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시대다. OLED는 반응속도가 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 LCD)보다 월등히 빠르다. 또 자체 발광으로 백라이트 없이 두께와 무게를 3분의 1이나 줄일 수 있으며 넓은 시야각과 저전력 소비 구조를 자랑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이같은 강점에도 수명 및 생산성 문제로 ‘미완의 대기’에 머물러온 OLED가 지난 2003년부터 휴대전화용으로 널리 활용된 이후 올해부터 3년간 연속 100% 이상의 고성장세가 기대되는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신데렐라로 떠오를 전망이다.(표1 참조)
이에 파이오니아와 소니, 산요, 세이코엡슨 등 일본의 전통적인 디스플레이 강호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LG전자, 삼성전자, LG필립스LCD에 이어 네오뷰코오롱, SKC, 대우일렉트로닉스, 오리온전기 등 국내업체들도 공격경영에 나섰다.
OLED 분야에서 삼성SDI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사업 초기인 2001년과 2002년 삼성SDI는 이 분야에서 각각 79억원과 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2003년부터 휴대전화에 수동형 OLED가 적극 탑재되면서 1852%의 고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해 역시 126%의 매출신장세를 기록,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2003년 OLED 사업부문에서만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하고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3018억원에 영업이익은 무려 669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1년 사업 이후 2년 적자를 단숨에 만회한 셈이다.
지난 3월 세계 유력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조사결과 삼성SDI가 매출액 기준으로 전세계 시장의 34%를 차지해 각각 26%와 21%에 머문 일본 파이오니아 대만 라이트디스플레이를 누르고 당당히 세계 1위에 등극했다. 또 하나의 ‘월드베스트’ 상품이 탄생한 것.
전문가들은 OLED 시장에서 삼성SDI의 성공 이유로 △놀라운 생산능력 △거대한 수요처 △장비업계의 배후지원 등을 꼽는다.
1. 놀라운 생산능력=신제품 개발 경쟁을 거쳐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하자 승부는 생산능력에서 갈렸다. 물론, 반도체와 LCD에서 보여줬던 우리의 놀라운 생산능력은 OLED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SDI는 현재 월 250만개 규모의 수동형 OLED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는 파이어니어나 라이트디스플레이 같은 해외 경쟁사를 크게 앞지르는 규모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이같은 생산능력이 단순한 생산장비 증가가 아닌 생산성 극대화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삼성SDI는 수동형 OLED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90% 이상의 수율을 자랑하고 있다. OLED는 아직까지 제조 기술 및 프로세스에 일정한 표준이 없는 상태. 따라서 같은 장비라도 커스터마이징 능력에 따라 전혀 다른 생산성을 보이는 독특한 제품이다.
삼성SDI는 일본산 제조장비를 도입하더라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독자 라인 구성과 생산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에는 초대형 OLED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SGS(Super Grain Silicon) 기술을 독자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SDI는 올 해 7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4세대 능동형 OLED 생산 전용라인을 건설하고 수동형 OLED에 이어 능동형 OLED 양산에서도 한 발 앞서 나간다는 전략이다.
2. 거대한 수요처=디스플레이만큼 타 산업의 성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분야도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약했던 OLED 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휴대전화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전 세계에 6억5000만대나 팔린 휴대전화 시장은 OLED 업계의 거대 수요처다.
당연히 이같은 현상은 휴대전화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선명하고 세련된 OLED 장착 휴대전화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남들보다 먼저 제때 양산설비를 갖춘 삼성SDI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당분간 생산되는 OLED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사용될 정도로 현재 국내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수동형 OLED가 여전히 물량 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그동안 휴대전화 외부창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OLED가 내부 메인창에도 적극 탑재되고 MP3플레이어나 카오디오 등의 신규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여기에 TV 등 대형 화면에도 쓰일 수 있는 차세대 능동형 OLED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 해 이후에는 관련 시장의 성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3. 장비업계의 배후지원=OLED는 유난히 국산 장비업체들과의 호흡이 잘 이뤄진 산업이다. 반도체와 LCD 산업은 일본보다 출발이 많이 늦었던 탓에 장비 분야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화 시점이 몇 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 OLED는 국산 장비업체와 발걸음을 함께할 수 있었다.
