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이나 센서와 같은 부품·소재 없이 유비쿼터스 세상을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부품은 홈네트워킹 뿐 아니라 각종 물류, 원격제어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 활용된다. 간단한 예로, 센서나 칩을 대형 마트나 창고에 들고나는 물건에 부착할 수 있다. 창고나 매장 등 일정 지점을 통과하면 칩은 위치 이동을 자동으로 파악, 물건의 이동 상황을 직접 추적한다. 이로써 실시간 재고관리나 매출관리가 가능해진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전자태그(RFID)가 바로 이 기술에 해당된다.
이런 차원에서 한경환(43) 사장이 이끄는 전자태그 업체 하이트랙스의 핵심 연구원들은 미래 상용 기술의 하나로 부상한 RFID 분야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하이트랙스는 RFID의 선진시장인 미국에 관련 제품을 역수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월마트에 설치된 RFID 시스템 안테나의 대부분이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이다.
하이트랙스를 이끌고 있는 한 사장은 미국 CIT를 졸업하고 미하원에서 시스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또 미국 신텔(Cintel USA)과 마텍(Matek) 사장을 역임하다 작년부터 하이트랙스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국내에서도 한국RFID산업화협의회 위원 등 유비쿼터스 관련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FID장비 업체 키스컴 한운수 사장(54)도 국내 전자태그 분야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다. 인하대 공대 출신인 한 사장은 90년대 중반부터 RFID 관련 제품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고 125·134kHz, 13.56MHz, 900MHz, 2.45GHz 등 다양한 주파수 대역별 RFID용 리더기와 안테나, 태그 등을 자체 기술로 확보해왔다. 지난 2001년에는 900MHz대역 RFID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나노소재 업체 석경에이티 임형섭 사장(46)은 유비쿼터스 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RFID 칩 회로를 간단히 형성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인쇄 방식으로 간단히 전극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5㎚급 은(Ag) 소재를 사용한 페이스트를 선보인 것이다. 임 사장은 나노 소재 전문 기업인 석경에이티 사장으로 지금까지 컬러필터, MLCC 소재, 광촉매 등 다양한 무기 나노 소재 개발에 앞장서 왔다. 한양대 무기재료학과 졸업 후 삼성SID를 거쳐 2001년에 석경에이티를 창업한 무기재료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석경에이티의 RFID용 페이스트는 입자 크기가 5㎚ 정도에 불과해 연성회로기판(FCCL) 상의 에칭 공정을 거치지 않고 다양한 소재 위에 스크린 인쇄나 잉크젯 방식을 통해 정밀 회로를 형성할 수 있다. 또 기존 페이스트는 회로 형성을 위해 보통 28∼30㎛ 두께로 올려야 하는 반면 이 제품은 2∼3㎛면 충분해 RFID 제조원가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자태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컬러코드(color code)도 새로운 개념의 데이터 표현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동영상 우표 및 스티커, 스포츠카드 사업 등에 실제 활용되고 있는 컬러코드 기술은 지난 98년에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미디어시스템 연구실이 유비쿼터스 컴퓨팅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컬러코드는 자체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정보의 URL을 DB에 저장하고 이를 컬러코드의 인식을 통해 URL만 불러오는 방식이다. 현재는 이상용 사장이 이끄는 칼라짚미디어가 컬러코드 제작 및 보급에 관한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0년대부터 RF사업에 뛰어든 에이스테크놀로지 구관영(57) 사장은 세계 시장 전망에 따라 미래사업을 유비쿼터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 사장은 84년 자체 기술로 카폰용 안테나를 개발한 이후 국내 안테나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 최근 그는 RF부품이 유비쿼터스 시대에 약방의 감초역할을 할 것이 보고 RFID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IC를 개발했다.
블루투스의 명맥을 이어온 이니티움 김영진(41) 사장도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한 씨리얼 어댑터를 개발해 산업용 기기를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또 블루투스 로밍 및 핸드오프 기술을 개발, 블루투스 통신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로밍문제도 해결했다. 이 기술은 바다의 부표를 측정하거나 전봇대상태를 점검하는 등 관리 작업을 편리하게 한다. 김 사장은 앞으로 완벽한 유비쿼터스 통신 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뿐 아니라 무선랜, 지그비 등 기기간 통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무선통신기술도 상용화해 나갈 계획이다.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요업기술원이나 전자부품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곳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들 대부분이 민간 업체로 이관돼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요업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종희 시스템모듈사업단장(50)은 삼성전기에서 적층형 세라믹콘덴서(MLCC) 생산을 총괄해온 세라믹 소재 전문가다. 그는 한양대·일본도쿄공업대학 졸업 후 25년간 한국국방과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및 삼성전기 MLCC사업부·중앙연구소 등을 두루 거치면서 연구개발 및 상품화에 매진한 부품소재 분야 ‘통’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최근 세라믹 적층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밀 부품 및 모듈을 통해 유비쿼터스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가 이끄는 시스템모듈사업단은 디지털 기기의 융·복합화와 유비쿼터스 기술의 도입에 따라 개별 부품들의 실장 면적 감소가 요구되는 추세에 대응, 전자 세라믹의 복합화와 모듈화를 추진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고집적도의 부품 및 모듈을 개발해 유비쿼터스 기술 구현에 필요한 신개념 부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자부품연구원의 김훈 나노광전소자센터장(39)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주다. 경북대(전기공학)를 나와 99년 동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센터장은 반도체 나노소자 개발 및 물성 연구, 바이오 센서 및 응용소자 시스템이 전공이다. 고온 나노기술을 이용한 초고감도 이미지센서와 혈당측정을 위한 바이오 수광센서 모듈을 개발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그는 피부에 갖다 대기만 해도 피부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 진단기를 개발해 의료부문에서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당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유비쿼터스와 전자부품
유비쿼터스 세상은 센서나 칩과 같은 전자부품 기술에서 출발한다.
거실로 나오자마자 거실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에어컨이 들어와 실내 온도를 맞춰주는 것도 센서 때문이다. 화장실 비데에도 센서가 달려있다. 집주인의 체온 등을 자동으로 체크해 PC로 정보를 보낸다. PC의 건강 기록은 주치의 PC로 다시 전송된다. 흔히 말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다.
전자부품 기술은 텔레매틱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동차 곳곳에 센서 칩을 심어 놓으면 센서 칩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메인 칩에 정보를 전달한다. 타이어, 도어, 오디오, 트렁크, 범퍼, 와이퍼, 의자, 조명 등에 설치된 센서 칩은 대표 센서와 통신하고 이 센서 칩은 메인 시스템과 통신, 차량 내외부의 정보를 수집해 고장이나 이상 징후 등을 알려준다.
텔레매틱스와 함께 유비쿼터스 부품기술을 적용 가능한 대표적인 분야가 텔레메트리(원격 제어)다. 일반 주택의 가스, 수도 검침 등 당장 상용화 가능한 부분부터 건물 주요 부분에 센서 칩을 설치해 안전 진단을 수시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비싼 인건비로 무인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는 산업에는 더욱 유용하다. 광활한 농토에 센서를 장착하면 습도, 온도에 따라 물을 뿌리고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을 정해진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산속에 위치한 수많은 칩들이 통신을 하면서 산불이 일어나는 곳을 즉시에 파악하거나 교량, 발전소, 댐 등 사람이 수시로 점검하기 어려운 곳에도 칩을 활용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만일 이 센서 칩이 더욱 저렴해진다면 모든 도로에 칩을 심고 차량의 센서와 도로의 센서가 통신을 하면서 스스로 운전해주는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전세계 전자 및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미래 유비쿼터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