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비쿼터스를 중점 연구하고 정부의 국가정책 입안에 대안을 제시하는 기관과 연구원은 한국전산원을 비롯해 크게 5∼6곳에 달한다.
학계와 마찬가지로 기관·연구계 역시 기술·공학분야 보다는 인문·사회계열 전공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유비쿼터스의 메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임주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전산원(NCA·원장 서삼영)이 정책적 대안 제시 창구 역할을 하면서 사업과 관련예산 집행 기관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원장 이주헌)은 인문·사회적 시각에서 메가트랜드의 일환으로 유비쿼터스를 연구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은 정부의 풍부한 사업지원비를 바탕으로 학계와 연구계에 물질적으로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원장 김춘호)도 유비쿼터스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시연장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TRI=하원규 박사(53)가 이끄는 유비쿼터스IT전략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연구와 정책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 박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유비쿼터스의 태두다. 1992년 동경대에서 사회정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 당시 ETRI 정보정책연구실장에 재직하면서 현재와 같은 유비쿼터스의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하 박사와 팀을 이뤄 작업을 진행했던 인물들로는 김동환 중앙대 교수와 최남희 청주과학대 교수 등이 있다. 현재 하 박사는 연승준 박사, 박상현 박사 등 소장급 연구원들과 u코리아 전략지도 작성 및 발전 로드맵 설계 등을 정력적으로 추진중에 있다.
◇NCA=한국전산원에서 유비쿼터스를 주무하는 조직은 ‘정보화정책팀(팀장 이규정·43)’이다.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법학)를 받은 이규정 팀장은 지난 1995∼1996년까지 1년여간 ETRI에서 박사후 과정 연구원 생활을 한 바 있다. 이 팀장과 함께 NCA에서 핵심 브레인으로 꼽히는 인물로는 같은 팀의 류영달 박사(42)가 있다. 류 박사는 지난 1994년 부산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후, ETRI 기술경제연구부에서 선임연구원 생활을 2년간 했다. 특히 류 박사는 지난 2003년 ‘유비쿼터스 환경과 교육의 변화’라는 정보화정책 이슈를 내놓으면서 전산원내에 u바람을 선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NCA에는 이밖에 한국 u시티추진협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신상철 IT인프라구축단장을 비롯해, 정부만 RFID/USN팀장과 김유정 차세대인터넷팀장 등이 유비쿼터스 관련 주요 인물들로 분류된다.
◇KISDI=디지털미래연구실을 이끄는 강홍렬 박사(47)는 유비쿼터스 분야에서 ‘삐딱이’로 통한다. 그만큼 정부 정책이나 타 기관 및 연구소에 대해 ‘쓴소리’를 잘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강 박사 본인은 “기술결정론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국내 유비쿼터스 연구계에 조금이나마 균형감을 찾아주기 위해 사회구성론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며 웃는다. 서울대(경제학)를 나와 1992년 미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강 박사는 이후 지금까지 KISDI에 몸담으면서 특유의 인문적 해석으로 유비쿼터스를 바라보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디지털미래연구실에는 강 박사 외에도 미래한국연구실장을 역임한 황주성 연구위원을 포함해 손상영 연구위원, 이삼열 책임연구원, 최항섭 책임연구원, 이호영 책임연구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삼열 연구원(연세대)을 제외한 모든 실원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띤다.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유비쿼터스 컴퓨팅 및 네트워크 원천기반기술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과기부 산하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단장 조위덕)은 오는 2013년까지 10년간 2010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젝트에 목말라 있는 관련 학계에 없어서는 안될 ‘큰 손’으로 통한다. 사업단의 조위덕 단장(47)은 1987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금성전기(현 LG전자) 기술연구소 연구실장을 거쳐, 생산기술연구원 HDTV사업단 개발팀장, 전자부품연구원 시스템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작년부터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를 겸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업단에는 서경학 박사(전자부품연구원 시스템연구본부장), 김성운 박사(삼성종합기술원 모바일 프로젝트팀장), 고희동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상미디어연구센터장) 등이 포진해 있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KETI=올해 2월부터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선동 박사(43)는 민간업체에서 KETI로 전격 발탁된 케이스다. 김 센터장은 경북대(전자공학과) 졸업후 ETRI 연구원 생활을 거쳐 미 텍사스A&M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개발팀 수석연구원, 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디지스타 홈네트워킹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김 센터장은 올해 KETI로 둥지를 옮겼다. 현재 김 센터장은 정통부와 ETRI가 주관하는 ‘홈디지털서비스 통합미들웨어 상용화기술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전임 센터장인 유재준 박사(46)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지난해 충북대(정보통신)에서 뒤늦게 학위를 따낸 유 박사는 센서 네트워크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스템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 윤명현·정광모·원광호·윤명현 연구원 등이 KETI의 핵심 브래인들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조문영 박사(55)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유비쿼터스 분야를 이끌고 있는 건설산업계의 u선구자다. 일찌기 지난 197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설 시스템공학연구소 전산개발부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조 박사는 1994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건설관리로 학위를 받은 직후 귀국, 줄곧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일하고 았다. 조 박사는 현재 여러 건설업체들과 함께 자재관리나 콘트리트 양생 등 각종 건설분야에 RFID 등 갖가지 센서를 도입한 유비쿼터스 시스템 개발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우제윤·구지희 박사 등도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유비쿼터스를 선도하는 인물들로 꼽힌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 세계 무대 주름잡을 차세대 인재들 즐비
국내서도 유비쿼터스가 주창된지 이제 10여년이 세월이 흐르면서 각 연구기관에서도 서서히 촉망받는 차세대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우선 ETRI에서는 연승준 박사(34)와 박상현 박사(32)가 눈에 띤다. 아직까지는 하원규 박사의 카리스마(?)에 눌려 아직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큰 일’을 낼 재목들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박사 모두 지난해 충북대(경영정보)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시기(2002∼2004년) 솔리데오 시스템즈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특히 두 사람 다 박사과정 중 하원규 박사가 10년 넘게 주재하고 있는 ‘주말연구회’에 우연히 참석한 것이 계기가 돼, 하 박사 캠프에 본격 투신한 점도 이채롭다.
KISDI의 차세대 주자로는 미 카네기멜론대(정책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정통부의 ‘IT 기반 미래국가발전전략’을 수립중인 이삼열 책임연구원(37)을 비롯해 홍일점 이호영 책임연구원(37)과 최항섭 책임연구원(34) 등이 꼽힌다. 특히 이 연구원과 최 연구원은 서울대 사회학과 선후배 사이로 박사학위 역시 지난 2000년 파리 5대학(사회학)에서 나란히 따냈다.
이밖에 KETI에서는 원광호 책임연구원(39)과 유비쿼터스컴퓨팅사업단의 김성운 박사(40) 등이 떠오르는 차세대 u인재들로 꼽힌다.
광주과학기술원 U-VR연구실의 장세이 박사는 “국내에서 유비쿼터스 1세대라 할 수 있는 분들은 대부분 맨바닥에서 독학으로 지금의 영역을 확보했다”며 “따라서 자신만의 아집에 빠져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경향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왕성한 국내 활동상과 달리, 이들의 해외활동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보편적인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무장된 차세대 인재들이 속속 전면에 나서, 국제무대에서 한국 유비쿼터스의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는 게 장 연구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