특히 국산 장비업체들은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패널 제조업체들의 일본산 장비 최적화에 기여했고 대학과 정부 연구소에 시험 장비를 공급해 인력 양성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국산 장비업계의 배후지원이 우리 OLED 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산업화 초기부터 참여한 선익시스템과 에이엔에스는 대학과 정부 연구소 등에 OLED 장비를 꾸준히 공급하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며 선익시스템은 중국과 유럽에, 에이엔에스는 홍콩에 OLED 증착 장비를 수출하는 등 주류 시장으로의 진입도 서두르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최근 에스티아이, 주성엔지니어링, 태화일렉트론 등 LCD 장비 업체들도 잇따라 OLED 장비 시장에 신규 진입해 장비 국산화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향후 4세대 장비 개발을 위해 장비업체와 패널업체가 손을 잡는다면 국제 경쟁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기고
-이충훈 모디스텍 대표 mdtyi@modistech.com
올 해 초 삼성SDI의 OLED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다. 브라운관과 TFT-LCD, PDP에 이어 OLED까지. 한국을 빼놓고는 디스플레이를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OLED에서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시장 규모가 작은 수동형(PM) OLED 산업구조에서 대규모 시장을 창출하는 능동형(AM) OLED 산업 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해야한다.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만은 않다. 최근 삼성SDI와 LG필립스LCD가 능동형 OLED 양산투자에 돌입했고 지난해 각각 17.1인치와 20.1인치 저온폴리실리콘(LTPS) 능동형 OLED를 일본에 앞서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에는 능동형 OLED 개발에 가장 늦게 참여한 삼성전자마저 장비 구입 최단기간에 세계 최대 21인치 능동형 OLED 개발이라는 2개의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적어도 신제품 개발에서는 일본에 한 발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동형 OLED 시장에서 한국에 선두를 내준 일본 기업들이 능동형 OLED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일본 OLED 업체 15곳 가운데 9개사가 능동형 OLED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국내 기업은 11개사 중 4곳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북파이오니아가 휴대폰 메인창에 사용되는 2.4인치 능동형 OLED를 오는 3월부터 양산하고 도시바마쓰시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TMD)도 상반기부터 3.5인치 능동형 OLED 생산에 착수하는 등 양산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보다 기술 개발 시점이 늦고 기초과학 및 산업 인프라가 취약한 한국의 OLED 산업이 미래에도 월드베스트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발과 투자를 유도하는 ‘월드베스트를 향한 집중과 집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특허는 중장기적인 고민
국내 OLED 업체들의 중장기적인 고민은 특허다. 놀라운 생산성으로 시장 점유율에서는 괄목한 성장을 기록했지만 특허 출원 등에서는 여전히 미흡해 향후 지적 재산권 분쟁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OLED 전문 웹사이트인 OLEDNET(http://www.olednet.com)이 지난해 하반기 미국·일본·한국의 공개 특허 및 등록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SDI와 LG전자의 공개 특허건수는 각각 55건과 51건으로 160건을 공개한 엡슨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전체 공개 특허 432건 가운데 삼성SDI(42)와 LG전자(39건), LG필립스LCD(38건) 등 국내 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으나 미국에서는 총 626건 가운데 삼성SDI가 13건, LG전자가 12건에 불과해 해외 특허 출원 활동이 극히 미미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조사에서도 1987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기업이 보유한 OLED 관련 지적재산권 보유규모는 3.7%로 일본의 20분의 1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만의 7.5%나 중국의 12%에도 크게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OLEDNET의 권지혜 박사는 “원천 특허는 미국의 코닥과 영국의 CDT에 의존하더라도 향후 시장에서의 안정성 확립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량 특허, 공정별 특허 등으로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OLED 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