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의 IT구상](11.끝)­김태환 제주도지사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감귤과 관광이다. 그만큼 제주는 전통적으로 농업과 서비스 산업 지역으로만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1·3차 산업의 비중이 지역경제의 96% 이상을 차지한 반면, 2차 제조업은 4% 이하다. 그러한 제주가 강력한 정보기술(IT)산업의 육성을 추진중이다. 궁극적으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지는 관광 및 휴양의 IT 보물섬을 건설한다는 야망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텔레매틱스 시범사업에 들어갔고 다음커뮤니케이션 지사를 유치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제주는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건설 추진을 본격화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도정을 이끌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지난 24일 짬을 내 IT 등 첨단 신산업의 육성 전략 및 구상을 밝혔다.

 

-올해 제주도정의 비전과 목표는.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제주경제의 자생력 강화 원년’으로 삼았다. 우선 분기별로 제주경제 동향보고회를 개최해 경제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현안 사항에 대해 각급 기관 및 단체와 공동 대처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 경제의 자생능력 기반조성 및 기존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IT와 생물기술(BT) 등 첨단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또 청정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제주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조성, IT·BT 기업을 위한 펀드 조성, 영상문화산업 육성 등 올해 주요 시책이다.

이러한 사업을 위해 지역 인재양성 및 지방대학 육성,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제주유치를 추진하고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혁신적인 경제시책을 강력하게 실시할 계획이다.

-제주가 부쩍 IT산업 육성의 깃발을 높이들고 있는 것 같다. 구상 중인 큰 그림을 설명해 달라.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전파환경이 청정하다. 또 무선랜 등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관광 휴양도시로서 풍부한 문화관광콘텐츠를 바탕으로 첨단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나가기 위해 제주도는 정보통신부와 지난해 8월부터 100억원을 들여 텔레매틱스 시범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또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인터넷 포털회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모바일 응용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EMLSI 본사가 제주도로 이전을 결정했다. 제주 IT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신호탄이다.

도는 텔레매틱스 시범도시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신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사업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디지털콘텐츠와 텔레매틱스 요소기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전자태그 등 정통부의 IT839 전략과 연계해 지역환경에 적합한 IT사업을 유치해 ‘동북아 IT산업의 허브, 제주’로 발돋움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디지털콘텐츠산업의 테스트 베드 뿐만 아니라 영상·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엔터테인먼트형 종합쇼핑몰 등을 집적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우수 고급인력 유치와 교육·연구·창업지원 기능이 결합된 과학기술 집적 클러스터 조성, 산·학·연 공동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고품질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한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고 이를 기반으로 휴양형 유비쿼터스 시범단지, 차세대 방송통신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향후 첨단지식산업이 고도화된 제주국제자유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계획에 나서고 있는데.

▲제주도는 에너지의 100%를 내륙으로부터 해상 수송에 의존해야 하는 취약한 수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무한히 잠재해 있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핵심적 지역에너지로 개발한다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전력설비 확충, 천연가스 공급, 청정에너지 연구 인프라 구축, 교육·홍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5년까지 모두 1조3600억원을 투자해 현재의 풍력발전을 16㎿에서 150㎿로 확대해 지역내 전력수요의 10%를 풍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재생 에너지를 생활에너지로 자급 자족하는 그린빌리지 조성, 태양광주택 보급 확대, 바이오 가스 공급사업도 추진한다. 이러한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원을 유치할 예정이다.

-기업 및 투자유치 극대화 전략은

▲그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투자유치촉진조례를 제정해 첨단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또 투자자 편의제공과 투자유치 마케팅 활동도 강화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 시네이쳐파크 등 4개 사업에는 총 4826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으며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014년까지 본사전체가 이전할 계획이다. 또 반도체 메모리 설계 업체인 EMLSI는 향후 60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교육기관 유치를 위한 조지워싱턴대 제주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대학의 사회 승인에 필요한 실무협의를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회의(컨벤션)산업 성과와 향후 계획은.

