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달 셋톱박스 일체형의 140만원대 HD급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DTV를 출시한다. 이는 셋톱박스를 포함, 같은 크기의 기존 브라운관 HD TV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급속한 수요대체는 물론 중저가 보급형 DTV 붐을 가져올 전망이다. 슬림형은 기존 브라운관의 단점이던 두께와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인 것으로 전장폭이 기존제품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2월 중순 32인치 슬림형 HD TV 3종을 출시, 시장 제압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슬림형 DTV는 ‘CT-32Z30HD’ 모델로 60㎝에 이르는 브라운관 TV의 두께를 39.9㎝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셋톱박스 일체형 32인치의 경우 소비자 가격은 149만원으로 책정됐다.
LG전자도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HD TV를 예정보다 앞당겨 2월 중순께 출시한다. LG전자의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DTV는 두께가 기존 브라운관 보다 30% 정도 얇은 35㎝에 불과하다. 32인치 제품 가격은 셋톱박스 내장형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유사한 150만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슬림형 CRT 디지털TV를 주목하는가=품질은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기존 보급형 DTV로 나온 브라운관 TV의 외관을 단순화 시키면서 설치면적을 줄였고 HD 방송을 지원하고 있어 주력 품목으로 떠오를 수 있을만큼 ‘대중용’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28인치, 29인치, 32인치 등 일반 소비자들이 여태 시청하던 아날로그와 동일한 크기의 화면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없는 크기라는 것이다. 브라운관 TV지만 디지털 방송 특징인 16대 9 화면비도 충족시켰다.
◇생산및 판매 계획=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TV 생산능력은 전적으로 슬림형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에 달렸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구미생산라인에서 올 한해 80만대의 슬림 브라운관을 생산할 예정이다. 추후 생산 규모를 늘려 중저가 TV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도 부산공장의 생산라인을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생산체제로 바꿨다. 현재 생산규모는 월 15만대 수준에 이른다. 이같은 규모라면 올초 예측했던 디지털TV 판매 예측분을 초과한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TV시장 공략의 선봉에 슬림형 브라운관 DTV를 배치했음을 의미한다. 업계는 이 때문에 올해를 디지털 TV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로 가자’= 2월부터 전개될 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 TV 전쟁은 우선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계 시장을 둘러싼 전초전인 셈이다. 두회사 모두 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 TV 등장에 대해 ‘공격적 투자’를 다짐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해외 중저가대 디지털 TV시장이다. 제품 출시 이전부터 바이어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등이 대상이다. 공략 대상은 미국과 아시아 일부지역이 될 전망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소니, 마쓰시타, 샤프, 도시바 등 일본의 대규모 TV 제조사들이 CRT TV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상태여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호재를 맞은 셈이다. 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TV시장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 꿈에 그리던 ‘글로벌 톱’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 시장 쇠퇴 전망에 따라 내수시장에서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매장에서 대대적인 기존 제품의 판촉행사에 들어갔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슬림형 브라운관 디지털 TV가 출시될 경우 기존 제품의 매출 격감을 우려해서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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