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상용화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가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용자 대부분이 휴대폰 겸용 단말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위성과 지상파DMB를 넘나들며 각자의 이해를 최대한 관철하기 위한 사안별 견제와 협력에 나서는 등 주판 튕기기가 한창이다.
◇위성DMB, 후발사 “서비스 3∼5개월 늦춰야”=KTF와 LG텔레콤은 최근 서비스를 3∼5개월 늦춰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방송위에 제출했다. 티유미디어가 자체 전산망(TUBIS)을 고집한다는 점과 양자간 계약이 재판매에서 위탁판매로 바뀐 데 대한 추가 합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티유미디어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이 데이터방송용 미들웨어 등을 자사에 유리하게 조정,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경쟁재인 지상파DMB를 활용해 위성DMB를 견제해 왔던 게 사실.
그러나 티유미디어는 ‘서비스 지연전술’이라며 분개한다. SK텔레콤 역시 “KTF, LG텔레콤이 단말기 개발을 위한 제조사와의 협력을 게을리 해 이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처럼 후발사업자의 카드가 점점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상파DMB, ‘SK텔레콤 관망 속 KTF-LG텔레콤 간 갈등 조짐’=SK텔레콤은 관망중이다. “활성화되면 유통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하지만 중계망 투자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SK텔레콤에 맞서 6개 지상파DMB 사업자와 협력을 준비해 온 KTF와 LG텔레콤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다. KTF 측은 6개 사업자에 중계망 투자를 제안하되 중계망으로 확보된 권역에선 카스(CAS)와 스크램블을 이용, 중계망 투자 사업자가 배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지상파DMB 유통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LG텔레콤 측은 유료화를 원하되 중계망 투자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서비스하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란 의견이다. 유료화에 대해 각기 다른 복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LG전자-LG텔레콤, 삼성전자-KTF로 나누어진 사업자 간 구도도 두 후발사업자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칼자루는 방송위에=방송위가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하면 위성DMB가 초기 시장에서 지상파DMB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TF와 LG텔레콤의 연합견제가 더는 먹히기 힘든 구도가 전개된다. 재송신 불가의 경우 SK텔레콤으로선 ‘위성DMB 올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파DMB 유료화 정책도 관심거리.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최근 ‘무료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또 지상파DMB 중계망을 KTF나 LG텔레콤이 구축, 암호화된 신호를 내보내 배타적 권한을 갖는 모델에 대한 방송위의 해석도 주목된다. 이를테면 KTF가 지하철 내 지상파DMB망을 구축해 SK텔레콤의 가입자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DMB의 명분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석·성호철기자@전자신문, yskim·hcsung@
이해 따라 물고 물리는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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