▲컨벤션산업은 21세기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으로 관광·쇼핑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제주지역은 국제적 수준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풍부한 자연자원, 독특한 섬문화, 관광 인프라 등 회의산업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비롯해 모두 114개의 회의가 열렸다. 여기에는 19만8000명이 참석했으며 1576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창출됐다. 올해에도 APEC통상장관회의와 국제청소년연합대회 등 8건의 국제회의가 열리고 2008년까지 29건의 굵직한 국내외 행사의 개최가 확정된 상태다. 게다가 지난달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제주평화포럼의 정례화, 평화관련 국제회의 제주개최 등 회의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BT산업 육성성과와 향후 계획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7800여 생물종의 다양성을 활용해 특성화된 건강·뷰티 생물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미 2003년 1월에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을 설립해 제주도의 다양한 식물과 해양생물 소재를 이용한 향수와 화장품을 결합한 향장품 산업과 식·의약품 산업을 육성하는 바이오사이언스파크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는 2007년까지 총 28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생물자원산업화지원센터와 생물자원스크리닝센터를 건립해 고부가가치의 바이오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12개의 우수업체도 유치했다.

특히 올해 착공되는 생물종다양성연구소에서는 제주도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여 종자주권시대에 걸맞는 연구와 유용물질산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산·학·연·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업의 애로기술 지원, 인력양성체제 등을 갖춰 제주도의 신성장 동력원으로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

*김 지사는 누구?

김태환(63) 제주도지사는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지 40여년 만에 도정의 최고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제주 토종으로 전주고와 제주대를 졸업한 뒤 지난 64년 제주시 행정서기보로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내무부 지방개발국 지역발전담당·제주도기획담당관을 거쳐 40대 초반인 85년에 남제주군수를 지냈다. 이어 제주도 기획관리실장·제주시장(관선)·제주도 행정부지사로 승진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의 ‘관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8년 민선 2기 제주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연거푸 3기 시장까지 지냈다. 또 지난해 6월, 제주도지사의 궐위로 재선거가 실시되자 시장직을 그만두고 과감히 도전해 당선됐다. 지방공무원의 모든 직급을 다 거친 셈이다.

 이러한 경력 덕분에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 지사는 시장재직시 매일 걸어서 출근하며 주위를 살필 정도로 부지런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제주가 앞으로 먹고 살길은 IT 등 첨단산업 육성밖에 없다고 판단한 김지사는 정통부 등 중앙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직접 찾아다니며 각종 사업과 예산을 따왔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최근 단행한 행정조직 개편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는 미래산업과를 신설해 과학기술·IT·BT·에너지계 등 각 산업별로 조직(계)을 둘 만큼 첨단산업 육성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역점사업과 예산

올해 제주도는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함께 IT·BT·청정에너지 등 첨단 미래산업 분야의 40개 사업에 총 3881억원을 투자한다.

 분야별 투자내용로 보면 IT산업은 20개사업 341억원, 건강·뷰티 등 BT산업은 9개사업 129억원, 청정에너지산업은 11개 사업 3411억원 등이다. 도는 이러한 3개 미래산업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총력적인 지원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IT분야의 경우 제주텔레매틱스 시범도시 구축 2차사업에 50억원이 투입되고 디지털콘텐츠협동연구센터 제주분소와 텔레매틱스 요소기술 연구센터에 31억원이 투입돼 신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또 제주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조성 에 53억원, 제주대 첨단관광 정보시스템 인력양성사업단에 22억원, 디지털 제주아일랜드프로젝트에 24억원 등이 각각 투입된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과 맞물려 있는 BT산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건립된 제주생물자원산업화지원센터와 제주생물자원스크리닝센터 운영사업에 27억원이 투자된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도 29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제주시는 생물산업의 R&D거점이 될 제주생물종다양성연구소 설립사업 추진을 위해 30억원을 들일 예정이다. 건강뷰티생물산업 혁신역량 강화에도 8억원이 투입된다.

 청정에너지산업분야 사업도 주목되는 분야다. 올해 90억원을 투자해 풍력 그린빌리지조성사업과 바이오 연료화사업, 마라도 태양광발전시설사업 등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개한다.

 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60억원을 투자해 해상풍력과 수소연료전지 등의 성능평가기지가 조성되며 민간풍력발전건설사업에도 802억원이 투자돼 4개소에 28기가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도는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총 1조3682억원을 투자해 국제자유도시에 부응하는 에너지 안정공급 기반을 구축키로 했다. 장기적인 사업으로 풍력발전과 그린빌리지 조성, 태양에너지 보급, 바이오가스 자원화 등이 포함돼 있다.

제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