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 2차전지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로 전략 부재를 꼽는다. 국내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과감한 투자로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한 전략이 뒷받침됐지만 2차전지 산업은 아직 일본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전략 부재=국내 2차전지 업체의 투자는 ‘묻지마식’에 가깝다. 삼성SDI와 LG화학으로 대표되는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휴대폰과 노트북PC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투자액의 대부분을 제조 설비 증설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삼성SDI와 LG화학의 2차전지 생산량이 두 배 가량 증가해 일본 MBI와 세계 3위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대해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수요 성장 속도가 예상과 달리 둔화되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의 집중적인 설비 투자가 오히려 공급 과잉을 낳았다”며 “전략 수립의 첫 단추인 시장 예측이 어긋나면서 전반적인 전략 부재 현상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의 초점을 명확히 했다. 산요는 자체 설비 증설보다는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산요는 이미 지난 2002년 업계 4위인 GS멜코텍을 합병, 생산량에서 부동의 1위를 구축한 후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업계 2위인 소니는 작년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60% 이상 늘렸지만 산요가 주도하는 리튬이온보다는 차세대 제품인 리튬폴리머에 집중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기술 중심의 전략 조정 시급=전자부품연구원의 박철완 연구원은 “설비 투자 과잉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며 “최소한 3분기까지는 숨 고르기 기간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해외 업체를 합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부담이지만 해외, 특히 일본 업체를 인수할 경우 기술적 시너지 효과는 물론이고 설비 증설과 공급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설비 중심의 투자에 한계를 느낀 국내 2차전지 업계는 서서히 기술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LG화학은 고려대에 전자소재연구소를 만들고 한양대와 2차전지 관련 제휴를 맺는 등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경영진이 직접 해외를 돌며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연구개발 투자액 2451억원의 사용처 중 1순위를 2차전지로 꼽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전체 투자의 73%인 7500억원이 투입되는 중점 육성 사업에 2차전지를 포함시켰다. 특히 투자금액 중 상당 부분을 양극활물질 개발 등 기술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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