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스트 +244]제2부:사례연구⑤TFT L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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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전세계 TFT LCD 시장에서 점유율 41.9%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달성하며 5년째 1등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을 뒤로한 채 대만 기업들이 선두권 도약을 위해 바짝 추적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에게는 못 미치는 상태. 국내 기업들이 지난 1995년 일본으로부터 관련 장비를 도입, 양산을 시작한 이후 불과 5년 만에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한 이후 선두자리를 줄기차게 지키고 있다.

TFT LCD는 선진국과 경쟁해 단기간에 세계 정상에 오른 성공모델로 우리의 대표적인 신화인 메모리 반도체의 성공 패턴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TFT LCD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일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95년 이전까지 TFT LCD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쌓고 있던 일본 업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반도체 공정기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메모리 반도체를 모태로 TFT LCD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라는 옥동자를 낳은 셈이다. 여기에 당시 세계적인 브라운관 생산국으로서의 수직 계열화된 기반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도 우리 기업들이 TFT LCD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초기 수년간은 낮은 수율과 높은 원가에 시달리면서 일본의 높은 벽을 실감했었다. 95년부터는 사정이 역전됐다. 대형 투자를 통한 시장 수요를 주도하는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TFT LCD 산업의 성공요인을 △경영자원의 집중 △최고의 브랜드 추구 △CEO의 리더십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과감한 투자가 주효했다=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지난 1994년 TFT LCD를 전략적 신수종산업으로 선택했고, 기존 반도체 사업을 수익원을 캐시카우로 한 과감한 투자가 초기 진입장벽 돌파 요인이 됐다. 또, D램에서 얻은 반도체 공정기술을 접목, 단기간 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이 가능했으며 반도체와 수요처가 같아 기존의 마케팅채널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사업기반을 최대한 활용, 새로운 수종산업을 선택하고 경영자원을 집중한 결과다.

◇최고의 브랜드를 추구했다=대부분 후발업체들이 채택하는 틈새시장 공략 전략을 택하지 않고 초기부터 진입장벽이 높은 일류업체를 납품처로 잡고 최고 브랜드를 지향했던 과감성이 성공 요인중 하나로 지적됐다. 메이저 시장 공략이 주효했던 것.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당시 기판 크기로는 채산성이 없었던 12.1인치 제품으로 세계 노트북컴퓨터의 1인자였던 도시바에 납품하는데 성공하면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서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처음부터 주문자생산방식(OEM)이 아닌 독자적인 브랜드를 지향했기 때문에 1998년 12.1인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상황에서 13.3인치 이상의 대형화를 주도해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CEO의 결단력이 빛났다=국내 TFT LCD 업계는 지난 1997년 대규모 시설 투자를 실시한 이후 곧바로 IMF 환란이 닥쳐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각 기업의 수장들은 1998년과 1999년 2년 동안 TFT LCD의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를 전사적인 신념으로 전파시키면서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였다. 위기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전사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1999년대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선두로 나서게 됐다. 위기반전의 리더십이 빛을 발휘했다.

◆차세대 개발에 힘써야할 때

 이달 초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정보통신 박람회인 ‘세빗2005’에서 TFT LCD 업계를 술렁이게 하는 전시물이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크기의 82인치 TFT LCD TV를 내놓은 것. PDP TV에 비해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통설을 뒤집은 사건이었다. 82인치는 충남 탕정에 건립된 7세대 생산라인에서 개발됐다. 국내 TFT LCD 산업의 양대 축인 LG필립스LCD도 70인치대 이상의 생산력을 갖췄다. 이미 기술력에서 경쟁 국가들이 미치기 힘든 자리에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포스트 LCD’이다. 디스플레이스 시장에서 TFT LCD를 뛰어넘는 다음 단계 월드베스트를 준비해야 한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수평 및 수직으로도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기초연구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정부 주도로 각 기업들이 참여한 연구개발 사업이 착수되고 있어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이미 지난 3년간 총 446억원을 투입해 1차 연구과제를 수행, 학술발표와 논문 및 특허출원 등 원천기술 개발에 성과를 올렸다. 앞으로 10년 후의 성장동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신기술 분야에 과감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화질 △고정세 △초경량 △초박형 △저전력 △다기능의 미래형 정보디스플레이를 개발, 포스트 LCD인 월드베스트 디스플레이 제품을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

◆"미래는 우수인력 양성에 달렸다"

-장진 경희대학교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TFT LCD의 양산은 지난 1995년에 시작, 2001년에 일본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이러한 생산 1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원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하고 원천 기술은 서구와 일본이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LCD 산업의 성공은 경이적이다. LCD 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에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기 적절한 집중 투자와 신속한 상품 개발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데 있다. 여기에 삼성·LG의 역할이 매우 컸다. LG와 삼성은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1990년부터 각각 년 500억 이상의 연구 개발비를 5년간 투자했다. 우리나라의 LCD는 일본으로부터 기술 도입 없이 독자적 기술로 상품화에 성공하여 대량 생산에 의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만은 일본의 LCD기술과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에 의해 현재 우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올라섰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산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해 세계 1위의 생산 국가에 등극했다. 일본은 나름대로 부가가치가 높고 한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 양보다는 질과 부품 재료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과의 공조, 국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 일본 및 서구와의 협력 관계로 시장 경쟁력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LCD는 서구에 산업이 없기 때문에 통산 마찰이 없고, 따라서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머리와 손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LCD는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문화정서와 잘 어울려 개발과 생산의 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과 원재료 개발, 원천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수 인력의 양성이다. 특히 △연구 △개발 △생산 △기획을 모두 잘할 수 있는 LCD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여서 전체를 볼 수 있고 또한 각각의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가는 산업이 없는 서구에서는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이러한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LCD 업체가 적어도 LCD 매출액의 0.1%인, 연간 200억원 정도는 인력 양성에 투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부품 △재료 △장비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LCD 패널 업체 매출액의 반 이상이 부품·재료 업체로 간다. LCD제작에 필요한 원재료의 국산화율은 17% 정도에 불과하다. 원재료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다. LCD 부품 재료 매출액의 1%인 1000억 정도를 원재료 연구 개발에 정부가 매년 투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10년 후에 우리나라를 먹어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 정부 지원 연구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지적재산권 확보에 중국·대만·일본 등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연구비가 지원돼야 한다. 중국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LCD 산업을 10년 내에 중국이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대만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의대보다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jja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