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벤처지원 포럼]IT839와 벤처기업의 역할

전자신문과 벤처포럼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IT839와 벤처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제45회 벤처포럼을 개최했다. 형태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이 ‘IT산업발전정책방향’이란 주제발표로 시작한 이날 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의 IT산업 활성화 정책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특히 정부 프로젝트의 저가입찰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날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도 공감을 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을 정리한다.

<참석자>

-형태근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김영민 티컴앤디티비로 대표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임일택 넥스트리밍 대표

-주태산 맥스무비 대표

-최준영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조정실장(가나다순)

※사회:이금룡 넷피아 대표

 ◇사회(이금룡 넷피아대표)=정부가 IT정책을 통해 성공모델을 계속 내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IT839정책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이 정책이 업계의 기대와 같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해 보자.

◇형태근(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IT839정책이 처음 발표됐을 때 대기업, 그리고 공급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지적이다. IT839는 벤처산업을 이끌 수 있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대안들을 많이 제시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의 기술과 시장을 미리 보여준 것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충분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최준영(중소기업특별위원회 정책조정실장)=동의한다. IT839는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839정책이 펼쳐지는 데 있어 솔루션과 SW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 중소벤처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시장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상그룹을 축소해 과거와 같은 과잉경쟁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형태근=정부의 예상으로는 IT839정책으로 인해 IT 중소벤처기업이 펼칠 수 있는 시장규모가 현재의 4배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지난 2000년 전후의 벤처 거품 경험을 살려서 벤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다양하게 그룹별로 세분류해서 핵심그룹을 정하고 여러 가지 지원책을 생태에 맞게 전개할 예정이다. 물론 이를 위한 생태환경의 정확한 진단이 뒤따를 것이다.

 ◇김영민(티컴앤디티비로 사장)=임베디드SW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통부는 그동안 리눅스를 지원한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리눅스 기반으로 제품개발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 채택하는 제품을 보면 리눅스가 아닌 윈도CE 제품이 많다. 미국의 MS는 임베디드SW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통부에서 국산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내 임베디드SW업계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더욱 강력한 움직임이 요구된다.

 ◇임일택(넥스트리밍 사장)=국내의 임베디드SW를 만드는 업체들이 로열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SW수요업체들은 SW개발에 대해 용역비만을 주고 SW를 소유한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우수한 임베디드SW회사가 탄생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상품이 축적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결국, 노동집약적인 3D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수 SW업체들이 하드웨어, 또는 서비스업체로 변신하게 만든다. 해외의 대등한 기술파트너로 인정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IT839가 이전의 관행대로 진행된다면 임베디드SW산업이 육성되는데 한계를 보일 것이다.

 ◇주태산(맥스무비 대표)=IT839는 국가주도의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펼칠 때 정부가 역할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2만달러 시대로 가고 국가의 생존이 걸린 것이라면 어느 수준까지 참여를 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세제 지원의 경우도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원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승자만을 지원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정통부가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어떤 비전이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김장중(이스트소프트 대표)=우리나라 임베디드SW산업은 하나를 만들면 한 회사만을 위해 공급하는 구조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것이 안 된다. 휴대폰용 SW를 만들어서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장비를 만들었는데 시장이 오픈돼 있지 않으면 당연히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SW를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SW가 판매되듯이 소비자가 지불한 돈이 개발자에 돌아가야 한다.

 ◇김영민=정부가 홈네트워크 표준화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실상 대기업들은 표준화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래서 실상에서는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례로 A기업의 컨소시엄에 들어가게 되면 B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기가 힘들어진다. 정통부에서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표준화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장중=정부의 SW 중점 육성정책과 관련해서 하나의 문제점을 들고 싶다. 기업이 SW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하면 유사 SW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다. 이는 업계에서 시장이 있으면 정부에 건의하고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육성 SW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일 옳다고 본다.

 ◇사회=정부와 정부산하 기관 등에서 SW의 제값을 받으면 SW와 SI산업이 저절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사업을 하면 의례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SW와 관련 엄청난 발주처다. 정부의 납품권을 따면 영광이 되고 또 그 회사에 우수한 기술자들이 대거 몰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가 고급 제품을 선별해 구매해야 할 것이다.

 ◇형태근=SW산업을 원점부터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SW 저가입찰제 고수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리눅스 정책에 대해서도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국산화 정책을 펼친다 해도 모두 국산을 쓰는 것은 힘들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SW정책은 모든 시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펼치도록 노력할 것이다. 자금의 경우도 벤처캐피털업계 위주로 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IT839가 국가 프로젝트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래 유망 산업이 발전하는 데 있어 위험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참여하는 것이다.

 정리=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주제발표: IT산업 발전정책 방향

-형태근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세계 IT산업의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IDC 등 전세계 주요 전문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IT산업규모는 오는 2010년 2조7000억달러로 지난 2002년의 1조6000억달러에 비해 약 70% 가량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나라가 IT839 등을 통해 중점지원하고 있는 주요 품목을 보면 디지털기기 시장규모가 2002년 1283억달러에서 2010년 4242억달러로 성장이 예상된다. 부품과 SW·콘텐츠 역시 2002년 1732억달러와 839억달러에서 매년 14.1%와 20.3%의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10년에는 4988억달러와 3685억달러의 시장규모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같은 세계 IT시장규모 상승에 맞춰 IT839정책과 SW산업을 중점 육성한다. IT839 가운데 주요 계획을 보면 이동통신기기 및 설비는 지난해와 올해 와이브로(WiBro) 시제품 및 상용제품 개발을 마치고 2007년 3세대 단말·기지국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것이 이뤄질 경우 관련 시장규모는 올해 214억달러에서 2007년에는 276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홈네트워크 관련기기도 성과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유무선 통합 홈서버 개발이 끝났으며 올해 통신과 방송을 융합한 홈서버가 구축될 것이다. 2007년에는 여기에 게임까지 융합된다. 시장규모는 2007년 기준 166억달러로 올해(83억달러)의 두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PC산업의 경우 ‘입는 컴퓨터’가 중점 육성된다. 올해 ‘입는 컴퓨터’의 시제품이 개발되며 2007년에는 이 제품이 상용화되게 만든다는 목표다.

 IT839전략에는 SW산업 육성내용도 내거 포함돼 있다. 특히 SW를 통해 개인·기업·공공부문의 정보화를 통합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SW산업을 여전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IT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기술이며 또한 시장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특히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SW산업이 핵심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같은 정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동북아 IT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외 접근성이 수월한 지역에 공통서비스 지원 환경을 구축하고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하는 모델을 계속 확산해 나갈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07년까지 총 4306억원을 투입해 △IT 연구개발(R&D)센터 △비즈니스 센터 △디지털 파빌리온 △공동제작센터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 2010년까지는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반도체공장(Fab) △시제품 패키징 △종합시험센터 △엔지니어링 센터 등의 구축에 7907억원이 투입된다.

 taegun@mic.go.kr

사진: 제45회 벤처포럼이 ‘IT839와 벤처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13일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IT839정책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