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폐인이라는 말을 아세요?”
최근 엠파스 토익넷에는 토익 공부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토폐인(토익+폐인)이 많다. 일방적으로 딱딱한 동영상 강의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학습자들이 온라인 네트워크 대전형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토익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
밤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e라이브 강의’는 한 강좌당 매일 200여 명의 학생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강좌를 수강 중인 대학생 김정민씨(23)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또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문제를 푸니까 한 문제라도 안 틀리려고 긴장하게 되네요”라고 말했다.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e러닝 대중화 견인차로= 이처럼 교육과 재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e러닝 대중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에듀케이션(educ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는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웹사이트 등을 통칭한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유비쿼터스 컴퓨팅 커뮤니케이션 등으로까지 확대, 연계되면서 ‘디지털 에듀테인먼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충헌 코리아디지털콘텐츠연합 대표는 “특히 최근 에듀테인먼트는 기존에 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흥미 위주의 멀티미디어 교육용 교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학 및 직업, 취업, 창업, 산업교육, 평생교육 등 각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익히도록 도와주는 매체 서비스 콘텐츠 방법론 툴 등으로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정부가 육성 나선다= 무엇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산하기관들이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e러닝 콘텐츠 산업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황대준)은 올해 교육용 콘텐츠의 질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에듀테인먼트를 꼽았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게임산업개발원·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과 게임과 e러닝을 접목한 교육용 콘텐츠 개발 및 관련 행사 개최 등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 에듀테인먼트 분야의 과제를 집중 탐색하기 위해 최근 유관기관·민간기업·학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 1회 학습용 콘텐츠의 새로운 도전: 에듀테인먼트’ 세미나를 개최했다. KERIS는 격주에 걸쳐 총 4회 동안 이 세미나를 열어 에듀테인먼트 산업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 간 사업 추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디지털 에듀테인먼트 분야의 실효성있는 과제를 도출해 낸다는 목표이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회장 이상희)도 지난해 영어 게임을 활용한 ‘제 1회 전국 초등학생 e러닝 체험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한 데 이어 올해 2회 대회는 물론 ‘도전 골든벨’ 등 재미와 교육을 적절히 접목시킨 각종 행사를 추진, 호응을 얻고 있다.
◇e러닝 전문기업, 콘텐츠 개발 활발 = e러닝 콘텐츠 및 서비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e러닝 콘텐츠 및 솔루션 전문기업인 시그마와이즈(대표 유명준)는 최근 ‘게임 기반의 학습’을 의미하는 ‘G-러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이미 G러닝 콘텐츠인 ‘백두대간’을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에 납품했으며 최근 보다 향상된 G러닝 게임인 ‘와이즈월드’의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와이즈월드는 그래픽만 보더라도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게 개발됐으며 게임을 즐기듯이 학습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유명준 시그마와이즈 사장은 “게임형 학습 시스템을 이용한 우리은행 직원들의 교육 이수율이 97.5%에 달할 정도로 학습 효과가 뛰어났다”며 “G러닝 사업부에 게임 개발자 출신의 프로그래머를 영입해 보다 경쟁력있고 학습 효과가 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전문기업 뿐 아니라 온라인 입시 교육 서비스 업체들도 학습자의 관심을 유도할 만한 다양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에 욕심을 내고 있다. 정현재 한국사이버교육학회 사무총장은 “기존의 학습 목표 달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e러닝에 비해 게임 등과 결합시킨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e러닝의 확산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대작 콘텐츠 개발 등을 위한 투자 유치 노력 등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러닝에도 줄거리와 감동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줄거리와 감동이 있는 e러닝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을까?’
교육과 재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e러닝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제작하기 위한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는 산자부와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말 스토리텔링 기반의 학습환경 설계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처음으로 내놔 눈길을 끌었다.
‘스토리텔링기반 몰입 학습환경(Story-Telling-based Immersive Learning Environment)’은 약칭 ‘스타일(STILE)’로 불리는 새로운 학습 설계 모델이다. 기존 e러닝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목표기반시나리오(GBS·Goal-Based Scenario) 설계 모델이 몰입 환경이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해 스토리텔링과 몰입적 요소를 보완한 것이다.
GBS가 직무 분석을 위주로 스토리를 개발한다면 ‘스타일’은 인지적 과제나 영화·소설·게임 등을 개발 방법으로 채택한다. 또 운영 방식에 있어 ‘스타일’은 블렌디드 러닝을 확대, 도입함으로써 온라인에 의존하는 GBS에 비해 교사나 강사의 지능적인 스토리텔링을 강화할 수 있다.
평가에 있어서도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하게 갖고 있다. GBS가 객관식 평가나 과제 수행 평가 위주라면 ‘스타일’은 프리젠테이션, 인터뷰 등 학습자 스토리텔링 평가를 강화했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는 ‘스타일’설계 방식을 도입한 대작 e러닝 콘텐츠 제작을 위해 e러닝 투자조합 구성 및 투자 설명회 개최 등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기고: 미국의 에듀테인먼트 교육
-이지현 고려대 교수학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leeji@post.harvard.edu
최근 미국에서 활발하게 연구·제작되고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기술상 장르로는 모델링,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모바일 학습시스템, 게임, 로보틱스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을 특별히 ‘에듀테인먼트’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장르는 학습에 ‘재미’ 요소를 부가해 학습자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해 주고, 학습효과를 높여 준다.
특히 멀티유저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학습시스템에서 직접 PDA를 가지고 실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모바일 학습 시스템분야에서는 다음 세대들을 위해 ‘재미’의 요소를 더 강화시킨 게임형식의 학습 시스템으로의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에듀테인먼트 시스템의 특징은 첫째, 이러한 혁신적인 시스템의 개발은 철저히 리서치에 기반해 수행된다는 점이다. 대학연구 기관은 교육부나 과학재단, 대기업과의 산학협력으로 장기간의 리서치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을 거쳐 개발과 수정과정을 반복한다.
둘째, 시스템은 학생이 집에서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 학교 교육 환경에서 교사의 지도 아래 수업을 한 차원 높여주는 시스템으로 개발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사는 정보 전달자가 아닌 학습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술 인프라가 발달돼 있지만 기술이 너무 앞선 나머지 상대적으로 교육용소프트웨어나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개발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시스템을 통해 우리 교육에 던져주는 시사점을 찾아본다면 첫째, 핵심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스템 하나만으로 학습이 재미있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결국 중요한 콘텐츠는 학생들이 주어진 임무를 둘러싸고 서로 의사소통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있다. 즉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이 핵심인 것이다. 기술력은 어디까지나 학습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학교·교실·교사를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다. 흔히 교사가 필요없는 시스템 개발이 개발의 목표가 되곤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교실에서, 교사가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때, 교육의 효과는 배가가 된다. 기술이 교사의 세심한 역할,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데는 아직은 한계가 있다. 대신 시스템에 교사의 위치를 만들고, 교사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기술적인 연구 개발보다는 콘텐츠와 형성 평가에 투자해야 한다. 끊임없이 학습자와 교사의 피드백에 대해 연구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교육학적인 효과에 관해서도 비교 실험을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가 개발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