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신권 화폐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금자동입출기(ATM) 등 금융자동화기기 교체수요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에 필요한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아 국부 유출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지난해부터 오는 2007년 1월을 목표로 진행중인 ‘ATM 핵심 모듈(환류식지폐입출금모듈) 개발사업’의 추진 일정과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권 발행계획으로 5000억원 이상의 기기 또는 모듈 교체 비용이 발생하지만 ATM에서 지폐 입출과 인식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인 지폐입출금모듈이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돼 서둘러 모듈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은의 새 은행권 발행 계획에 따른 교체 대상 ATM은 전국적으로 4만여대로 추정되며 현금출금기(CD)를 포함할 경우 7만대 규모에 달한다. 이에 따라 모듈 수입단가가 개당 약 9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모듈 교체를 위한 투자비용만 최소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위폐 감별기능과 관련 시스템 변경작업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아직은 정부와 한은, 은행, 기기 제조업체 간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기기 내 모듈만 교체하는 방식이 가능할지 ATM 내 대부분 시스템을 교체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 ATM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신권 발행에 나선 일본의 경우 화폐 크기는 변경하지 않고 위폐감별 요소만 추가해 모듈의 인식요소에 변화를 주는 선에서 기기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한은의 발표는 크기 축소까지 포함하고 있어 기기에 상당부분 변경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그동안 일본에서 모듈 수입시 우리나라와 일본의 지폐 크기가 거의 같아 도입, 적용이 쉬웠지만 향후 국내 신권의 크기가 5㎜ 이상 변화될 경우 모듈 교체는 물론 기기 내부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필요해 사실상 기기의 완전 교체로 이어질 것으로도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신권 적용이 가능한 자동화기기는 일본에서 제조되고 있는 멀티사이즈용 제품을 도입하거나 일본에서 국내용으로 최적화한 신규 모듈을 개발해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ATM 핵심 모듈 국산화 사업에 참여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모듈 국산화 사업이 2007년 1월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이는 개발목표일 뿐 상용화되기까지는 추가 기간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만원 신권이 발행되는 2007년 상반기보다 상용화 제품의 적용이 늦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