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PC의 컴퓨팅 환경도 ‘64비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텔은 오는 22일 서버에 이어 개인 컴퓨터용 ‘펜티엄4 6xx 시리즈(코드명 P4P)’를 전격 공개하고 시장 확대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이에 앞서 AMD는 이미 지난 2003년 64비트 컴퓨팅 환경을 지원하는 ‘애슬론’을 선보이고 ‘바람몰이’를 시작한 상황이다. AMD에 이어 인텔이 가세하고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64비트를 지원하는 전용 운영체계(OS)를 이르면 내달 출시할 예정이어서 PC의 컴퓨팅 환경이 32비트에서 64비트로 빠르게 옮겨갈 전망이다. MS는 3월 윈도XP 64비트 시험(RTM) 버전을 출시하고 4월경 정식 버전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주요 PC업체도 64비트 중심으로 데스크톱PC 환경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고 막바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22일 시범 모델을 선보인 후 올 2분기께 상용제품을 출시하고 공격 마케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64비트 퍼스널 시대 ‘성큼’=64비트 제품은 인텔에 앞서 이미 AMD가 지난 2003년 발빠르게 출시해 일부 브랜드 PC와 용산·테크노마트 등 조립PC 시장을 중심으로 몇 개 모델이 소개된 상황이다.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브랜드 중에서는 유일하게 AMD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한국HP의 경우 전자전문점 등에서 인기리에 팔릴 정도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HP 측은 “AMD 64비트 제품으로 ‘HP 파빌리온 T809K·V1032KR’ 등 두 개 모델을 선보여 하이마트에서 히트 상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 시장의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다. 온라인 가격비교업체 다나와 집계에 따르면 ‘애슬론64 CPU’의 경우 CPU 판매 순위 3위(뉴캐슬 3000+)와 5위(윈체스터 3000+)에 오르고 두 제품 점유율을 합하면 18%에 육박해 최고 인기 있는 모델인 ‘인텔 프레스캇 3.0E’의 점유율 13%를 제치고 있는 상황이다. AMD가 전문가와 마니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여기에 인텔이 가세하면서 64비트 퍼스널 컴퓨터 시대는 ‘초읽기’를 시작한 셈이다.
◇PC업체 64비트 데스크톱PC에 ‘승부수’=주요 PC업체도 64비트 중심으로 새롭게 제품 라인업과 마케팅을 ‘정조준’하고 있다. AMD가 인텔에 앞서 발빠르게 제품을 내놨지만 사실 브랜드 업체는 인텔과의 관계를 고려해 64비트 제품 개발에 미온적이었다. AMD 제품을 탑재한 브랜드 업체는 기껏해야 HP 정도였다.
하지만 인텔이 64비트 제품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는 22일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의욕적인 LG전자는 양산 모델을 내달 출시하고 라인업도 새로 갖춰 데스크톱PC 마케팅의 무게 중심을 64비트에 맞출 계획이다.
인텔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아직 정확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64비트 확장 코드 지원 기능인 EM64T △기존 펜티엄4 5xx 시리즈의 1MB와 달리 2MB로 확장할 수 있는 2MB L2 캐시 △CPU 발열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CPU 부하가 없을 경우에 클럭을 낮추는 기술인 ‘스피드 스텝’ 기능 등을 추가했다. 특히 악성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를 방지할 수 있는 ‘XD 비트’ 기능을 통해 보안성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전망=주요 PC업체는 올해가 데스크톱PC 환경이 32비트에서 64비트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478보다는 ‘775소켓’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64비트 제품에 사활을 걸고 인텔과 함께 PC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MS가 64비트 OS 출시와 함께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64비트 환경을 즐기는 시점은 올 중반 이후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PU와 OS 문제가 해결됐다 해도 디바이스·그래픽카드·애플리케이션 등 주변 환경이 뒤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강병준·한정훈기자@전자신문, bjkang·existen@etnews.co.kr
◆ CPU 변천사
퍼스널컴퓨터(PC)의 ‘뇌’인 중앙처리장치가 장기간의 32비트 체제를 넘어 62비트로 돌입한다. PC의 역사는 사실상 ‘비트’의 역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과 AMD 등 주요 CPU 업체의 64비트 제품 출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76년 애플컴퓨터가 8비트 CPU를 장착한 PC를 내놓고 퍼스널 시대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81년, IBM이 16비트 기반 XT 제품을 선보이면서 CPU의 ‘비트 도약’이 본격화됐다. 83년 인텔이 16비트 286 CPU를 출시하고 PC를 대중화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데 이어 인텔은 85년에는 32비트 386 CPU를 내놓고 현재와 같은 PC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지난 2003년 AMD가 64비트 기반 CPU인 ‘애슬론64’가 나오기 전까지 근 20년간을 32비트 CPU는 486, 펜티엄 급으로 진화하면서 장기 집권했다. 2001년 서버용 CPU 시장에서 인텔과 AMD가 64비트 칩을 내놓고 PC 부분에서 지난해 AMD가 그리고 인텔이 올해 64비트 칩을 출시함으로써, PC의 뇌가 20년 만에 실질적으로 바뀌게 된 셈이다.
32비트에서 64비트로의 진화는 PC의 성능이 단순히 두 배 느는 것이 아니다. 2의 32승에서 2의 64승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43억배 가량 똑똑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AMD 측 관계자는 “64비트 CPU에서는 32비트의 백만배가 넘는 4페타 바이트의 메모리까지 지원이 가능, 실질적인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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