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형 브라운관TV가 단일 디지털TV 제품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출시 1개월 만에 월 판매량 2만대 고지를 넘어서면서 ‘슬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슬림형 브라운관TV(이하 슬림TV)를 출시한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와 LG전자(대표 김쌍수)가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3월 한 달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각각 1만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돼, 월 내수 총 판매량이 2만대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현재까지 출시된 디지털 TV 제품 중 가장 빠르게 월 판매량 기록을 세운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디지털TV 제품 중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일반 디지털 브라운관TV의 경우 월 3000∼4000대 수준”이라며 “슬림TV가 월 1만대 이상 판매된 것은 국내 기네스 기록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슬림TV 출시를 기다렸던 대기수요와 혼수철을 맞이해 신혼부부의 제품 구입이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운관 DTV 재편 신호탄=슬림TV 출시 이후 3월 한 달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디지털브라운관TV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정보가전 유통가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판매된 전체 디지털TV 중 슬림브라운관TV의 비중은 2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이마트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디지털브라운관TV 판매량 중에서는 슬림TV 비중이 40%까지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수 가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슬림TV 판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영향으로 디지털브라운관TV 시장에서 주력제품이 29인치에서 슬림TV가 포함된 32인치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슬림TV가 출시되기 이전인 작년 12월 32인치 디지털TV의 판매량이 디지털브라운관TV 전체 판매량의 40%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60%대로 올라섰다. 이에 반해 29인치 디지털브라운관TV의 비중은 40% 이하로 떨어져 결국 디지털브라운관TV 시장의 주력 자리를 32인치 제품에 물려준 셈이다.
◇성장세 지속 가능성은 미지수=슬림TV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3월 판매량 급등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집중적인 마케팅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7일 네이버·다음·야후·옥션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슬림TV 관련 이벤트를 실시했으며 각종 매체 광고를 통해 LG전자와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 대기수요를 포함해 신혼부부들의 주요 혼수품목으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이 크게 올라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올 들어 LCD·PDP TV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슬림TV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슬림TV와 경쟁이 되는 40∼32인치 LCD·PDP TV들이 200만원대로 인하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슬림TV도 동반하락해야 한다”며 “그러나 제조원가상 현재보다 더 낮게 판매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올해 전국적인 디지털방송 확대와 HD 의무 방송시간 확대 등으로 디지털TV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안정된 양산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슬림TV의 가격을 낮출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사진: 슬림형 브라운관TV가 월 판매량 2만대를 돌파하면서 브라운관TV 시장에서 ‘무서운 아이’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마트 대치점에서 한 여성 고객이 판매원으로부터 슬림TV에 대한 기능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