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2부)도약의 씨앗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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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DMB

“국내 휴대폰 산업이 외화내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대폰 한 대를 팔면 이중 70% 이상이 해외로 지출된다고 합니다. 부품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손오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네, 손오공기자입니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휴대폰 부품 국산화율이 30%에 미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전문가들은 국산 부품 개발을 위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각종 정부 기관이 국산화 실태 자료를 낼 때마다 방송에 흔하게 등장하는 뉴스다. 한국 휴대폰이 세계를 점령했다고 요란하게 말하지만 휴대폰을 부품을 들여다보면 거의 다 수입한 제품이며, 이를 통해 해외로 흘러나가는 로열티가 엄청나다는 분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들여와 서비스 및 휴대폰 제조에만 집중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뒤늦게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한순간에 상황을 뒤집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DMB 마당에서는 우리가 선두 =업계에서는 과거의 무대에서는 선두를 따라잡기 힘드니 새로운 판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새로운 무대는 차세대 휴대형 서비스로 부상하는 ‘휴대방송서비스’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가 대표적이다. 인티그런트 고범규 사장은 “DMB 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도입하는 형태로, 적어도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을 따라오는 외국 업체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휴대폰과 달리 이미 DMB 분야에서의 핵심부품은 국내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 국산화를 이뤘다. DMB 방송 수신에 꼭 필요한 튜너 칩(RF 칩), 베이스밴드 칩(CDM 칩),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수신제한장치(CAS) 칩 등 4대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완료됐다. <표 참조>

국내 주요 업체들은 우리나라에서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해외의 휴대방송 시장에도 뛰어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요 칩 국산화 완료=우선 전파를 받아들이는 지상파 및 위성 DMB 튜너 부분에서 국내 벤처 업체들의 활약이 활발하다. 국내 벤처기업인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대표 고범규)가 튜너 모듈을 단일 칩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작은 크기에 튜너 기능을 설계함으로써 모듈 형태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앤씨테크놀로지(대표 박창일)는 DMB 튜너 칩을 개발하고 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위성용 베이스밴드 부분에서는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와 LG전자(대표 김쌍수)가 각각 자사 위성DMB 제품에 적용할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들은 휴대폰용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전력효율을 높여 일본 도시바의 칩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파DMB용 베이스밴스에는 대기업군과 함께 중소 벤처기업의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지난해 하반기 칩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씨앤에스테크놀로지스(대표 서승모), 텔레칩스(대표 서민호),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등 다수의 비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개발에 성공했다.

위성과 지상파 공히 사용될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군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비메모리 팹리스 업체인 엠텍비젼(대표 이성민), 코아로직(대표 황기수), 텔레칩스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칩은 휴대폰, 퍼스널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에서 MEPG4 압축 영상을 처리할 뿐 아니라 메가픽셀급 카메라폰 기능도 지원한다.

유료서비스로 자리 잡을 위성DMB에서는 매커스(대표 김태완)가 수신제한장치(CAS) 기능을 반도체에 포함한 칩을 개발하고 양산에 착수했다.

<>휴대 방송 칩 시장 우위 확보=위성 DMB 서비스가 시작된 일본 시장 공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중국도 잠재적인 시장으로 남아있다. 지상파의 경우 유럽의 방송 표준 중의 하나로 채택되기도 하면서 국산 칩의 해외 진출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DMB 핵심 칩 국산화는 단순히 DMB용 단말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휴대 방송 규격으로 위성 및 지상파 DMB와 경쟁을 하는 퀄컴의 FLO, 노키아의 DVB-H 관련 시장 진출에도 용이하다. 베이스밴드 분야 퀄컴과 노키아가 원천 기술 등으로 시장을 주도한다고 하더라고 튜너, 멀티미디어 등 고가의 칩 시장에 우리나라 업체들이 명함을 들이댈 수 있는 셈이다.

