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 10여 년, 인터넷 분야 대표 기업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은 기업이 바로 NHN이다. 정통 인터넷포털 네이버(http://www.naver.com)와 게임포털 한게임(http://www.hangame.com)을 양축으로 하는 NHN은 두사이트 모두 국내 최대 순 방문자수를 기록중이다. 올해는 중국과 일본을 넘어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을 모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 뿐만 아니라 벤처 기업 대표로도 손꼽히는 NHN의 김범수 사장을 만나 올해 포부와 업계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대담=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지난해 국내 인터넷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됐던게 인수합병(M&A) 등 이른바 ‘시장재편’이었지만 뚜렷한 이슈는 없었다. 인터넷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CEO로서 올해 업계 판도를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해에는 SK텔레콤·KT·CJ 등 대기업 자본의 진출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력과 기술을 흡수하고, 매스마케팅을 통해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단시간에 극복했다. 놀라운한 성과를 이뤄낸 기업도 있지만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별한 성과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올해 역시 이들 기업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소문으로 떠돌았던 전문 기업을 대상으로한 M&A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구글이나 야후 등 외국계 기업도 경쟁구도의 한축을 이룰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구글도 어떤 형태로든 국내에서 입지를 다질것으로 예상된다. 샨다네트워크 등 중국기업들도 마찬가지다.
-NHN 역시 M&A시장에서 끊임없이 ‘소재거리’가 됐는데.
▲NHN의 목표는 일단 글로벌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한·중·일시장 석권을 통해 기업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는게 더 급하다. M&A나 제휴 등 전략적 선택은 그 다음의 일이다. 예컨대 지금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기업에 인수되거나 제휴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NHN으로서는 그저 마이크로소프트의 자그마한 사업부문 하나로 그치고 말것이다. 외환위기 때 한글과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터넷업계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대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DMB, 무선망 본격개방, 자율규제 활성화, 유무선통합, 전자태그(RFID)서비스 확대 등이 좋은 예다. 이런 사업 기회들이 위축된 업계의 위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나?
▲인터넷 기업들은 오랬동안 이런 신사업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공정 경쟁이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예컨대 무선망 완전개방을 대비해 개발한 콘텐츠와 서비스들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이런 콘텐츠를 담아내는 기술 진화 및 보급확대, 서비스 증대 등의 선순환 구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컨소시엄 참여 형태이긴 하지만 인터넷과 콘텐츠기업들의 DMB사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NHN의 계획은?
▲ DMB사업의 성공은 콘텐츠가 좌우하게 돼 있다. DMB사업자들이 어느정도 궤도에 안착하고 난 다음에 참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게 없다.
-NHN은 지난해말 국내시장을 전담하는 대표를 두면서까지 글로벌사업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올해 일본과 중국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1억 달러를 투자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현지에서 QQ라는 강력한 경쟁 업체가 부상한데 따른 오해이다. 예상치 못한 단순 경쟁자가 생겨 위협 요인이 생긴 것일 뿐 중국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초기 진입이 어려운 중국에 비해 진입은 쉽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한게임재팬은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키는게 최대 관건이 아니겠는가?
다만 안정기에 접어든 한국시장에 비해 일본과 중국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다. 즉 성장성에 비해 충분한 전략이나 노하우 또는 리소스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은 비즈니스 환경이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의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전략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또 다른 지역 진출 계획은?
▲올해부터 일본과 중국에 이어서는 영어권 국가를 공략해볼 계획이다. 대상 지역은 아시아권 영어 사용국가와 유럽 등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현재의 커뮤니티나 게임포털을 능가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인터넷서비스나 콘텐츠·플랫폼 들이 통합 또는 융합되는게 최근의 추세다. ‘네이버 블로그’가 검색서비스라는 강력한 툴과 접목돼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는게 대표적인 예다. 싸이월드나 다음의 신규 커뮤니티 서비스들도 기존 블로그의 장점과 미니홈피의 장점들을 수용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NHN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조만간 한층 진화된 통합형 블로그를 제공할 계획이다. 즉 획기적인 킬러형 서비스 보다는, 기존 서비스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올해를 ‘벤처 기업 부활의 원년’으로 삼는 신벤처 정책을 내놓았다. 경험이 많은 성공한 벤처 기업의 대표로서 어떻게 보는가?
▲정부의 강력한 신벤처 정책 추진은 매우 고무적이다. 예전처럼 자금을 단순 지원하는 형태를 벗어나 실질적인 제도 지원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선행되기 전에 반드시 벤처 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생기업과 중견기업, 혹은 나노기술이나 IT 산업 간에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을 반영해 다른 산업과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 벤처기업에게는 인수합병도 매우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인데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도 기대된다. 정부입장에서 이용자의 후견역할 외에 사업자 입장(산업발전)을 고려해 형평에 맞는 법제도를 정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이중규제 문제는 정부의 각 부처간 업무분장의 불명확성 때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터넷 분야는 관이 주도하는 규제방식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분야이며, 업계·이용자·학계 등 민간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벤처 기업의 대표로서 NHN에 거는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 단체들을 통합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출범을 주도하고 회장도 맡았는데, 올해 역시 업계 위상 정립을 위한 역할 확대를 기대해도 되나. 일각에서는 NHN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사를 맡아야한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단체들은 많지만 제역할은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단체마다 메이저 회원사들이 회장단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보니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그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최근에 인터넷업계 CEO들이 회합을 가졌는데 어떻게든 그냥 지켜볼수만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게임분야는 지난해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되고 또 나름대로의 영향력도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인터넷기업협회에 관심을 기울여볼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은 논의중일 뿐이다. 또한 당장은 아니지만, 벤처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각단체들은 중장기적으로 통합해서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리=조장은기자@전자신문, jecho@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etnews.co.kr
NHN은 지난해 말 국내 시장을 전담하는 국내 대표를 별도로 두면서 올해 사업 계획도 국내와 해외를 나누어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국내 사업은 포털 분야에서 멀티미디어검색, 지역검색, 개인화검색 등 새로운 검색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또 검색과 연동한 콘텐츠 서비스를 보강해 현재 확고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에 대한 시장 지배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시장 진입에 성공한 네이버 커뮤니티 서비스는 각 커뮤니티의 장점을 통합시키는 업그레이드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최대 강점인 검색 서비스를 블로그 등과 연동해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게임은 현재 ‘당신은 골프왕’ 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에는 스포츠 캐주얼 및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보강하고, 홈피길드 등 커뮤니티서비스를 강화해 국내 최고 게임 포털로서의 선두지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은 올해가 주요 사업분기점이라 보고 그 어느 때보다 총력전을 펼 예정이다. 우선 한게임재팬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일본시장에서는 선두 지위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공동경영하고 있는 최대 게임포털 롄종(http://www.ourgame.com)과 한게임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렌종의 시장 1위 입지를 굳혀나갈 계획이다. NHN은 이같은 전략을 통해 한게임을 내년 초까지 한·중·일 3국에서 동시접속자수 100만 명 기반의 세계 최대 게임 포털로 도약시킨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