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작은 원인이 커다란 결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론이 새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이론은 이미 지난 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아마존 정글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태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이 이론은 중국 모택동의 “하나의 작은 불씨가 온 광야를 불태운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의 나비효과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다. 기업들은 통신과 매스컴의 혁명으로 정보 흐름이 흡사 빛의 속도로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확산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인터넷·모바일·디지털방송·DMB·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적용된다.
최근 마케팅의 목적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서 고객 점유율 확대로 바뀌고 있고, 마케팅 방식도 타깃 마케팅에서 데이터베이스(DB) 원투원 마케팅으로, 마케팅의 도구도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바뀌고 있다. 이는 곧 마케팅의 날갯짓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디지털 마케팅 혁명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디지털 마케팅이 급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기술이 국가·기업·개인 사이의 벽을 허물고 규모가 곧 생산력으로 이어지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동시에 무한 경쟁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이미 간파한 빌 게이츠는 자신의 저서 ‘비즈니스@생각의 속도’에서 무한 경쟁 시대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신경망’으로 무장한 새로운 마케팅 접근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기업 조직을 인체의 신경망에 비유하고 신경망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속도가 성패를 가른다고 주장했다. 분명 남보다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고 신속하게 제품화하는 데에서 비즈니스의 성패는 결정된다.
그의 주장대로 디지털 신경망을 마케팅에 적용한 성공사례는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미국의 마텔사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바비 인형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 95년부터 리바이스사가 추진하고 있는 맞춤 생산 프로그램인 ‘오리지널 스핀’은 바지의 길이나 옷감 뿐만 아니라 모양과 디자인 등을 고객들이 선택, 주문한다. 현재 4만9500종류의 크기와 30개의 스타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총 150만개 종류의 청바지를 선택할 수 있다.
델 컴퓨터는 전 세계에 있는 부품과 부분 제조업체·배송업체·서비스업체들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델은 자체 제조공장 하나 없이 협업 네트워크에 의해 세계 최대의 PC제조업체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든 협력업체와 인터넷 단일망(글로넷)으로 연결해 사실상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마케팅을 구사한다. 전세계 구매·판매 법인의 정보를 실시간 열람할 수 있는 전사적 시스템도 디지털 마케팅의 무기다.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 수법을 도입한 후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에 비해 효과 대비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이메일, 디지털 콘텐츠 등을 활용해 글로벌 마케팅을 구현한 예도 많다. 아마존·이베이 등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부쩍 성장해버린 그들이 바로 주역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기고: 디지털시대 히트상품과 공통점-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연구원(Minhoon@samsung.com)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2004년 소비는 더욱 위축되었고 그나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경기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를 대표하는 다수의 상품은 소비자의 전폭적 관심 속에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미니 홈피 서비스 개시 3년 만에 가입자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싸이월드’, 고화소카메라+동영상재생+MP3+가로화면+대용량 메모리가 결합돼 개별로는 구현할 수 없는 차원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복합기능휴대폰’, 음악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능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중심기기로 부상한 ‘대용량 MP3 플레이어’가 대표적 사례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무엇일까. 어떤 특징들이 수많은 소비자들을 이토록 흡인하는 것일까.
첫째 이들은 모두 ‘또래문화’에 심취해 있는 젊은 층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해 성공한 상품들이다. 싸이월드는 타인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자신 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하려 하고(我) 그런 개성을 이해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하며(情) 쉽고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易) 젊은층의 취향에 부합해 대히트했다. 복합기능휴대폰과 대용량 MP3 또한 디지털 멀티미디어를 통해 모바일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신세대 니즈에 들어맞는 상품이다.
둘째 다양한 기능의 복합을 추구함으로써 까다로운 신세대의 고차원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특히 심플한 디자인, 휴대성, 감촉 등을 섬세하게 고려함으로써 복합상품만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젊은 스마트 소비자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셋째 이러한 감성파워 제고 노력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연결돼 R&D 증강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싸이월드의 경우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배경화면, 배경음악, 아바타 등을 통한 1일 판매수익만도 1억5000만원 수준이다. 또한 카메라폰 및 고화소폰의 비중이 이미 과반수를 넘어섰지만 소비자의 멀티콘텐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R&D 보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젊은 취향이면서 복합상품, R&D력이 뒷받침된 상품들이 디지털 시대를 견인하는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경기 호·불황과 무관하게 다수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꺼이 시간,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진보의 추세와 방향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그 무엇보다 중시되는 시점이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고객 개인과 전체 시장에 대한 지속적 관찰이 최우선돼야 할 것이다.
*인터뷰: 안종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디지털 마케팅은 기존 마케팅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대 혁명입니다.”
안종배 교수(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48)는 이미 10년 전에 디지털 마케팅의 개념을 국내에 첫 소개한 인물이다. 그 자신이 신지식을 전파하는 마케터로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초기 선택과 시장 선점을 중요시하는 디지털 마케팅 방법론을 잘 활용한 것이다.
안 교수의 디지털 마케팅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인터넷 마케팅·모바일 마케팅·디지털방송 마케팅·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기법들을 소개했다.
“국내 기업들의 살길은 오로지 디지털 마케팅입니다. 혹자들은 디지털 마케팅하면 IT업체들이나 할 수 있는 기법이라고 고개를 흔들지만 누구나 가능합니다. 마케팅 비용이 없어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안교수는 디지털이란 말 자체의 전문성에 기가 눌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인 마케팅만을 생각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좀더 쉽게 설명한다면 인터넷·이메일·게시판·모바일·디지털 방송·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면 됩니다.”
안 교수는 빛의 속도로 고객 니즈를 맞추고자 노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고객의 기념일을 온라인으로 고지해 주는 서비스를 최초로 구현한 고디바초코렛·미니홈피라는 인터넷 개인미디어 시장을 선점한 싸이월드 등등이 디지털 마케팅의 성공사례라고 설명했다.
“모바일과 인터넷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컨버전스 마케팅으로 시장을 역전시키고 있는 OB맥주를 보세요. 기존의 마케팅보다 몇 십배의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으로 젊은 여성층을 공략한 라네즈화장품도 좋은 사례가 됩니다.”
안 교수는 국내외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이 전통기업들에게 더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특별위원회에서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CEO나 일개 사원이 모두 ‘마케터’를 자임하며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T커머스나 DBM커머스 등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밑받침은 정부의 몫이죠.” 안 교수의 손짓은 어느새 힘이 실려 있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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