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PC업체가 브랜드 제품의 수출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은 한 마디로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국내 PC산업은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했으나 원가 경쟁력, 인지도, 디자인 면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IT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PC산업은 2001년 정점을 찍은 후 내수와 수출 모두 악전고투하는 상황이었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 PC시장의 성장률은 제자리 걸음이었으며 수출 비중도 날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산업자원부 집계 결과 반도체·휴대폰과 함께 3대 IT수출 품목이었던 컴퓨터 제품군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수입이 수출을 넘어서는 무역 역조 현상마저 발생했다.
◇자체 브랜드 수출 포문=주요 업체가 일제히 자체 브랜드의 수출 비중을 높이면서 PC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삼성과 삼보컴퓨터가 나란히 자체 브랜드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보는 지난해 30만대 수출에 그쳤던 ‘에버라텍’의 해외 목표치를 100만대로 높여 잡을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삼성의 브랜드를 십분 활용하면 올해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삼성 제품은 이미 독일과 러시아 등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출시한 ‘초경량 노트북’PC는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LG도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의 노트북PC를 선보이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수출 지역도 유럽과 미주 중심에서 동남아·중국 등으로 넓혀 가고 있어 노트북PC 수출은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ODM 수출의 한계=PC업체의 해외를 겨냥한 공격 마케팅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수출 방식이 그동안 고수해 왔던 ODM 혹은 OEM 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라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ODM은 아직도 국내 기업의 대표 수출 모델이다. 연 10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300만대의 데스크톱PC를 글로벌 업체의 ODM으로 수출했다. 삼성과 LG전자 등도 생산 규모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100만대 이상의 PC를 ODM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ODM 수출은 생산 규모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대만과 중국이 생산 기지로 급상승하면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는 상태다. 이 때문에 국내업체도 오랜 전부터 사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 온 상황이었다.
◇기로에 선 PC산업=전문가들은 이미 국내 PC산업이 ‘재성장이냐, 쇠퇴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을 지배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PC산업은 전세계적으로 데스크톱PC에서 노트북PC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초기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자체 브랜드 노트북PC를 주력으로 한 글로벌 전략은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브랜드 기반의 수출을 통해 ‘수익 경영’과 ‘규모의 경제’를 모두 만족시켜 경쟁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연한 생산 체제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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