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미국 이동통신시장 진출은 미국의 CDMA 기술을 받아들인 국내 통신사업자가 그간 쌓은 기술과 콘텐츠로 무장해 본토에 역진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시장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또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본격적인 시도인 만큼 이번 본토공략의 성공여부와 함께 이후 SK텔레콤의 글로벌 전략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진출 배경과 과정= SKT는 2004년 전년 대비 순이익 4000억원 이상 감소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정체 국면이다. SKT가 새롭게 잡은 성장 목표가 바로 글로벌 사업이다.
SKT는 지난 해 미국 시장에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진입 형태를 고민해 왔다. 지난 해부터 MVNO사업이 활성화한 미국시장의 잇단 러브콜도 미국 진출을 부추겼다. 지난해 스프린트가 SKT에 지분참여와 함께 MVNO사업 참여를 요구, 검토한 바 있다. 자회사의 동반진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다가 결국 인터넷사업자(ISP)인 어스링크와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라며 “주요 주주중 오히려 외자측이 해외사업을 적극 추천하는 등 주변 여건도 조성됐다”라고 말했다.
◇왜 어스링크인가= 현재 미국 이통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제 시행, 사업자간 M&A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MVNO를 통한 협력사업자 확보에 혈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다양한 번들링 상품이 신규 가입자 모집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MVNO사업 파트너로 인터넷(xDSL)과 이동통신을 묶어 팔수 있는 ISP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싱귤러가 야후와 함께 이동통신-인터넷 패키지 상품을 제공해 성공을 거둔 것도 이같은 모델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어스링크의 MVNO사업 진입을 부추겼다. MVNO로 무선시장에 진입하는 어스링크 입장에선 서비스 특화를 위한 무선인터넷 부가서비스를 추가하는 수단으로 SKT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SKT로선 기술협력이나 ASP형태 서비스 제공보다 매출을 나누는 보다 진전된 진출을 위해 어스링크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공가능성 있나= SKT가 선택한 MVNO방식은 직접 진출보다 리스크가 낮은 대신 큰 이익을 얻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MVNO시장은 버진모바일이 성공을 거둔 이래 버라이존, 싱귤러와 AT&T, 스프린트 등이 주도하면서 사업자가 200여개를 넘어서는 등 급팽창해 경쟁도 만만찮다. MVNO 계약 관행상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SKT가 짊어질 초기 마케팅 비용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트너인 어스링크도 전국적인 사업자가 아니어서 지역마다 진출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 무선인터넷과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경쟁력을 내세우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SKT는 이미 버라이존에 컬러링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무선인터넷 와이더덴닷컴의 현지 무선인터넷사업자 인수, SK텔레텍의 미국 시장 진출 검토, SKT현지법인의 브루 플랫폼 사업 검토 등으로 길을 닦아왔다. 한 전문가는 “강력한 현지 유통망을 갖추지 못해 고전할 수 있지만 서비스 경쟁력이 충분히 해볼만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SKT 글로벌 전략 가속도 붙을 듯=SKT는 지난 해부터 주요 경영목표 중의 하나로 글로벌화를 내세우고 줄기차게 해외 진출을 추진해 왔다. SKT 관계자는 “동남아, 중국, 미국 시장의 통신사업자는 대부분 인수 대상의 하나로 검토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글로벌화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전했다. 특히 이번 미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다양한 시도가 잇따를 전망이다. 해외에선 영국의 보다폰과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와 같은 이동통신사업자가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어스링크는...
어스링크(http://www.Earthlink.net)는 미국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1994년 설립된 인터넷접속서비스(ISP)업체로 전화모뎀, 초고속인터넷(xDSL), 무선랜, 웹호스팅 등의 서비스를 약 500만 가입자에게 제공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버라이존과 제휴를 맺고 유무선 연동 DSL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퀘스트와는 남캐롤라이나 지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MVNO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음성전화와 유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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