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이후 국내 2차전지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공급 과잉과 원자재 가격 인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주춤거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2차전지 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차전지 관련 기반 기술은 소재와 장비다. 소재는 일부 국산화되고 있지만 장비 분야의 국산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히 2차전지를 만드는 마무리 단계인 충방전 공정에 필요한 장비는 국내에서 엘리코파워(대표 이계방·장석규 http://www.elicopower.co.kr)만이 만들고 있다.
충방전 장비는 조립 공정이 끝난 2차전지에 미세한 전기를 넣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2차전지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때 전기를 정밀하게 공급하지 못하면 양극과 음극의 기능이 한쪽으로 몰려 불량이 난다. 전압 값과 전류 값 모두 0.1% 이내의 편차가 필요하다.
이처럼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충방전 장비는 일본의 닛테쓰, 가타오카, 도요 등의 전문 업체가 시장을 장악해 왔으며 지난 2000년 국내 2차전지 업체가 사업을 시작할 때 역시 100% 일본 장비를 사용했다. 엘리코파워는 지난 97년 2차전지 충방전 장비를 개발한 후 2002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엘리코파워는 국내 리튬이온전지 충방전 장비 시장에서 LG화학의 92%, 삼성SDI의 4% 정도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리튬폴리머전지 충방전 장비의 경우 SKC의 60%, 기타 업체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방전 장비 사업을 시작한 2002년에는 매출 86억원에 영업이익은 4억원을 밑돌았지만 이듬해에는 183억원의 매출에 25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매출 178억원으로 주춤했지만 2차전지 업체의 설비 투자가 재개되고 신사업을 시작하는 올해 재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2000만셀 이상으로 예상되는 국내 2차전지 업체의 증설에 따른 장비 수요의 50%만 따내더라도 200억원 매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계방 엘리코파워 사장은 “최근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시스템이 안정됐다”며 “LG화학이라는 국내 최대 2차전지 업체와 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매출 다변화를 이뤄내 2003년의 성장을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2차전지 종주국인 일본에 충방전 장비를 공급했으며 중국 2차전지 시장 선두권 업체인 L사와 제품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충방전 장비 내수는 60% 이상 줄었지만 전체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것도 4억원을 조금 넘던 수출이 86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부품이나 장비 분야는 아직도 외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갖고 정확한 목표 시장을 잡으면 이에 맞설 수 있다”며 2차전지 장비 세계 시장 석권의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엘리코파워는 또 2차전지 충방전 장비 이외에 발전소용 전원공급장치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분야 역시 GE나 지멘스 등 외국 업체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은 엘리코파워가 국내 시장을 거의 석권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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