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프로그램 복제 방지기술 도입 놓고 美FCC-소비자단체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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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TV 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를 둘러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미국 의회 및 법원, 소비자단체, 콘텐츠 제공업체 사이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C넷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FCC의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도입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미국도서관협회·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은 FCC가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제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로 예정된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채택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6년 말까지 디지털방송으로 전면 전환하려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란=2003년 미국영화협회(MPAA)가 광범위한 불법 복제로부터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이를 FCC가 받아들이면서 도입이 추진됐다.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는 몇 가지 종류의 마크와 데이터 패킷으로 구성되며 디지털 방송프로그램의 복사는 물론 불법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장치로 알려져 있다. FCC는 올해 7월 이후부터 생산되는 모든 디지털 가전 제품에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를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소비자 단체, 합법적 다운로드에 악영향 주장=미국 도서관협회 등 주요 비영리단체는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추진안이 합법적인 디지털 콘텐츠 다운로드까지 제한할 수 있다며 FCC를 미 컬럼비아의 항소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이들은 “도서관 등이 학생을 위해 마련하는 합법적인 디지털 방송 기록 활동도 비합리적으로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FCC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기 때문에 의회는 즉각 새로운 저작권법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가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브로드캐스트 플래그가 디지털 저작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컬럼비아 순회 법원의 한 판사는 “FCC는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제품의 특성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판사는 “소비자단체가 FCC의 결정에 항의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해 법적인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FCC 및 미국 정부의 속셈=FCC를 비롯한 미국 정부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디지털 방송 전환과 함께 주파수 경매를 통해 재정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

 미국 정부와 FCC는 2006년 말까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브로드캐스트 플래그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게 되면 방송에 필요한 새로운 주파수를 경매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얻는 재정수익이 향후 10년 동안 15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디지털 저작권 문제로 음반 및 영화 업계가 디지털 방송 제공을 하지 않으면 디지털 방송 전환이 어렵게 된다. 이는 곧 주파수 경매를 통한 재정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망=전문가들은 미국 항소법원과 의회가 어떠한 판단을 내리든 브로드캐스트 플래그와 디지털 방송 전환 계획에 차질을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FCC가 사전에 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법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소법원이 소비자단체가 FCC의 규정에 항소할 권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 소송은 일단락된다. 항소법원의 결정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