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최근 고시한 새로운 공공 물품 조달 제도를 놓고 관련 업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조달 제도가 원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가격 경쟁을 더욱 부추겨 합리적인 가격을 무너뜨리는 등 조달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복사기·프린터·프로젝트 등 일부 사무기기 업체 등은 새로운 제도를 확정한 이후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재계약 시점이 지났음에도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사업 공백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은 지난 주 기존 조달 체제를 개편해 ‘다수 공급자 물품 계약 제도(MAS)’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이 제도는 경쟁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특정 업체를 선정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적격성을 통과한 다수의 공급자를 선정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모든 업체에 제안서를 제출할 기회를 주고, 적격성이 평가된 업체에 ‘최혜 고객 가격’을 제시하도록 해 시장 경제의 원칙에 더욱 충실해 질 것이라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달청이 제시한 최혜 고객 가격의 기준이 모호해 결국 이전보다 더욱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등 역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조달청은 자체적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시장 조사에 나서 그 가격이 최혜 고객 가격 보다 더 저렴하면 공급자를 따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달청은 최혜 고객 가격을 ‘업체의 고객 중에서 가장 우대 그룹이 받는 가격’으로 다소 애매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다.
복사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 제도는 결국 최혜 고객 가격의 기준이 골자인데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을 뿐더러 조사기관에서 정한 최혜 고객 가격과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최하 가격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소규모 유통업체가 자금 사정에 따라 덤핑 내지는 공장도가격 이하로 시장에 대규모 물량을 풀어 놓았을 때 그 가격을 조달청에서 최혜 고객 가격으로 본다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공급 업체는 오히려 선의의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바뀐 제도 이후 후속 조치가 이어지지 않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조달 계약이 연말로 끝나지만 새 제도가 이제야 발표된데다 이 같은 내용이 정확하게 공지가 안돼 조달 계약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며 제도 개선과 보완 등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조달 물품의 품질 향상과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행정 소요 일수를 대폭 단축한다는 취지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며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 중이어서 빠르면 다음 달부터 구체적인 조달 계약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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