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10월, 우리나라의 조그만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이 전세계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PC용 모뎀 생산이 주력사업이었던 이 회사는 ‘다이얼패드’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 개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전화통화는 유료’라는 등식이 불변의 진리로 통하던 시절, 이 회사는 인터넷을 통한 무료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를 시작하면서 보란 듯이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120여년간 지속돼온 유료전화 역사에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지구촌을 들썩이게 했다. 무료통신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1999년 10월 미국 서비스에 돌입한 이후 이듬해 1월 초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다이얼패드’는 서비스 개시 3개월만에 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덕에 새롬기술의 주가는 4개월동안 4000원 남짓에서 27만원대까지 무려 6800%나 급등하는 등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 ‘다이얼패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기술은 21세기 통신혁명을 몰고 올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혹자는 VoIP로 대변되는 인터넷 전화를 놓고 “18세기 후반의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21세기의 거대혁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일었던 혁신적인 분위기가 5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지속만 됐다면 지금쯤은 통신혁명이 몇 번 일어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했다. 광고 등의 부차적인 수입으로 운영되던 인터넷 무료전화는 21세기 들어 한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서비스업체에 입힘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통화품질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서비스나 관련업체 모두 가을바람의 낙엽신세로 전락했다.
존 시드그모어 MCI월드콤 부사장이 공언했던 “2003년께 음성통신의 99%가 VoIP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VoIP가 2004년 이전에 모든 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혁명이 몰고 올 것”이라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의 예측도 퇴색돼 버렸다.
그러나 VoIP는 지난 5년간 잠시 움츠려 있었을 뿐 죽지 않았다. VoIP 서비스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의 ‘대예측’이 시기만 늦춰졌을 뿐 역동적인 저력은 그대로 남아 세상을 바꿀 태세다.
VoIP 활성화에 필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정통부가 VoIP 서비스 시장 정착을 위한 활성화협의회를 발족하고 지난해말 별정사업자를 선정한 데 이어 올 6월까지 기간사업자를 허가키로 하는 등 VoIP 서비스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기간통신 사업자들은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 드림라인, SK네트웍스,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 SK텔링크 등 8개사. 이들은 지난해 말까지를 시장 도입기로 규정한 데 이어 올해 시장 성장기를 거쳐 내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이를 방증하듯 ETRI는 2004년 기업과 가정을 합쳐 30만9000회선이던 것이 우리나라 인터넷 전화 회선수가 2006년엔 66만2000회선, 2008년 322만2000회선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른 매출액 역시 2004년 688억원에서 2006년 1315억원, 2008년 5932억원으로 연 평균 76.2%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IDC는 지난해 16억1000만달러이던 서비스 시장이 올해 23억8000만달러로 성장하고 2007년께엔 그 규모가 40억9000만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쳤다. 그동안 누차 예고됐던 VoIP 근간의 통신혁명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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