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순환형공급망(CSC)
세계적인 카메라업체인 코닥.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무려 3억개가 넘는 일회용카메라를 회수했다. 바로 재판매를 위한 조치였다. 일회용카메라 특성상 고객이 사용 후 현상을 위해 직접 카메라를 매장에 들고 온다는 것을 잘 활용한 것이다. 코닥은 이를 통해 상당한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생산시스템에서 재활용(리사이클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줬다.
선진국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후발국의 추격으로 한국산업 전반에 심각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저가격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산시스템 혁신부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순환형공급망(CSC·Closed-loop Supply Chain)이다. CSC는 코닥의 사례와 같이 재활용은 물론 반품, 재료 재사용, 폐기물 처리 등 역공급망(RSC·Reverse Supply Chain)을 기존 순공급망(Forward Supply Chain)과 함께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활동 전반을 말한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승규 교수는 “기업들이 가치를 얼마나 회수해 재활용하느냐가 곧 장기적으로 경쟁력”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시스템이 경쟁력의 “요체”= 19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 중국의 고성장에 따라 각국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했다. 이는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IT산업에 공급과잉 상태를 유발시켰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주력산업이 경공업에서 컴퓨터·전자기기 등 IT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띠고 있는 IT산업에도 이같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격을 무기로 한 세계시장 공략은 더욱 적극성을 띨 것이며 결국 중국과 같은 제품으로는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돌아왔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 매우 강조된다. 특히 몇 퍼센트(%)가 아닌 몇십 퍼센트의 원가를 절감하는 획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CSC 관심권 “부상”=대부분의 기업들은 반품으로 지급하는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반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업 매출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서비스 개선 요구 증가, 전자상거래 확산 등으로 반품이 증가할 전망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정부 규제나 환경단체로부터의 압력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승규 교수는 “기업 대부분은 정부가 규제를 할 경우 대응하면 된다는 입장”이라며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을 경우 막상 닥쳤을 때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산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순공급망과 역공급망을 모두 고려한 CSC가 두각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CSC가 △고객 만족 제고 △비용 효율성 극대화 △선진시장 규제 대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의 주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해 기업 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망=일부 선진 기업들은 RSC를 포함한 CS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샤프전자는 소비자가전 부문에서 반품된 제품의 약 절반이 품질상 하자가 없음을 발견하고 매뉴얼을 개선하고 설치관련 문의를 해결해 줄 헬프라인을 만들었다. 또 필립스는 유통업체의 반품센터에 직원을 상주시키며 허가되지 않은 반품에 대한 관리를 통해 450만 달러의 손실을 예방했다.
국내에도 제품 수명이 지난 반품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리사이클링센터 운영 등으로 RSC에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해 충남 아산에 프린팅 관련 재자원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국HP도 올해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재활용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후지제록스는 후지 제록스그룹의 ‘국제 자원순환 프로그램(IRP)’을 통해 국내에서 회수된 기기와 카트리지 제품의 ‘폐기물 제로’에 나서기로 했다.
*생산시스템 개선과 원가절감 발전 과정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시스템 개선 노력을 펼쳐왔다. 초기에는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절감을 달성했으며 1970년대에는 새로운 생산관리 접근법을 개발했다. 90년대 들어서는 대량 맞춤 형태로 생산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대량생산의 완성(산업혁명∼1960년대)=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방식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20세기 초반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 등 새로운 경영기법들이 효율적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포드시스템의 경우 절정기에 철저한 분업과 컨베이어벨트에 힘입어 조립시간이 10분의 1로 줄었고 자동차 가격은 3분의 1로 하락했다.
이후 대량생산의 기본 원리인 △분업 △표준화 △규모의 경제 등이 경영의 중요한 방침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규모 기계설비와 비숙련 노동자들이 결합한 상태에서 시간당 산출량이 원가절감을 좌우하기도 했다.
◇린 생산방식의 등장(1970년대∼1990년대 초반)= 70년대 이후 일본으로 중심으로 생산시스템의 새로운 접근법이 급부상했다. 생산공정상의 낭비 제거, 저스-트-인타임(Just-In-Tim), 전사적 품질관리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생산방식이 제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도했다.
이에 80년대부터 미국 기업들의 ‘일본 연구하기’가 진행돼 일본식 생산방식을 철저하게 분석했고 그래서 도출된 생산시스템이 ‘린 생산방식’이다. 린 생산방식의 핵심은 생산공정상의 시간, 원가, 자재 흐름 등 모든 영역에서 극한의 효율에 도달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유연 생산과 함께 범용기계와 다기능 작업자에 의한 자기완결형 셀 생산방식이다. 이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으며 84년 GM은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미국 공장에 적용, 대당 조립시간을 절반 가량 줄였으며 특히 조립 결점 수는 3분의 1로 낮출 수 있었다.
◇대량 맞춤시대 도래(1990년대 중반∼현재)= 90년대 들어 제조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대량 맞춤이 실현됐다. 대량 맞춤을 통해 고객만족 극대화와 생산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으며 모듈러생산, 셀생산 등 생산방식의 고도화와 생산기기의 디지털화에 따른 효율적인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대량 맞춤은 정보기술(IT)이 도입되고 협업생산이 본격화됐다. 컴퓨터를 이용한 제품의 설계(CAD)·분석(CAE)·생산(CAM)이 결합돼 컴퓨터통합생산(CIM)개념이 정착됐다. 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자재관리 및 생산관리기술인 전사적자원관리(ERP)가 나왔다. 이와 함께 인터넷·멀티미디어·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디지털공장도 출현했으며 생산활동의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 생산방식이 가능해졌다.
*기고-이렇게 달성하자: 최병삼 삼성경제硏 연구원
기업이 CSC를 통해 생산시스템 개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이 여럿 있다.
우선 RSC와 CSC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판매한 제품의 반품 발생 경로가 제조과정, 판매유통 과정 또는 사용 후 등으로 다양하고 반품이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품정책을 소비자군별 또는 제품군별로 차별화할 것인지, 반품가능 장소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가져갈 것인가, 반품관련 업무를 어느 정도 중앙 집중 또는 분권화해 처리할 것인지, 어느 부문을 그리고 어느 정도 아웃소싱을 활용할 것인지, 책임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중 참고해야 할 것으로는 재활용 또는 폐기 판정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라는 점이다. 즉 소비자로부터 반품시점에 손상이 없어 재활용할 수 있는지 또는 폐기해야 할 제품 등을 선별해야 한다. 반품의 상태는 판매업체에서 바로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비자가 반품하는 시점에 수행해야 한다.
제품의 재질 및 구조에 따라 RSC의 효용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모듈화는 이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PC처럼 모듈화된 구조로 제품을 설계할 경우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훨씬 쉽다.
IT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의 공구업체인 보쉬는 공구의 모터에 들어가서 작동시간, 작동시 스피드 등을 기록하기 위해 제품에 데이타로거(Data Logger)라는 칩을 삽입했다. 이를 통해 상품이 반품되면 검사기에 연결해서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상태를 파악하고 바로 처리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록스는 CSC의 일환으로 진단용 센서를 내장한 프린터와 복사기를 개발 중이다. 모터의 상태와 기타 다른 부품들의 진동·소음·부하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해서 이후 재사용할 부품, 재작업 후 재사용할 부품, 폐기처분할 부품 등을 구분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이 정보는 제품의 예상 수명 및 고장발생 이유 등을 분석하는 한편 고장이 나면 고객서비스 개선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제록스는 보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반품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반품비용을 최소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반품은 재활용 측면뿐만 아니라, 반품된 제품에 대한 원인분석을 통해 향후 제품혁신에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sam912@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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