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자동차용 반도체
‘반도체의 미래 최대수요처는 자동차 산업.’
첨단기술의 집적체인 자동차는 반도체업계에 있어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자 반도체 산업 도약의 씨앗이다. 그러나 쉽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가 그리고 있는 ‘차세대 자동차’는 이제 반도체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반도체를 모른다. 바로 이 점이 반도체업계에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휴대폰과 가전 및 멀티미디어 기기를 중심으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IT산업의 쌀’이라 불릴 정도로 반도체 없이는 첨단 기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700만 화소의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PDP와 각종 첨단 기기의 발전의 밑거름에는 반도체로 대표되는 메모리와 각종 시스템반도체의 역할이 주요했다.
전세계 반도체기업들은 각종 IT기기를 넘어 반도체의 최대 시장으로 자동차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강국 한국도 여기에 합류했다.
△자동차, 반도체 집결의 결정체=‘모든 상태가 최적화됐었습니다. 운행을 시작합니다.’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모 자동차는 시동을 켜는 순간, 연료와 엔진 상태, 타이어 공기압, 부동액 등 자동차 운행에 관계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한 후 ‘OK’ 사인을 내보낸다. 자동차에 탑재된 시스템온칩들이 시동을 켜는 순간 마치 PC가 부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런 기능은 물론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 외관은 그대로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칩을 교체해, 내부 시스템은 항상 신차와 같은 상태로 기능을 향상 시키고 있다. 자동차가 PC처럼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진 것이다. 차량에는 엔진과 기어, 연료주입 컨트롤은 물론 브레이크, 주행안정성 모니터링, 파워핸들, 에어백 등 아날로그 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DSP 등 100개 반도체가 적용돼 있다. 앞으로 매년 안전성과 기능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일반화될 전망이며, 차량 제어 반도체는 물론 정보와 오락 기능을 하는 차량용 오디오에 들어가는 DSP도 업그레이드된다.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경쟁=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1대 당 수백 개의 반도체가 집결되는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숨가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피니온, 필립스,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NEC, 도시바세미컨덕터, 마쓰시타전기, 롬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차세대 시장을 차량용 반도체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엘피다는 300㎜ 웨이퍼 라인을 증설하고 차량용 반도체 영업도 강화하는 등 이른바 ‘프리미어 D램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며 후지쯔는 디지털가전, 네트워크,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서 90㎚ 프로세스, 로직IC 등의 공급 능력도 향상시킬 계획이다. 세이코엡손은 영상 분야를 강화해 저소비전력과 저소비공간을 지원하는 반도체 제품을 올해부터 본격 생산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 본격 합류=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인 자동차 분야를 강화하며 세계 기업들의 경쟁 레이스에 본격 합류했다.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미 삼성전자가 자동차 진화의 첨병인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분야에서는 상당수준의 제품을 확보해 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계기판과 텔레메틱스 등의 반도체는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있고, 향후에는 파워·안정장치용 반도체 개발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판로 확보를 위해 국내 자동차업체들과 수요 발생 품목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도 최근 10여 명 규모의 자동차용 반도체 프로젝트사업팀을 구성한 데 이어 올해도 인력을 대폭 충원해 자동차용 스마트스위치 반도체를 최대 60여 종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용 범용스위칭기능칩(IGBT)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올해 9억 원 정도를 투입해 스마트 스위칭기능의 SoC를 30종 개발하고, 내년부터 투자를 크게 늘려 품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 일단 CIS를 활용한 차선이탈경보장치(LDWS)를 시스템 온 칩(SoC)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동차용 애프터마켓 반도체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제인증기관인 UL로부터 국제품질 표준규격인 ISO/TS16949인증을 획득, 자동차용 반도체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허염사장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며 “시장성을 놓고 볼 때 진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신천지 분야”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모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반도체업체들과 손 잡고 부품 및 기능의 시스템 온 칩(SoC)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부적으로 첨단화·융합화가 진행되는 품목을 꼽아 상용화가 용이한 제품으로 중심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점차 반도체업체들과의 제휴 폭을 넓히면서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공동 노력해 자동차용반도체 국산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는 극히 일부 소자를 제외하고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010년 경에는 국내자동차용 반도체의 국산화율이 5-10%로 올라서고,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산업 21세기 패러다임 `반도체`
자동차산업은 주변산업을 견인해 왔다. 그리고 자동차와 더불어 해당 주변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 왔다. 국내외 굴지 대기업들이 끊임없이 자동차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자동차가 처음 개발됐을 당시 자동차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료였다. 어떻게 자동차를 움직일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발전한 산업은 화학 산업이다. 자동차의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화학 산업이 동반 발전했다.
처음 자동차는 풍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17세기 중반에 증기기관이 실용화됐다. 19세기 중반에 전기자동차가 출현하였으나 이것도 축전지가 무겁고 항속거리가 짧으며, 충전에 장시간을 요하는 등의 결점이 있었다. 이후 가솔린을 연료로 하는 가볍고 강력한 기관이 개발됐으며, 1885년 이것을 목제의 2륜차에 탑재해 사상 최초의 2륜차를 탄생했다. 자동차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고 연료 산업은 자동차와 동반성장의 길을 걷게 됐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한 자동차는 견고성과 정밀도에 주목하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압을 이용한 기계장치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좀 더 세련된 그리고 좀 더 시스템적인 자동차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디자인과 설계·부품배치 산업이 발전기를 맞았다.
20세기 후반부터 자동차는 기계 관련 산업 시대를 넘어 전자 분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그리고 21세기 반도체가 바로 그 중심에서 자동차산업을 가속화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자동차가 달리는 가전이자 달리는 컴퓨터가 되면서, 수백 개의 반도체가 자동차에 탑재돼 최상의 운행 조건과 안전 상태를 파악하게 한 후 움직이게 하는 시대라 도래하고 있다. 이미 그 자체로도 핵심산업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지만, 자동차산업이 동반 성장 파트너로 반도체산업에 윙크를 보내면서 자동차용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5000만달러 그리고 2008년에는 1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연평균 1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 대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2008년에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 현대모비스 카트로닉스 연구소 노용규상무
“우리나라는 현재 자동차 산업은 세계 6위, 반도체산업은 세계 3위의 생산대국으로서 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카트로닉스연구소 노용규 상무는 한국 자동차용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세계적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 양대 축에서 찾는다. 두 분야 기술력의 유기적 결합은 이제 정해진 수순이며, 우리는 결합의 산문인 자동차용 반도체에서 이미 많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잠재력은 높으나 아직 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형편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가장 시장진입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모색해 왔고 주요 자동차·반도체업체간 공조와 국책과제 추진 등으로 2007년에는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 상무는 자동차제조사들도 이제 구성 부품의 원가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을 서둘러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공략을 시작하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사실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선진업체들의 높은 장벽 때문에 자동차업체도·반도체업체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업계는 물론 정부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자동차용반도체는 한 번 올라서는 것이 어렵지 일단 높은 산을 넘어서면 광대한 평야가 열려 있는 무궁무진한 시장입니다.”
노 상무의 걱정은 국내의 많은 중소·벤처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이 자동차용반도체 설계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개발을 완료한 뒤 양산 단계에서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개발된 제품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교적 용이하게 적용하기 쉬운 제품에 대하여는 법규상으로 장착율을 늘리는 방안이나 적용시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동차용반도체는 우리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입성을 위해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차량 안전성 제어장치(ESP)에 적용될 주문형 반도체(AISC)를 개발중인 만도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