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의 IT구상](8)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이라는 이름 석자는 ‘개발’과 ‘성장’을 대표하는 코드다. 불도저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굴뚝산업형 인간으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64)을 꼽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런 이 시장이 첨단 정보통신(IT)기술에 기반한 연구개발(R&D)과 문화·콘텐츠 등을 이른바 ‘서울형 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기치를 들고 나섰다. 이 시장을 만난 지난 18일 저녁은 마침 국회서 행정수도 후속대안 특별법에 대한 여야간 합의 문제가 불거져 시장 집무실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서울 구상’ 등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시장은 예의 자신감 넘치는 달변을 쏟아냈다.

-IT등 첨단산업에 대한 식견이 의외로 남다르다.

▲아마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기업중 컴퓨터를 가장 먼저 도입한 제조업체가 아닌가 싶다. 내가 사장으로 있을 때 현대그룹의 전산·정보화는 삼성 등 경쟁그룹들 보다 훨씬 앞서있었다. 지금껏 우리나라를 먹여살린 것은 건설·자동차·조선 등과 같은 전통 제조업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에 IT 등 첨단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이번 서울시 교통체계개편에 교통카드나 무료환승제를 도입한것도 IT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외국 지자체에서 서울시의 교통카드 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들었다.

▲중국이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고려중이라는 보고를 나도 받았다.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버스 공영제 등을 통해 혁명과도 같이 추진한 사업이 해외서 더 인정받고 있어 기쁘다. 특히 베이징시는 오는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중앙버스전용차로(BRT)를 도입하고 운영시스템과 교통카드 시스템 등도 구축하고 싶어한다. 버스종합사령실(BMS) 센터 건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현재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업체인 LG CNS등과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시가 시스템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민관합작투자 방식’등을 고려중이다. 베이징시의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할 경우 IT관련 대기업 뿐 아니라 카드단말기 제작업체 등 중소업체들도 뛰어들 수 있게 돼, 최소 1500억원 이상의 수출효과가 기대된다. 내달말 베이징서 열리는 세계교통총회에서 베이징시 당국과 구체적인 투자방식 등이 논의될 것이다.

-서울시 전자정부 시스템수출에도 시가 해외마케팅 등에 적극 나서주고 있어 업계 반응이좋다.

▲지난 연말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과 ‘e-모스크바 프로젝트’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모스크바시는 오는 2007년까지 이 프로젝트에 2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전자정부 운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삼성SDS와 LG CNS 등이 기술과 시스템을 수출하는 ‘민관합동 컨소시엄’ 형태로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하노이에 이어 체코, 헝가리 등에서도 서울시 전자정부 모델을 벤치마킹해 상호 교류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보내 오고있다. 대부분 동구권 옛 소련 영향하에 있던 국가들의 도시다. 모스크바가 우리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고 서울시의 기술력과 운영능력에 새삼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올들어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첨단산업 R&D벨트 조성사업’은 중앙정부의 수도권과밀억제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것 아닌가

▲중앙정부에서 보면 좋아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사항은 아니다. IT 등 첨단기술의 R&D분야는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만 가능한 대표적인‘서울형 산업’이다. 현대·기아차가 R&D센터를 결국 서울로 다시 옮기는 것을 봐라. 국내외 최고급 엔지니어들을 유치하려고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해도 근무지가 지방이면 스카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제조라인을 서울에 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유수의 R&D 연구소를 서울에 유치하면 수도권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후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T 등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책은 뭔가.

▲상암동 DMC를 비롯해 마곡·공릉·성수 지역 등을 R&D벨트화 한다는 구상은 과학기술진흥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 우선 우리 시에는 58개 대학과 약 3000여개의 연구소에 8만명의 연구인력이 있다. 이는 서울이 동북아의 R&D 허브로 거듭나는 자양이 된다. 당장 시는 ‘전략산업 혁신클러스터 육성지원사업’에 250억원을 투입, 이들을 겹집시켜 단지형태로 혁신 클러스터화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올해는 서울소재 대학의 이공계 기초과학 연구분야 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에게 1인당 연간 500만원 상당의 등록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도시개발공사의 분양수익금 가운데 15억원을 별도 예산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상암 DMC의 경우 인천 송도 신도시와 비교되곤 한다. u시티를 추구하는 등 비슷한 점이 많아 국가적으로 중복투자라는 지적도 있다. 차별점이 뭔가.

