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51)썩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스어로 ‘성형하기 쉽다’는 의미인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컴퓨터, 의자, 볼펜, 냉장고, 자동차, 건물 등 무한한 형태로 성형 되어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잘 썩지 않는 성질 때문에 ‘신이 창조할 때 실수로 빠뜨린 유일한 물질’이라고 칭송되던 플라스틱이 최근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썩는 플라스틱이다.

 프랑스는 토양을 보존하기 위해 1∼3년이면 썩는 광분해성 플라스틱 필름을 밭에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일조량이 일정해야만 효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외과 수술 후 상처를 꿰맬 때 쓰는 ‘녹는 실’처럼 일정 기간 후에 저절로 분해돼 없어지도록 만든 플라스틱으로 주로 녹말을 첨가해 만든다. 그러나 녹말을 사용하는 방법은 제조원가가 너무 비싸 아직까지 일반적인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 저렴하게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미생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대량으로 복제해서 대장균 속에 집어넣으면 이 대장균이 생분해성 물질(PHB)을 체내에 만드는데, 이것을 분리해 내 플라스틱 원료로 쓰는 방법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생물학연구실 김인규 박사팀은 이러한 방법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플라스틱의 원가는 ㎏당 2.5∼3달러 수준인데, 이는 ㎏당 1∼2달러인 석유합성 플라스틱 제조 원가에 한층 더 다가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