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사 `볼륨`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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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미디어로 취급됐던 라디오가 뉴미디어로 거듭났다.

 라디오는 최근 미디어 수용자의 다변화 추세에 따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면서 컬러TV 이전의 폭발적인 힘을 되찾고 있다.

 미디어 그룹은 물론이고 통신사업자, 휴대폰 및 MP3플레이어 업체, 가전업체,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라디오방송사와 제휴하거나 라디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물론 미국에 국한됐지만 점차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될 태세다.

 ◇잇단 구애=주부 대상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인 마샤 스튜어트가 세운 미디어그룹 마샤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MSO)는 최근 디지털위성라디오방송사인 시리우스새틀라이트라디오(SIRI)와 24시간 요리·원예·오락으로 꾸미는 1개 채널을 공동 운영키로 최근 합의했다.

 타임워너그룹의 인터넷업체인 아메리칸온라인(AOL)은 디지털위성라디오업계 1위인 XM새틀라이트와 최대 70개 채널까지 무료로 방송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AOL은 유일한 위성라디오 방송을 앞세워 온라인라디오시장을 선점한 MSN라디오 및 야후라디오와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모토로라는 위성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는 휴대폰 ‘i라디오’를 개발, 출시한다. 노키아, 삼성전자 등은 FM라디오 수신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 신제품을 집중 개발중이다. 특히 노키아는 미국 메이저 FM라디오방송사인 인피니티와 모바일방송폰 개발을 추진중이다.

 가전업체들도 전용 수신기는 물론이고 MP3플레이어와 비디오게임기 등 휴대기기에 위성라디오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도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성라디오의 인기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GM·도요타·현대자동차 등은 XM과,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은 시리우스와 각각 업무 계약을 하고 위성라디오 수신 카오디오시스템을 기본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현대는 내년에 그랜저XG 후속 모델(TG) 등 네 가지 차종에 XM 위성라디오를 장착하고, 이듬해엔 전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왜 라디오인가=TV방송에 밀려났던 라디오가 이처럼 급부상한 것은 △매스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염증 △고음질의 라디오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듣는 디지털 신기술 등장 △기존 미디어에 대한 심의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개인 미디어 시대가 라디오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냈다.

 위성라디오를 들으려면 월 10달러 안팎의 요금을 내야 하지만 이 요금은 고작 음악CD 한 장 값이다. 청취권역에 상관없이 깨끗한 음질의 방송을 들을 수 있고, 삽입광고를 피해 내려받을 수 있다. 최대 200개에 달하는 다양한 채널은 여러 장르의 음악은 물론이고 스포츠, 뉴스, 취미 등 관심사를 충족시켜 준다.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 디지털 휴대기기의 대중화도 한몫을 했다.

 테드 스캐들러 포레스터 부사장은 “청취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듣고 싶을 때 자신의 휴대기기로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10여년 전에 위성라디오를 제일 먼저 상용화했지만 비싼 수신기와 빈약한 프로그램 등으로 사실상 실패한 바 있다. 이를 영상으로 만회하기 위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바꾸려 하는데 이제 시작이다. 미국은 150달러에서 400달러 선인 저렴한 수신기와 휴대기기, 지상파에선 못 듣는 생생한 방송프로그램에 힘입어 순식간에 확산됐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지상파의 음란외설 방송에 대한 심의 강화가 위성라디오의 인기로 이어졌지만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위성라디오에도 규제를 확대할 움직임이다. ‘검열’을 피해 위성으로 옮겨 탄 하워드 스턴이 또다시 진로를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DMB도 잠재적인 위협군이다.

 그렇지만 심의 강화와 DMB 정착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라디오 르네상스’가 의외로 오래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