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3기 신임 회장으로 박광식씨가 당선된 데 대해 게임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회장이 그동안 IPCA에서 부회장으로 내부 살림만을 맡아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그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IPCA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외의 인물이 회장으로 당선됨에 따라 게임 업계에서는 그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협회를 이끌어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제의 인물 박회장을 만나봤다.
박광식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신임 회장은 정치보다는 실무에 능한 인물이다. 그 자신도 스스로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며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를 인정한다. 또 이는 그가 회장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초창기부터 협회 일을 계속 맡아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감회랄 것은 없습니다. 회원들이 변화된 조직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제가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봅니다.”
박 회장은 협회 회원들이 ‘협회를 위한 협회가 아닌 회원을 위한 협회’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 인정받았다는 설명으로 당선 소감을 대신했다.
# 회원은 실리를 택했다
사실 협회 외부에서는 누구도 그의 당선을 점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잘 알았던 박 회장이지만 ‘표가 보이더라’며 당선을 확신했었다고 한다.
그는 유세를 위해 지부와 지회를 돌아다니며 변화된 모습을 바라는 회원들의 의지를 피부로 느끼고 수차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변화를 갈망하는 대의원과 회원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며 경비를 보태주거나 책을 선물해주었다는 것이다.
# 집행부는 실무형 인사로
“회원들 중에 젊고 뛰어난 두뇌가 많습니다. 이들을 발탁해 임원, 자문위원을 꾸릴 생각입니다.”
박 회장은 그의 공약대로 회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3기 집행부를 실무형 인물로 구성해 협회를 내실있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다.
“제일 밑바닥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군소 지회나 분회는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해왔습니다.”
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톱다운보다는 버텀업 방식으로 협회를 운영할 생각임을 강조했다. 상의하달식이 아니라 하의상달식으로 협회가 운영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수시로 협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한번은 제주지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중앙회나 다른 지회와 전혀 정보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박 회장은 회원들이 협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도 힘쓸 생각이다. 그는 지부·지회가 정보력을 갖추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지부·지회 자립 기반 마련
“현재 지부·지회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회원들의 힘이 결집되면 지부·지회에서도 충분히 스스로 조달이 가능할 것입니다.”
박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지부·지회의 권한 강화의 핵심은 그동안 중앙으로 일괄 수납돼던 회비를 ‘지부 수납체제’로 전환시켜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재 IPCA는 중앙회에서 회비를 수납하는데 6.5%의 수수료와 10%의 부가세를 물기 때문에 이같은 비용이 일년에 1억원 정도에 달해 낭비 요소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지부 수납체제가 투명성을 보장하고 비용도 줄이는 등 여러 면에서 유익하지만 현행 법제도하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 게임사와 윈윈 관계 원해
IPCA 회장 선거 결과에 대해 게임 업계가 각별히 주목한 것은 협회가 ‘카운터스트라이크’ 불매운동으로 큰 성과를 거둔후 현재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갈수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앞으로 게임 업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 것인가.
“무조건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100% 실패하게 됩니다. 동참한 업체의 회원은 매출이 급락하고 불참한 업체는 오히려 반사이득을 얻는다면 불합리하겠죠.”
박 회장은 게임업계가 PC방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 윈윈하겠다면 굳이 나쁜 관계로 나갈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WOW’에 대해서도 블리자드측에서 다시 협상에 임할 자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급적 빨리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다.
# 학교주변 제재 기준 있어야
“학교보건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문화관광부나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련부처에서 일선 교육청에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아 매년 지자체별로 심의가 이뤄져 문제입니다. 지자체 시대라 매듭을 풀기가 어렵습니다.”
박 회장이 학교보건법, 신고제 등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현재 학교보건법은 지자체별로 제멋대로 적용되고 있어 어떤 곳은 학교 주변 10m도 벗어나지 않은 곳이 허가를 받은 반면 어떤 곳은 무조건적인 강경대처로 피해를 보고 있다. 울산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학교 반경 50m를 벗어난 상대 정화구역에서 무더기 해제가 나왔었다.
“기존에 유예를 받은 업소는 보호해야 합니다. 문제는 불법진입업소입니다. 지부·지회마다 입장이 다 틀리기는 하지만 이같은 업소는 당연히 퇴출돼야 된다고 봅니다.”
박 회장은 정상적으로 열심히 하는 업주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급히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바랬다.
# 신고제 회귀는 어불성설
“문화부가 신고제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정보통신 인프라의 근간을 마련한 PC방에 표창은 못줄 망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겠죠.”
박 회장은 신고제에서 자유업으로 전환됐던 PC방업을 다시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규정하고 없었던 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
“PC방은 개방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음란물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오히려 집이 더 문제죠. 또 숙제 때문에 PC방을 찾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박 회장은 PC방이 건전한 장소라는 점을 누차 강조한다. 이와 관련한 여담 하나. 박 회장은 한번은 부천지역에서 신학기 들어 PC방 매출이 뚝 떨어져 알아보니 초등학교에서 학생들한테 ‘PC방에 가면 정학 또는 전학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었다.
그는 교육청을 방문해 관련 장학사를 만나 담판을 지었는데 그 장학사는 한번도 PC방에 가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결국 그에게서 재발방지를 약속받고 사과까지 받아냈다고.
박 회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초기 PC방 협회가 양분돼 있을 때 전 김 회장하고는 원년 멤버로 같이 일해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각별한 사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조했다. 회장단이 3기 선거에서 서로 맞붙은 것에 대해 혹시나 어렵게 통합을 이뤄낸 협회 내에 내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섣부른 추측이 나오지 않을까 경계해서인 듯하다.
정치력을 앞세운 김기영 전회장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온 IPCA가 실무형 박 회장을 만나 앞으로 어떻게 내실을 다져갈지 기대된다.1991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졸업
1990년 크로스엔지니어링 반도체 사업 본부장
1995년 영광반도체 대표이사
2000년 PC방 협회 통합 추진위원회 상근위원
2003년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중앙 부회장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