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 PC, 죽지않았다.’
PC시장에서 노트북PC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았던 데스크톱PC가 화려하게 재기했다. 올 1분기 산업계는 물론이고 시장 조사기관도 놀랄 정도로 실적이 큰 폭으로 향상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99년, 2000년 수요가 집중된 이후 이를 대체하는 ‘교체 수요’가 시작되었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2분기 실적을 지켜 봐야겠지만 PC업계는 데스크톱PC의 ‘고공 비행’으로 오랜 만에 잔칫집 분위기다.
◇1분기 실적, ‘기대 이상’=경기 불황으로 바짝 움츠렸던 PC시장에도 봄날 ‘햇볕’이 들고 있다. 원래 1분기는 가장 수요가 몰리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를 고려해도 지난 2000년 이후 최고의 판매치를 기록했기 때문. 특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노트북PC가 아닌 데스크톱PC 수요가 몰려 PC업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LG전자·삼보컴퓨터·주연테크 등 대부분의 업체가 데스크톱PC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LG전자는 IBM과 분리된 첫 해지만 오히려 데스크톱PC 판매가 LG IBM시절보다 20% 가량 늘어난 7만8000대를 기록했다. 삼보컴퓨터도 데스크톱PC만 16만대, 한국HP도 7만5000대 정도를 판매했다. 주연테크는 중견업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40% 정도 상승한 9만5000대를 홈쇼핑과 대리점을 통해 팔아 치웠다. 물론 노트북PC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데스크톱PC에 미치지는 못했다.
◇데스크톱PC, ‘화려한 부활’=이번 분기 실적이 주목을 받는 데는 시장을 주도한 게 노트북PC가 아닌 데스크톱PC라는 점 때문이다. IDC에 따르면 국내 노트북PC 시장은 경기와 관계없이 꾸준하게 성장해 왔다. 99년 23만7000대에 이어 2000년 39만3000대를 기록했으며 2000년을 기점으로 PC 전체 시장이 꺾였음에도 2001년에는 오히려 46만6000대로 상승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60만대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도 64만대 정도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반면 데스크톱PC는 99년 192만대에서 2000년 338만대로 무려 두 배 이상 급등한 이후 지금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60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데스크톱PC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으며 그 지위를 노트북PC에 내 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실제 이미 PC업계에서 데스크톱PC는 주요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아웃소싱될 정도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실적은 이런 선입관을 ‘180도’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전망=1분기 데스크톱PC 시장이 크게 성장한 데는 성수기라는 점도 있지만 교체 수요 때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000년 이후 별다른 호재가 없었던 PC시장에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데스크톱PC 구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왕 PC를 구매하려면 노트북PC를 구매할 것이라는 견해와 달리 아직도 데스크톱PC는 노트북PC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능 덕분에 시장에서의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멀티미디어 게임 등은 신세대가 좋아하는 일부 ‘인기 콘텐츠’는 아직도 노트북PC가 따라 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이 때문에 노트북PC 성장 못지않게 데스크톱PC도 나름의 수요를 이어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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