월드 디지털오디오방송(DAB) 포럼 멤버인 넷앤티비의 임영권 팀장은 “국내 업체들은 DMB 등 관련 칩세트를 2년 전부터 개발해 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유럽의 주요 단말기 제조 업체에 비해 약 1년 이상의 우위가 있다”며 “DMB나 DVB-H가 유럽에 서비스될 경우 국내 제조 업체들은 멀티미디어 칩세트 분야와 단말 분야에서 수개월 이상의 기술 격차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가 시스템온칩(SoC)화 되고 있어, 국내에서 DMB를 중심으로 겪은 경험들은 칩 업체의 경쟁력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단말기, 솔루션,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에도 관련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최신 서비스인 휴대 방송에서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보이는 징표들은 향후 휴대 멀티미디어 방송 시장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의 출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터뷰-LG전자 김진경 DTV연구소 책임연구원

“지상파 DMB용 베이스밴드 칩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LG전자가 그동안 쌓은 디지털TV 기술과 휴대폰 제조 기술들이 협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단말기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LG전자의 지상파 DMB 베이스밴드 칩 개발의 주역인 DTV연구소 김진경 책임연구원(38)은 칩 개발이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처음 개발하는 것이라 사내의 각종 부서들 간에 벽을 허물고 한 팀처럼 일했습니다. 또 칩 개발뿐 아니라 첫 번째 고객인 사내 동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거쳐, 성능이 우수한 칩이 나오게 됐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칩은 베이스밴드 기능과 멀티미디어를 단일 칩에 설계한 것으로 칩 사이즈도 작고 저전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DMB라는 새로운 분야 칩을 설계하다 보니 애로사항도 많았다고 김연구원을 털어놨다. 그는 “규격이 정해지기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중간에 규격이 임의대로 바뀔까봐 걱정을 했다”며 “규격 변경 등에 대비해서 칩 설계시 유연성을 고려해야 했다”고 전했다.

김연구원은 DMB 칩 개발 경험이 향후 휴대폰 방송 등의 시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LG전자는 정부 및 유관 업체들과 함께 국내 지상파 DMB를 해외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해 활동중입니다. 또 DMB 개발 경험을 DVB-H 등 다른 모바일 방송 규격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활용할 준비가 됐습니다.”

그는 베이스밴드 기술, H.264 등 코덱 기술 등 이미 기술이 축적돼있어 우리는 이미 국내 칩 및 단말기의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설명했다.

◆DMB가 갖는 산업 효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2.3㎓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과 함께 한국이 산학연이 뭉쳐 핵심 장비, 부품까지 일체형으로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서비스다. 서비스 연착륙에 성공할 경우, 해외 수출을 연쇄적으로 유발, 한국 산업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확실히 만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흔들릴 경우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DMB’이라는 배에 같이 올라탔다고 지적한다.

위성 및 지상파 DMB가 갖는 산업적 의미는 전후방 연관 효과를 고려할 때 더 크다. 한국언론학회, 산업자원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 따르면 위성·지상파DMB 도입으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총 14조 7000억 원에 이르며 연 16만3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전망이다.

DMB 서비스를 반도체·LCD, 휴대전화를 잇는 수출 전략상품화해 2012년 세계 DMB 시장 1033억 달러의 40%를 점유, 세계 1위 DMB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DMB 시장이 비교적 밝게 전망되는 이유는 수신기 가격이 생산량 증대로 20만 원 대에서 10만 원 대 이하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DMB는 수신기 모델이 다양화하고 다양한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하며, 휴대폰, PDA 등과 결합, 양질의 방송콘텐츠 양산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위성DMB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서비스에 돌입하며 지상파DMB의 경우 유럽의 정식 표준으로 채택돼 수출 가능성이 높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서비스한 선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ETRI, 삼성전자가 MPEC2 및 MPEC4 시스템, MPEC4 AVC/H.264에 대한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MPEC4 BSAC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데이터 방송기술 및 CDMA 휴대폰과 결합시 관련된 특허도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 산업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는 원천기술 부족과 이로 인한 로열티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DMB 4대 핵심 칩 국산화에 성공, DMB 칩 세계화에 발판을 마련한 한국의 반도체 회사 등 전후방 업체들은 국내 DMB 상용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