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컴퓨터가 99달러 MP3플레이어(MP3P)인 ‘아이팟 셔플’을 앞세워 세계 MP3P ‘시장 제패전략’을 표방한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인콤·삼성전자·거원·엠피오 등 국내 대표적인 MP3P 업체는 애플의 ‘저가전략’에 맞서 시장 수성작전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은 애플의 ‘아이팟 셔플’이 디스플레이 액정이 없어 활용도가 낮고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장담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제품 가격을 인하하거나 이와 비슷한 유형의 슬림형 MP3P를 기획하고 있어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MP3P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이 지난주 발표한 ‘아이팟 셔플’은 무게 22g(512MB)의 초소형 초경량 MP3P로 12시간 재생이 가능하며, 기계가 자동으로 음악을 선별해 들려준다.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도 “이제까지 나온 플래시형 MP3P와는 기본 개념이 다른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이팟 셔플’의 최대 무기는 가격. 기존 플래시형 MP3P가 155∼180달러(레인콤 177달러, 리오 184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이 제시한 99달러는 굉장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팟 셔플’은 13만원 정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손형만 애플코리아 지사장은 “비교적 유사한 제품이 레인콤의 ‘N10(256MB)’인데, 소비자가격이 26만9000원”이라며 “용량은 두 배지만 가격은 절반에 불과해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손 사장은 “이미 CompUSA나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 미국 대형 유통점에서 한국 회사들에 가격인하 압박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셔플’ 출시를 계기로 MP3P 가격구조가 전반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도 높다”며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당장 레인콤(대표 양덕준)은 내달쯤 플래시형 MP3P 가격을 5∼10% 정도 인하하기로 했다.
레인콤 측은 “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고 있어 2월경 제품 모델별로 5∼10% 정도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며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15%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가격인하는 작년 말부터 검토해 온 것으로 ‘셔플’을 의식한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애플 전략에 맞선 대응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와 거원(대표 박남규)도 추이를 보아가며 가격 인하 방안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엠피오(대표 우중구)는 ‘셔플’과 유사한 형태의 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 회사 우중구 사장은 “애플이 디지털 오디오기기에 액정을 만들지 않은 것은 중요한 실수이자, 오점이 되겠지만 저가 MP3P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라며 “다양한 부가기능이 내장돼 있는 제품군과 별도로 저가 제품군도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애플은 하드타입 MP3P로 전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플래시 타입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레인콤과 삼성전자, 거원에 밀려 애플의 점유율은 5% 미만에 머물고 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사진: 애플의 `아이팟 셔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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