▲상암 DMC가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서울만이 갖고 있는 잇점을 살려 세계적인 첨단 u시티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총 48필지중 26필지의 용지공급 대상자가 확정된 것만봐도 상암 DMC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컨텐츠 콤플렉스에는 문화관광부 산하 4개 기관이 입주한다. IT콤플렉스에는 정통부 산하 SW진흥원이 입주를 추진중이다. 한독산학기술연구원에도 국내기업은 물론 독일의14개 대학과 미디어 관련연구소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팬택·CJ·LG CNS 등도 상암동 입성을 확정해 놓고 있어 DMC단지 조성은 어떤 신도시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대담=김경묵 IT산업부 부국장

정리=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 이 시장은 누구

 1941년 경북 영일군(현 포항시)에서 태어난 이명박 시장은 포항 동지상고(야간부)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다. 대학 재학시절에는 6·3학생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졸업 후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 10여년만인 1977년 현대건설 사장에 오른다. 이후 현대그룹내 여러 계열사 대표를 두루 거치며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각광받는다.

정계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2년. 민자당(한나라당 전신) 전국구로 14대 국회에 입성한 이시장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때는 한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는 등 정치판에서도 승승장구한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결국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다.

‘컴도저(컴퓨터 달린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치밀한 사전 준비와 불같은 추진력으로 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교통카드 보급, 청계천 복원공사 등의 대형 시정사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예정 시간을 30분 이상 넘기면서 진행된 인터뷰 말미, ‘대권 구상’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물어봤다. 이에 대해 이시장은 지금까지의 거침없는 자세와 달리 “선출직 시장은 임기 때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 다음은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저 사람은 신입사원 때에는 과장 일을 하고, 과장 시켰더니 부장 일을 했다. 그래서 부장 달아주니 중역 일을, 중역 때는 사장 일을 척척해 내 아예 사장 시켜버렸다. 내가 시킨 게 아니라, 시켜주기 바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말이다.

◆ 역점사업과 예산

 올해는 서울시 전자정부 로드맵상 2단계(2005∼2006년)에 접어드는 해다. 지난 1단계(2003∼2004년)에서는 통합전산센터 설립 등 정보서비스와 자원의 통합·연계가 주로 이뤄졌다면, 2 단계서는 일반시민의 전자정부서비스 이용 활성화와 통합정보자원의 고도화 등이 중점 추진된다. 따라서 올해는 엔터프라이즈 포털(EP)의 구축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민원신청 발급 및 사용 홍보 등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금년도 서울시 정보화 예산은 총1150억원. 이는 시전체 예산의 0.8%에 해당한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정보자원 및 네트워크 등 ‘인프라 시설 유지관리 및 정보서비스 운영’에 723억원이 투입된다. 또 행정정보화에 239억원, 도시기반정보화에 136억원, 생활정보화에 47억원 등이 소요될 예정이다.

R&D벨트 조성사업도 올해 서울시의 핵심 과제중 하나다. 우선 LG전자의 연구소가 연내 마곡 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다. 마곡지구에는 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핵심기업의 R&D센터가 유치돼 서남부 산업벨트의 두뇌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산업대 부지인 공릉 연구단지에는 총 47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마이크로패키징 장비연구센터, FEIB연구소 등이 설립·운영된다. NT·IT 관련전문대학원의 설립도 추진된다. 당장 오는 4월 공릉NIT 연구단지의 본부건물 격인‘스마트 하우스’가 착공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현재 상암동 DMC내 총 1019평 규모로 조성되는 첨단업무 용지(E3-2)에 총 예산 550억원을 투입, 지하 4층·지상 15층 규모의 ‘상암 NBT 연구단지’를 조성중에 있다. 이 단지는 오는2006년 9월 완공 예정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올 하반기께 입주자 선정·지원 기준을 마련해 각 수요에 맞는 타켓 마케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기아차그룹도 연건평 2만평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양재동에 설립키로 최근 확정하고 4월께 착공해 오는 2007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현재 현대·기아차가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양재동 빌딩을 쌍둥이탑(twin tower) 형태로 증축하는 것을 허가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