대외적으로도 주목을 받은 사업성과다. 윈도서버 2003과 오피스시스템을 필두로 기업용 시장에서의 확산을 위한 초석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본사 차원에서 추진한 의미 있는 사업들도 가시화됐다. 7월에 있었던 스티브발머 본사 사장의 방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된 국내 정보격차 해소프로그램 UP(Unlimited Potential)활동은 그 대표적인 예다.
- 올해 국내 IT 시장을 조망한다면.
▲대부분 인지하다시피 내수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최근 몇 년 간 IT업계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펼쳤지만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다수 기업들의 차세대 시스템교체는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는 차일피일 미루던 기업 인프라 교체가 큰 규모 기업들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불황 중에도 가능성을 비췄던 BI와 RTE시장이 가장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용 시장 역시 작년 미디어센터PC와 태블릿PC 등 노트북컴퓨터 붐을 탄 OS시장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지난 한해 국내 SW 시장에는 지적재산권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지재권과 관련한 사항은 SW개발사들의 저작권인정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대표적인 사례였던 SW스트리밍은 시장에 파급력이 큰 만큼 저작권자들의 승인에서 논의를 시작함이 적절하다. 이 같은 원칙이 깨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국내 SW개발자들의 입장과 권리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MS 본사 차원에서도 라이선스 정책은 사용자들과 고객, 그리고 파트너사의 편의를 돕기 위해 끊임없이 검토되고 수정된다. 최근에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한 하드웨어에 하나의 라이선스를 적용키로 한 것은 좋은 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본사의 이 같은 방침을 준용해 이용자들의 요구와 시장상황에 맞게 라이선스 정책도 수정·개선해나갈 것이다.
-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공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공개SW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공개SW에 대해서는 지난 해 입장을 정리해서 밝힌바 있다. 줄여 얘기한다면 공개SW는 최초 개발자에게 어떤 동기부여도 보장되지 않는다. 개발자들의 노력이 지재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는 SW 기반 IT산업을 수출 주력 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정부 의도와는 맞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공개SW를 활용, 원천 기술을 확보한 뒤 SW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공개SW 시장은 일반 SW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소스코드가 공개된 제품들을 배포하고 관리하는 산업은 실제로 업체 인지도에 의해 성공 여부가 전적으로 좌우되기도 한다. 그 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산업은 SW라고 하는 무형 재산에 대한 가치를 무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공개SW에 앞서 최저가 입찰관행 등 SW산업이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탄탄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MS가 통신, 방송, 게임, 보안분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진행상황을 얘기해달라.
▲사업을 다각화에는 한가지 변하지 않는 방향이 있다. 그것은 바로 SW를 통해서 모든 가능성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와 게임의 64비트 시대가 도래했으며 MS는 본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따라 올해 구체화되고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방송·통신·게임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이다.
- 최근 기업용 솔루션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한 투자내용은 어떤 것이 있나.
▲64비트 환경을 지원하는 고효율의 ‘윈도서버2003’을 출시하면서 그간 DBMS 시장에서 쌓아온 지속적인 성장률을 바탕으로 기업용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오피스 차기 버전을 기업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과 효율성을 높여 주는 토털 SW‘시스템’을 출시했다. 오피스는 기존 제품군에 생산성향상 프로그램, 커뮤니케이션 서버, 관련 서비스 등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윈도플랫폼 관리서버인 ‘MOM(Microsoft Operations Management)2005’와 ‘버추얼서버 2005’를 출시해 기업용시장 공략을 위한 라인업을 갖췄다. 올 하반기에는 ‘SQL서버 2005’와 ‘비주얼 스튜디오닷넷 2005’가 출시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64비트 분야의 모든 체계가 완료돼 그간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빛을 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 KT와의 협력관계는 어떻게 진행되나.
▲최근 KT와 MS가 우리나라에 비즈니스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제2기 협력을 시작했다. 당초 1기 때는 KT의 5억 달러에 달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MS가 매입해 이뤄진 자본투자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양 사가 미래사업을 위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제휴를 통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MS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해외 R&D센터를 국내 유치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본사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가 세워지면 세부적인 연구 방향과 중소 협력업체 참여 방안을 마련하고, 외부 콘텐츠와 기술·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합작펀드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다. 사회봉사 활동과 관련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정보화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200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UP(Unlimited Potential)’ 프로그램으로, 여기에는 5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SW가 지원된다. 올해 국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중요한 사회활동으로 진행될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세계 유수 비영리단체와 함께 교육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PIL(Partner In Learning)’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적으로 펼치는 사회공헌활동도 있는데 ‘기빙매치(Giving Match)’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과 회사가 힘을 합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의 독특한 활동으로 직원들 70% 가까이 자발적인 의지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업이다.
정리=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손영진 사장의 화합경영론
‘당뇨클럽’, ‘장교클럽’, ‘대치동모임’ ……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는 손가락으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갖가지 모임과 동아리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것이 바로 손영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불과 1년도 채 안 돼 만들어놓은 눈에 띄는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바로 화합경영을 위해 손 사장이 내딛은 첫걸음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업무와 무관한 모임을 만든 것이 성과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손 사장의 생각은 오히려 그 반대다. 지나친 상하관계의 조직은 실제 업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애사심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직에서의 횡적인 구조, 바로 각종 동아리와 모임을 활성화해 수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변화시킨다. 또 이 같은 모임들을 통해 경영진은 적지 않은 정보를 얻는다. 각 부서별 이슈와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는 출신학교는 물론 지역별로, 취미별, 목적별 모임들이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당뇨클럽’은 당뇨가 있는 직원들의 모임이다. 자신의 병을 공개하고 경험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는 것 외에 서로를 걱정해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덤도 있다.
손 사장은 어떤 조직이건 간에 비슷한 문제들은 모두 가지고 있고, 문제는 구성원들이 밖에서 회사의 문제점을 들춰내느냐, 회사의 장점과 자랑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그 회사의 미래를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 구성원의 사적인 일이 업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누가 어떤 고민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일에 시간과 돈을 들이기에 인색하지 않다.
직원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화합하며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이미 성공을 보장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손 사장의 경영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