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또는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피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경마는 해마다 한두번씩 중독자 문제가 거론됐고, 화투와 포커는 도박 및 사기 사건과 연관돼 심심찮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몇해 전에는 로또 바람이 사회적 병폐로 이슈가 된 바 있다. 그리고 올들어서는 사행성 논란의 중심에 스크린 경마 게임이 자리잡았다.
사행성과 중독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이러한 문제의 게임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애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행성이나 중독성과는 무관한, 즉 건전한 여가 생활로 즐기는 이용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일 것이다. “흥분하면 확 배팅하고 싶죠. 크게 따고 싶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그때부터는 도박이 되는 겁니다. 호되게 당하고 나면 후회할 게 뻔한데 그런 짓을 뭐하러 합니까?” 스크린 경마게임장에서 만난 30대 이용자의 얘기다.
불시에 시간 때우기로 즐기거나 정기적으로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사람, 또는 호기심에 한번 와보는 경우 등 스크린 경마 게임장을 찾는 사람은 다양하다. 이들 역시 주목받지 못한(?) 이용자이고 허가받은 게임을 즐길 권리를 갖고 있다. 문제있는 소수의 사람이나 기업 때문에 이와 무관한 다수의 권리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현실이고 수준이다.
민주 사회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고 그 이면에는 소수 약자를 보호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여기서 소수 약자는 선의의 피해자다. 옳고 그름에 있어 그른 의견이 아니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서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옳지 않은 견해와 행동을 보이는 소수 때문에 다수의 바른 견해가 묵살되거나 바뀐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된다. 이 때는 그릇된 소수를 다수의 올바른 견해로 끌이어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마, 경륜, 포커, 화투, 복권에 이르기까지 돈이 왔다갔다하는 게임은 이용자의 목적에 따라 건전하게 이용될 수 있고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게임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건전한 이용방향으로 계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