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건 분야별로 그 사회를 이끄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올해로 모임 10년을 맞는 ‘u-전략연구회(토요연구회)’는 국내 유비쿼터스 분야의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연구회는 일명 ‘유비쿼터스 라이프’로 명명되는 다가올 미래 사회상을 처음 제시했다.
지난 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토요 연구 모임에서 출발한 u-전략 연구회는 유비쿼터스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인식으로 세상 밖으로 끌어낸 최초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특히 이 모임이 특정 연구기관이나 학교, 혹은 민간 기업 차원에서 운영되는 여러 형태의 유비쿼터스 관련 모임과 달리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금의 유비쿼터스의 대한 논의가 정책과 산업 여러 분야에서 걸쳐 진행되고, 물리적인 인프라 구현 측면으로 확대되기까지 이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학문적 연구활동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u-전략 연구회는 지난 95년 ETRI 소속 김동환 박사, 하원규 박사, 최남희 박사 3인으로 출발한 이래, 97년경 정착됐다. 3인으로 출발한 이 모임이 유비쿼터스라는 단일 목표에 대한 공감대 하나만으로 10년을 이어올 수 있는데 대해 당시 모임의 한 축이었던 김동환 교수는 ‘사람과 학문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사람의 측면에서는 모임을 주도한 하원규 박사의 정책 비전과 집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동경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하 박사의 ‘사회학적 상상력’은 유비쿼터스가 지금처럼 일반화된 개념으로 확산되고, 산업과 기술로 구체화되기까지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김동환 교수 외에 시스템 다이내믹스 학회와 토요연구 모임을 접목시킨 김도훈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의 역할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미 MIT 뉴욕주립대에서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산업공학측면에서 고찰돼온 ‘산업동태론’을 국내에 정착시킨 인물.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생각 또는 IT 조차도 특정 영역으로 한정시켜 사고하지 말고 그를 규정하는 주변 다른 요인과 인과관계를 밝혀 사고를 확대하자는 개념이다. 사고나 사물과 그 주변 요인의 인과지도를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모델링 작업을 하고 계량화하는 작업은 그 당시만해도 명확한 개념으로 정립되지 않았던 초기 유비쿼터스 사상을 안정적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데 큰 중심을 잡아준 역할을 했다.
또 초기 맴버였던 최남희 박사와 김동환 박사가 1997년 ETRI를 떠나 학교로 옮겨가면서 맴버 역시 ETRI 내부가 아닌 ‘u-전략 모임’에 동의하는 이들로 확대, 본격 정착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 교수를 비롯한 이후 맴버들은 대부분 국내파로서, 한국적 실용주의와 응용력, 전략수립력 등을 접목시켜 유비쿼터스 사상을 발전시켜 나가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적 측면에서는 일본에서 들어온 유비쿼터스 개념과 미국에서 출발한 ‘시스템 다이내믹스’와의 연계인데, 이 두 개념이 국내파를 만나면서 한국적 방식으로 자리잡아나가게 됐다는 평가다.
u-전략 연구회의 연구활동은 주로 △정책론 △공간론 △사고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진행된다. 정책론은 주로 1997년 이전 국내 서비스 기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당시 정부가 막 발표한 ‘2015년까지 전국의 가정을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를 깔겠다는 구상, ‘21세기를 대비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종합계획’에 대해 연구회는 ‘B-ISDN·CATV·모바일’ 3자간의 보완, 경합, 대체관계를 시스템 다이나믹스의 역동적 기법으로 그려 주목을 받았다. 연구회가 내놓은 최초의 보고서가 1995년 발표된 ‘초고속정보통신기반 전개구도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 구축’이었고, 초고속망 구축 정책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이후부터 본격 논의가 진행된 공간론은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IT거품론에 대해 위기의식 속에 사이버 공간 자체에 대한 연구활동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이들의 연구 활동은 2002년 ‘U-IT 혁명론과 U-코리아’라는 연구논문으로 나타났다. 하 박사는 “당시 논문을 낼 때만해도 정신나간 사회학자도당으로 인식됐지만, 유비쿼터스와 관련된 지금의 논의 수준을 생각하면 결코 틀린 방향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밝히고 있다.
