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끌어온 LG전자와 마쓰시타의 PDP 협상이 PDP를 포함, PC·DVD 분야까지 상호 특허를 사용하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으로 지난 4일 타결됐다.
연 매출 80조원에 이르는 일본의 대표 전자기업인 마쓰시타와, 매출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대표 전자기업인 LG전자 간에 벌어진 이번 특허 전쟁은 결국 양사가 동등한 조건에 합의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LG전자의 판정승이라는 게 전체적인 관전평이다.
◇곤혹스러운 마쓰시타=지난해 11월 LG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도쿄법원에 제소할 때만 해도 마쓰시타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전의 사례에서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특허분쟁에서 대부분 로열티를 지불하는 형태의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LG전자는 바로 국내 무역위원회에 파나소닉코리아를 지재권침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한 맞대응을 시작했다. 협상과정에서 마쓰시타 측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 내용을 보고 당황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나왔다. ‘한국기업쯤이야’하는 생각으로 제소했다가 ‘이게 아닌데’라는 태도로 바뀐 것이다. 이후에는 서로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번 분쟁에서 LG전자가 PDP특허뿐만 아니라 PC특허 등을 동원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PDP개발을 진행할 당시부터 다양한 특허를 출원해 왔으며 이번 사건 발생 이전에 자사가 보유한 PC특허를 갖고 마쓰시타와 로열티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또 덤핑이 아닌 지재권침해 혐의로 무역위원회에 바로 파나소닉코리아를 제소한 것도 적지 않은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위원회도 바로 ‘잠정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빠르게 대응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특허침해 혐의로 잠정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해외 기업들의 국내 기업 특허침해 혐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많은 학습이 됐다”고 밝혔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LG전자 특허센터 이정환 부사장은 “양사는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으며 양사에 모두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특허 분쟁을 계기로 ‘사업협력위원회(Business Collaboration Committee)’를 발족하기로 합의하고 협력분야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사업협력위원회를 통해 협력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사업분야를 검토하고 있으며, 블루레이 디스크 분야에서의 협력관계 구축을 좋은 모델로 보고 있다. 또 원자재 공동구매, 부품 상호 공급 등의 논의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PDP업계 측면에서는 이제 내부 싸움에서 눈을 돌려 외부와의 전쟁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를 포함한 LG전자, 마쓰시타가 공동전선을 구축해 LCD와 전면전을 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사의 시장 점유율이 70%대에 올라선 지금, 3사 가운데 1개사만 공동 전선에서 탈락해도 PDP업계 존립위기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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