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이슈](9)자율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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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역동적인 인터넷 환경 구축을 위한 ‘자율 규제’가 2005년 인터넷 업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이용 행태가 극도로 다변화되면서 이제 기존 타율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는 갈수록 급증하는 인터넷 역기능에 대응할 수 없다.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한 인터넷 기업들은 올해를 인터넷 자율 규제 원년으로 삼아 산업 활성화와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지난해 초부터 핫라인 구축 등 자율 규제에 동참하는 분위기여서 올 한 해 정부의 규제 정책의 변화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 3000만 시대, 타율규제 한계 극명=지난해 6월 인터넷 이용 인구 3000만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 이용자의 양적 팽창과 함께 ‘유무선 통합형 서비스’ ‘1인 미디어’ 등이 2004년 키워드로 등장하는 등 인터넷 환경은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선택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갈수록 심화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현행 정부의 타율 규제 시스템은 이를 막아내는 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게임 ‘리니지2’를 놓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 정부의 이중 규제 문제가 불거졌는가 하면 무선 인터넷망 개방을 둘러싸고 시장 질서를 외면한 규제 정책이라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온라인상의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고시하는 인터넷 유해 매체물은 줄어들 줄 모른다.

 무엇보다 그동안 청소년보호위원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다수 규제 기관이 일방적인 규제만 시행하는 상황에서 자율 규제 기반이 취약한 기업들은 소극적인 정화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자율 규제란 무엇인가=이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의 정부 타율 규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자율 규제(Self-Regulation)’가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자율규제포럼에 따르면 자율 규제란 ‘민간 영역이 정부의 규제 영역에 적극 참여하고 정부가 이 같은 민간 영역의 활동 및 역할을 지원해 규제의 합리화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자 행동강령 제정, 등급·내용 선별 시스템 도입, 핫라인, 이용자 교육 등이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자율 규제는 △인터넷 기업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 노력 △정부의 최소한의 감독 및 이용자 교육 등 지원 △이용자의 인식 제고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 비로소 이상에서 현실로 옮겨질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일찌감치 자율 규제 또는 공동 규제 모델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율 규제는 인터넷 매체의 변화 및 확장에 따른 규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선택권을 최종 이용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소비자 지위를 강화해준다. 또 사업자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사회 신뢰성 제고라는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 환경에서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특히 자율 규제는 정부 규제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규제만으로는 이 같은 목적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만큼 소비자, 정부, 기업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자율 규제 모델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자율 규제 ‘원년’=특히 올해를 자율 규제 원년으로 주목하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인터넷 관련 단체들이 자율 규제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율 규제를 본격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해 ‘제1기 세이프 인터넷 사업’을 개시,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핫라인 설치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냈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회장 박성찬)의 무선인터넷콘텐츠 자율심의위원회도 무선 콘텐츠제공업체(CP)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면서 향후 무선 인터넷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업계 자율적 기준을 하나씩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올해 인터넷기업협회는 2기 세이프 인터넷 사업을 통해 자율 규제 활동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한시적인 전담팀(TFT) 형태의 민간 주도 자율 규제 상설기구 설립을 통한 공동 규제 모델 구축도 추진할 예정이다.

 무선콘텐츠자율심의위원회도 대형 유선 포털 등의 무선 인터넷 사업 참여 등으로 관련 심의가 날로 늘어나면서 자율 규제의 틀을 확립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황성기 교수(한림대 법학)는 “정부 주도 규제가 강력한 우리나라는 민간과 정부 주도 규제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공동 규제 모델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정부는 불합리한 현행 규제 시스템의 개선과 민간 영역의 자율 규제 역량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춰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국내 현황"`제2기 세이프 인터넷사업`이 중심 축

올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제2기 세이프 인터넷 사업’을 중심으로 자율 규제 활동을 대폭 강화한다.

 크게 무선인터넷, 온라인 저작권보호, 청소년보호, 유무선 전화결제 제도, 인터넷 광고 시장, 개인정보 보호 등 6개 부문에 걸쳐 결성된 포럼 및 협의회, 워킹 그룹 등을 통해 실질적인 자율 규제 실천 계획이 시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우선 무선 인터넷 부문에서는 포털, 콘텐츠제공업체(CP), 전자지불결제대행(PG), 이동통신사 등 30여 기업이 참여하는 무선인터넷포럼에서 콘텐츠 검증기관과의 콘텐츠 자율규제 모델 정립, 무선인터넷망 접속 사업자의 행동강령 지정 등을 추진한다.

 유무선 전화결제 부문은 지난해 결성된 유무선전화결제협의회(회장 류창완)를 중심으로 이르면 3월부터 안전한 인터넷 결제 이용을 위한 대국민 공동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전화결제기업의 행동강령 제정, 미성년자 부모 동의 합리화 관련 대정부 정책 건의 등도 검토에 들어갔다.

 온라인저작권 보호 및 유통 부문은 한국영상협회,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 저작권 관련 협단체 간 핫라인을 연내 구축하고 저작물 유통자로서 인터넷 기업의 역할과 책임기준 연구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사이버윤리척도 개발 등에 공동 참여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 청소년보호 워킹그룹은 청보위 등 규 기관과 핫라인 시범사업을 지속하고 사업자 자율 규제 관련 백서 제작 및 홍보에도 나선다.

 또 인터넷 광고 시장 부문에서는 인터넷매체협의회 18개사와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 등이 인터넷 광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인터넷 광고 내용 자율 규제 및 행동강령도 만들기로 했다.

 개인정보보호 부문도 개인정보보호협의회를 신규로 구성해 개인정보 담당자 교육 프로그램 운용 등을 추진케 할 예정이다.

*해외 현황: 사업자 단체가 자율통제·관리

◇유럽=유럽연합(EU)은 EU정보사회총국 관할로 지난 99년부터 2008년까지 3기에 걸쳐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 규제 촉진을 위한 ‘안전한 인터넷 액션 플랜(SIAP)’을 추진 중이다. EU 액션플랜의 특징은 불법 및 유해 정보에 대한 정부와 사업자의 역할분담, 책임의 영역, 그것을 처리하는 수단을 개발하며 궁극적으로 정보사회 비전으로서의 이용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액션플랜은 회원국, 핫라인, 내용등급 및 자율규제 분야의 다양한 행동 노선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안전한 인터넷 포럼’을 통해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일본=일본 정부는 인터넷사업자단체인 일본인터넷협회(IA재팬)를 중심으로 자율 규제를 지원하고 있다. IA재팬은 2001년 일본 총무성, 우정통신성, 경제산업성의 지원 아래 277개의 인터넷산업단체 및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개인정보보호, 등급시스템, 핫라인, 저작권보호 등 인터넷 자율규제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IA재팬과 정부간 공조 체계가 잘 이루어져 정부의 지원을 받아 관련 국제정책에 적극 참여해 일본 사업자의 이해 관계를 국제사회에 반영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미국은 시장 경쟁을 가장 선호하는 정책, 즉 사업자 단체 중심의 자율규제시스템을 권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지난 98년 미국 상무부가 제안한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은 도메인 네임을 둘러싼 제반 문제를 관련 주체들이 자발적인 통제 및 합의 아래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 도메인 네임의 폭발적 확산은 물론 각국의 인터넷 정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정책 입안의 주요 원칙은 첫째 민간 이해당사자들이 주도하게 할 것, 둘째 인터넷을 시장 지향 매체로 간주할 것, 셋째 인터넷의 분산적 본성을 존중할 것 등이다.

또 미국게임연합회(IDSA)가 운영하는 등급시스템인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게임등급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국가간 전자 상거래에서 개인 정보보호라는 성과까지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