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모모소프트 최우정 팀장

모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바타르’를 총 책임지고 있는 최우정 팀장을 만났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개발자들 사이에선 유명한 인물이다. 8년 여 동안 숱한 게임을 기획했고 패키지 게임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MMORPG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최팀장은 국내 게임의 미래를 걱정하며 개발자들에게 전하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97년인가, 98년인가, 가물가물하네요. 그 때 트윔넷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최우정 팀장은 국내 게임 산업이 빛을 발하기 직전, 자신의 평생 직업은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으로 게임 개발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시기에 엄청난 작업을 진행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게임을 수도 없이 만들어서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지경이고 PC 패키지 게임으로 99년 ‘통코 2’와 2000년 ‘러쉬’를 개발했다. 또 자신이 기획한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 신류’는 근래 ‘칼’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 한 마디로 그는 게임업계의 알려지지 않은 무림 고수인 셈이다. 그러다 모모소프트를 만든 신동일 사장과 의기투합해 2003년 4월부터 ‘바타르’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7개월 후인 11월에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 게임에 미쳐 산 시절

최 팀장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에 미쳐 살았다. 아타리가 TV에 연결하는 게임기를 발매한 제품부터 시작해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게임기를 섭렵했고 당연히 그에 따른 작품들도 모조리 엔딩을 봤다.

게임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국내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최 팀장도 콘솔 게임기에 주로 열중했다. PC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콘솔 게임을 접하다 보니 국내에 발매되지 않는 게임을 구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고 당연히 일본어 원작을 플레이하기 위해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학창 시절부터 워낙 게임에 빠지다보니 그의 친구들도 모조리 게임 마니아 중의 마니아였고 지금까지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가 많다. 또 만화를 좋아해 혼자 독학으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으나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만화 그리기는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당시 실력이 남아 있어 텍스트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컨셉트 스케치를 직접 작성해 개발자들에게 설명한다. 요즘은 피규어를 만들면서 메카닉 구조와 관절을 연구 중인 팔방미인이다.

# 재미와 연출력이 승부수

그는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결론을 내고 있다. 게임은 결국 재미와 비주얼, 연출력의 싸움이라고. 이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다.

“전 개인적으로 ‘파이널판타지’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런데 87년 처음 발매된 후부터 18년 동안이나 새로운 버전을 내놓으며 발전해온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다른 독특한 재미와 연출력, 비주얼을 보여주지요. 거기에 세계 유저들이 열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콘솔 게임 역사상 가장 재미있었던 플랫폼은 슈퍼 패미콤이라고 단정했다. 하드웨어의 발달은 작품의 비주얼적인 면을 발전시켰지만 게임의 알맹이는 슈퍼 패미콤에서 더 이상 진보한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 현재 쏟아지고 있는 게임 중에서 과거의 작품과 비슷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제 게임은 아이디어 싸움이고 기술력은 곧 평준화 될 것이며 진정한 재미를 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게임은 이제 마케팅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대박을 노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홍보와 마케팅의 파워 게임이에요.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에버퀘스트’나 ‘울티마 온라인’이 더 재미있고 깊이 있습니다. 몇 십억원의 돈을 홍보비로 사용했다는 얘기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죠. 그렇게 돈을 쓰는데 못 뜨는 게임은 없어요. 아무리 유저가 외면해도 기본은 됩니다.”

# 국내 개발자들 생각 달리해야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최팀장은 국내 개발자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국내 개발자들 정신 차려야합니다. 큰 회사에서 괜찮은 인재를 쓸어 담고 중소업체는 적당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힘든 상황입니다. 개발자들이 돈에 너무 연연해 하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데 프로젝트를 하나 완성하지도 않고 자리 이동을 하면 결국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게임 기술은 곧 평준화될 것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엔진이 속속 등장하면 결국 남은 것은 기획 싸움입니다.”

후배 개발자들이 열정과 도전정신 없이 알량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리저리 회사를 찾아 옮겨다는 것에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또 그는 영화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동시에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지만 게임 개발자는 개발에 들어가면 게임조차할 시간이 없어지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과 안정된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게임은 유저에게 행복을 줘야 합니다. 재미를 통해 행복한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개발자들의 궁극적인 몫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 최팀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말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