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정보기기 유통대전](1)가전-이통 힘겨루기

삼성전자·LG전자 등 정보가전업체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가 미래 정보가전기기 유통 주도권을 놓고 맞붙는다. 그간 가전업체는 정보가전과 생활가전을, 이동통신사업자는 휴대폰과 서비스 판매를 담당하며 서로 불가침 영역을 확보해 왔지만 ‘휴대폰+MP3플레이어+전자사전+PDA+DMB’ 등 신종 모바일 디바이스가 선보이면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정보가전업체는 모바일 정보기기의 컨버전스에 대비, 자사 유통조직을 활용한 정보기기 판매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도 컨버전스에 대비해 마케팅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560여개 디지털프라자에 머천다이징(MD) 물품을 강화, 정보가전·생활가전 부문에 덧붙여 모바일 정보기기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가전소몰(이른바 MD코너)에 자체 생산하지 않는 타사 정보기기를 포함한 464개의 제품을 포진해, 디지털프라자를 새로운 ‘초일류 전자전문매장’으로 유통조직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매장의 상품 다양화를 꾀하는 전략을 추진하되 무게중심을 모바일 정보기기에 두고 순차적으로 사업구조를 변환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자사 휴대폰 ‘애니콜’ 조직을 강화하면서 실제 대규모 매출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올해의 전략 키워드로 ‘IT’를 내세우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휴대폰 판매와 MP3플레이어, 노트북PC 사업강화지만 궁극적으로는 컨버전스에 대비한 전자전문매장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우선 하이프라자를 올해 안에 100개 정도 추가 개설해 마케팅 조직을 정비한 다음 노트북PC,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복합기 등 다양한 모바일 정보기기 제품을 배치해 시장 장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직영점 ‘하이프라자’와 대리점 ‘디지털 LG’에서 시범 운영중인 20평 내외의 ‘IT코너’를 연내 400개점으로 확대, 다가올 디지털 컨버전스에 대비하겠다는 세부 방침도 마련했다.

 이에 맞서 SK텔레콤·KTF·LG텔레콤도 직영점·대리점 조직 정비에 돌입했다. 이통사업자들은 정보가전업계가 추진중인 모바일 디바이스 유통전략을 이동통신 대리점체제를 뒤흔들 만한 요인으로 보고, 자사 대리점을 직영점·대형대리점 체제로 전환하거나 ‘MP3플레이어·전자사전·PDA’ 등 정보기기 제조업체와 협력프로그램 찾기에 들어갔다. 사업자들은 1만여개의 판매점과 소규모 대리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그 대신 매장을 대형화·특성화하는 전략을 마련중이다.

 사업자별로 △SK텔레콤은 컨버전스 서비스 소개와 고객만족(CS), 단말기 수리(AS) 등을 강화, 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대리점 중심으로 재편하고 △KTF는 새로 개설되는 대리점에(올해 150개 내외) 디자인과 휴식공간 개념을 도입해 감성마케팅의 포스트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LG텔레콤은 기존 대리점 조직보다는 뱅크온 가판이나 거리 판매 등 직원, 임시직원을 활용한 직접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통신사업자의 움직임은 정보가전업체들의 행보에 비해 더딘 편이다. 정보가전대리점들이 영역을 침범하더라도 서비스 수익 감소는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대리점들의 수익 감소 추세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보가전업체들에 유통 주도권이 넘어가면 통신시장 전반의 영향력 감소가 예상돼 통신사업자들은 정보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상룡·김용석기자@전자신문, srkim·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