현재 u-전략 연구회에는 초기 출발 맴버 외에 김선경 교수(충남대학교 행정학과)를 비롯해 연승준·박상현 ETRI 선임연구원, 숙대와 중앙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미숙·홍영교·정석환씨 등 젊은 5인도 참여하고 있다.
u-전략 연구회가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 대상은 두 부류다. 모임을 특정 산업이나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과 99%의 출석률을 자신하지 못하는 사람들. 유비쿼터스에 대한 이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는 ‘배우자 초상날 외엔 무조건 나온다’는 다소 과격한 결의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u IT와 제3공간 개발` 주제토론
u-전략연구회는 매주 토요일 양재동 `ETRI 서초동 회의실`에서 모임를 갖기 때문에 일명 `토요연구회`라고도 불린다. 가장 최근 열린 이 모임에서 최남희 교수는 `u-IT와 제 3 공간 개발`이라는 주제 빌표를 했다. 이어 회원들의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u-전략연구회 맴버들은 현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IT에 대한 개념 및 인식 변화에서 메가 트랜드를 찾는다. 우선 현재 ‘정보 기술’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IT는 ‘인텔리전스 기술’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처음엔 정보 자체와 정보 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이제는 정보 안에 있는 ‘쓰레기’가 분리돼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결국 인간의 활동을 가장 최적화할 수 있는 조건이 자동으로 마련되는 것, 즉 지능형 IT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인식이다.
또 국가간 물리적인 거리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인터(inter)-넷(net)’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처음 생각했던 개념에서 발전해 향후 ‘인터 스페이스(space) 넷’라는 공간의 개념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간은 전자 공간과 일상의 공간이 명확히 분리되는 것이 아닌 연계, 혼재되는 상황으로 발전함을 의미한다.
최남희 교수는 쉬운 예로 대학가 주변에 일명 ‘PC방’이나 ‘게임방’이 성황하다 최근 들어 사양길로 접어드는 사회 현상을 빗댄다. 특정 공간에 갇혀 사이버 세상에 빠지는 문화가 어느 시기까지 확산되는 듯 했지만, 이제 캠퍼스라는, 도시라는 일상 공간으로 사람을 끌어내 물리적인 공간 내에서 사이버 세상과 교류하거나 사이버 문화를 만끽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u-시티에 대한 논의도 이런 공간의 개념으로 인식이 발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기술 그 자체로서 IT는 향후 퓨전 테크놀로지로 변할 것이란 전망이다. IT 외에 현재 부각되고 있는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이 IT와 접목돼 활용되는 시대가 된다. 이들은 이런 이유로 “제 3 공간은 절대 지금 개념의 IT로만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인식을 함께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제 3 공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제 3공간을 가치, 정보, 물질의 흐름이 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최적화된 상태로 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전자공간과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물리 공간이 연계되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듯이 ‘공기같은 네트워크’, ‘두뇌역할의 단말’, ‘피부로서의 미디어’가 뒷받침된다.
제 3공간, 유비쿼터스로 가는 길로 가기 위한 과제는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된다. 우선 BcN이나 USN을 구축하는 등의 네트워크와 서비스, 디바이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u-컨버전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또 인증 위치 금융이 통합된 플랫폼이나 통신방송융합 법제화 등의 ‘u-인티그레이션’ 체제도 준비돼야 한다. 현재 관련 요소 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나 법제화 정비 등이 이런 노력에 해당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측면 외에 생활의 변화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시큐리티나 사생활 보호 등에 대한 대안을 만들며, u-라이프와 u-정부, u-비즈니스가 어우러지는 ‘u-리서넌스(resonance)’ 구현 역시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는 핵심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