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에게 듣는다](4)이주헌 KISDI원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2005년은 특별한 해다.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는 KISDI는 본격적인 통신·방송 융합 환경 조성에 따라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정했다. IT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대원칙을 만드는 해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

 이주헌 원장(51)은 “통방 융합의 큰 그림과 원칙을 제시하며 원만한 융합 환경 조성을 위해 부처 간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해법의 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통·방 융합의 어젠다를 설정하고 논쟁을 이끌어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올해 비전·선도·소신의 ‘정책연구 3대 원리’와 성장·미래·국제·통일·복지라는 ‘정책개발 5대 방향’을 제시했다.

 최소 5∼10년 후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비전 있는 정책을 연구하고 이슈를 선점하며 연구원들이 소신 있는 정책을 발표하도록 장려한다는 것. 또 IT를 남북교류협력의 중요한 도구로 인식, 통일 및 국제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통신·방송의 공정경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KISDI는 올해 △미래설계센터 설립을 통해 ‘미래 비전 20/20’ 계획 수립 △IT839 전략 성공을 위한 보완비전 마련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인력개발을 위한 IT뉴딜정책 철학 제시 △통신·방송 단계적 융합방안 마련 △예측 가능한 통신시장 공정경쟁 원칙 마련 △공정위·방송위·정통부 및 정통부·통신위 등 규제기구 역할정립 원칙 마련 △국제협력틀 마련 등을 준비하고 있다.

 KISDI는 오는 3월 개원 2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개원일인 3일에는 통신산업 구조개편과 통·방 융합을 주제로 한 대규모 학술대회를 주최할 예정이고 한·중·일 ‘우정’ 콘퍼런스도 개최한다.

 한국 정보통신 정책에 대한 홍보공간이 없다는 것에 착안, KISDI 내에 IT839 및 IT정책 홍보관을 만들고 남북 IT협력 심포지엄도 열 계획이다.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21세기 한국 메가트렌드’ 연구를 집대성해 오는 5월 발표하는 ‘빅 코리아 메가트렌드’도 KISDI만 할 수 있는 기획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2020년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가 발표된다.

 이주헌 원장은 “2005년은 한국 통신 시장과 KISDI에 있어 새로운 페러다임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KISDI를 통해 예측가능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최근 KISDI의 인력이 기업과 학교로 많이 배출되고 있다.

 ▲KISDI 박사급 인재들이 사회로 퍼져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앞으로도 연봉 1억원대의 S급 인재를 스카우트, 최고의 인재가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 올해도 7∼8명의 신규 박사급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IPTV 등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관련 규제도 뒤죽박죽이다. 각 기관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KISDI의 입장은.

 ▲현재 방송위, 정통부의 대립 구도 상황에서 통·방 융합은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KISDI는 지금 통·방 융합과 관련해 전혀 다른 해법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상 수준이지만) 한 지붕 두 가족, 즉 일단 양대 기구를 통합하고 단일 건물에 입주한 후 점진적으로 융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조직은 단일 규제기구로 합쳐져야 한다.

 ―2005년 통신·방송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올해는 시장 구조개편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 통·방 융합 시대가 열려 치열한 공방전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나올 것으로 본다. 선진경제도 화두에 오르고 LCD·휴대폰·반도체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통상문제에 있어 FTA가 핵심 의제가 되고 개성공단을 계기로 남북 협력도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