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종기 LG화학 CTO

 “지금까지는 제품 생산기술이 국내 IT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신소재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35년 동안 화학산업 연구라는 한 우물을 판 여종기 LG화학 사장(CTO·59)은 “신소재가 국내 IT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누비는 국산 전자제품의 설계나 디자인 능력 등 생산과 관련한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소재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 사장은 LG화학이 신소재 개발의 주역임을 자임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듀폰이나 일본의 스미토모화학 등은 이미 합성수지가 아닌 IT 신소재 분야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LG화학이 주목하는 소재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분야”라며 “기존 업체와는 다른 기술과 재료를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2008년 정도면 확연히 다른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사장이 밝힌 LG화학의 제품 출시 로드맵은 우선 올해 노트북PC용 연료전지를 시작으로 내년에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를 출시하고 2008년에는 자동차용 연료전지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소재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우수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 사장은 “현재 연구인력 중 25% 내외인 박사급을 3년 내에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연구개발 투자도 매출 대비 3% 정도에서 5%로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수 인력 사냥’을 위해 1년에 10여 차례나 외국에 나간다. 이달에도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우수 인력을 뽑는 과정이 외국 현지에서 단 몇 시간의 인터뷰를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이 사람이다’ 싶은 인재가 있으며 가족을 모두 며칠 동안 우리나라로 초청해 집중적인 설득 작업을 벌인다.

 LG그룹 CTO의 협의기구인 ‘LG기술협의회’ 의장답게 여 사장은 LG 계열사 간 협력에 대해서도 향후 달라질 청사진을 내놓았다.

 LG는 ‘협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에 대해 여 사장은 “계열사 간 협력의 장점은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내부 경쟁을 통한 상승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 앞으로 LG계열사 간에도 연구개발에 한해서는 경쟁 환경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